'강제북송' 침묵 깬 문 전 대통령 "현 정부 인사, 『지정학의 힘』 읽어보라"

김효성 2022. 7. 1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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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남 양산 사저에서 『지정학의 힘』을 읽고 있다. [사진 문다혜씨 트위터]
2019년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해 정부·여당의 강력한 압박에도 일절 반응하지 않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우회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15일 문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정학의 힘』(김동기 지음, 아카넷)은 현 정부 인사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라며 “우리는 한반도의 지정학을 더 이상 덫이 아니라 힘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정학은 강대국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정학적 위치는 우리에게 숙명”이라며 “지정학적 상상력과 전략적 사고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부터 대통령실과 여권 중심으로 제기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관련한 공세에 한 달가량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간 틈틈이 책 소개를 하거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사망에 조의를 표한 정도였다.

하지만 이날 문 전 대통령은 “현 정부 인사에게 권한다”고 특정하며 첫 메시지를 냈다. 지난 12일 통일부가 탈북어민 북송 당시 사진을 공개하고 대통령실이 “반인륜적 범죄행위”라고 몰아붙이자 사실상 문 전 대통령이 우회적으로 반발을 표시한 것이란 해석이 많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한병도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일들을 전부 뒤집는 듯한 행보를 하는 것에 대해 문 전 대통령도 화가 많이 났을 것”이라며 “하지만 개별 건에 대해 전직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면 정치적 파장이 있을 수 있다 보니 책 소개를 통해 넌지시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정학의 힘』은 노무현 정부 당시 노 전 대통령 추천으로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을 지낸 김동기 변호사가 2020년에 쓴 책이다. 김 변호사는 이 책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남북한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는 것”이라며 “한반도 전체의 역량을 결집해도 주변 강대국보다 (국력이) 부족한데 서로 대립해 남북 상호 간에 역량을 소모하는 현재 상황은 최악”이라고 썼다. 보수 진영의 대북강경책을 비판하고 문재인 정부의 남북 화해 모드를 지지하는 듯한 내용이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무지하거나 변명하거나 회피하는 자는 운명에 갇힌다”며 추천사를 썼다.

한편 2019년 11월 탈북어민 북송 당시 북한이 “돌려보내라”고 먼저 요구한 정황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1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배가 내려올 때 이미 ‘가고 있으니 보내 달라’고 당시 청와대에 연락했고, 당시 청와대와 부처가 이를 두고 논의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수사로 드러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간 문재인 정부는 북송을 “자체적으로 결정했다”고 했는데 이와 상반된 주장이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비서관 출신인 김영배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에 “북한 요청이 있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대통령실이 주장의 근거를 밝혀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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