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불법행위, 노사 불문하고 원칙 따라 엄중 대응하라"

곽래건 기자 2022. 7. 15.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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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업무보고 받고 지속적 노동개혁 주문
尹,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근로시간·임금체계 유연화 지시
장관 "주52시간제·호봉제 개편, 다음주 전문가 회의 열어 착수"
중대재해법은 연내 시행령 개정

정부가 주 52시간제 개편을 위한 전문가 회의체를 다음 주부터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지난달 23일 고용노동부가 현행 주 52시간제를 월 평균 52시간제로 바꾸는 방안을 발표했으나 이튿날 윤석열 대통령이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는데, 예정대로 개편을 추진한다.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도 올해 말까지 개정하기로 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15일 오후 1시간가량 용산 대통령실 대통령 집무실에서 이 같은 방안이 담긴 고용부 정책 방향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다른 부처와 마찬가지로 고용부 쪽은 차관이나 실장 등 배석자 없이 이 장관만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도록 임금 체계를 유연화하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노사 현안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자율적 해결을 지향하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노사를 불문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할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의 불법 파업이 40일 넘게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법과 원칙을 언급한 것이다. 이 부대변인은 또 “윤 대통령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도록 임금 체계를 유연화하고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 자율적 선택권을 확대하며 노동시간 이중 구조를 개선하는 데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고 했다.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 다음 주 시동

이 장관은 이날 부처 핵심 정책 과제로 노동시장 개혁과 중대 산업재해 감축,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강화 등 세 가지를 보고했다. 이 장관은 업무보고 직후 “급변하는 노동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는 낡고 경직적인 노동 규범과 관행은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일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와 보상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노동 시장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장관은 노동 시장 개혁 우선 추진 과제로 근로 시간과 임금체계 개편을 보고했다. 논란이 됐던 주 52시간제의 경우, 해외 선진국보다 긴 우리나라의 근로 시간을 줄여나간다는 기조는 유지하되, 노사 자율적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했다. 주 52시간제는 일주일 정규 근무 시간 최대 40시간에 최대 12시간 연장근로를 허용해주는 것이다. 고용부는 이 연장근로 한도를 제한하는 단위를 지금처럼 일주일이 아닌 ‘4주’나 ‘한 달’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연장 근로 한도(한 달 기준 52시간)를 일이 몰리는 주에 몰아서 쓰는 것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첫째주·둘째주는 주 60시간 일하고, 셋째주·넷째주는 주 40시간 일할 수 있는 식이다. 대신 퇴근하고 다음 출근을 하기 전까지 11시간 휴게 시간을 꼭 주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병행할 방침이다. 지나친 집중 근무로 근로자 건강을 해칠 가능성을 막기 위해 안전 장치를 두겠다는 것이다.

임금 체계 개편은 우리 고용 시장 고질적 문제 중 하나로 꼽히는 호봉제 등 연공급(年功給) 임금 체계를 좀 더 공정한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연차가 높아질수록 임금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호봉제는 우리나라에서는 1000인 이상 기업 중 70.3%가 채택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호봉제 중심의 임금 체계 구조를 바꾸면 기업들의 고용 부담을 덜어줘 청년 일자리를 만들거나 향후 정년 연장 등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고용부 판단이다.

근로시간과 임금 체계 개편의 구체적인 방안은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라는 전문가 회의체를 만들어 논의한 뒤 정부에 권고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 장관은 당장 다음 주부터 연구회 첫 회의를 시작하겠다고 보고했다. 그 외 추가 개혁 과제는 노·사·정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위원회 안에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연내 개정

경영계로부터 ‘처벌이 과하고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온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에 대해서는 “전문가 논의 등을 통해 현장 애로와 법리적 문제점 등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해나가겠다”고 보고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경영책임자에 대한 지나친 처벌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우선 시행령을 올해 말까지 개정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시행령에서는 ‘사업주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업무를 각 사업장에서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충실히’라는 문구가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것인지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고용부 내부에선 여소야대 상황에서 시행 6개월밖에 되지 않은 법을 고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법 시행 이후 산업재해가 다소 줄어들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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