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박지원 전격 출국금지..미국 체류 서훈 '입국 시 통보' 조치

서해 공무원 피살·'강제 북송' 의혹 고발장 접수 후 '초고속 수사'
국정원·국방부 등 관련 인사 줄소환 예상..박 "검찰 계속 코미디"

문재인 정부의 ‘서해 피살 공무원 월북 조작’ 의혹과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피고발인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사진)의 출국을 금지했다. 해외 체류 중인 서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서는 입국 시 통보 조치를 취했다.

‘서해 피살 공무원 월북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와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의혹을 수사 중인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박 전 원장에 대해 출국금지를, 미국에 체류 중인 서 전 원장에 대해 입국 시 통보 조치를 했다고 15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태스크포스’ 김병주 단장(오른쪽)과 소속 의원들이 15일 국회에서 최종 결과 보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SI(군의 특별취급정보) 인가 없이 사건 관련 보고를 받았다”며 “대형 보안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안보실은 “사건 본질을 호도하려는 정치적 접근에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박 전 원장은 1개월간 출국이 제한된다. 검찰이 법무부에 기간 연장을 요청하면 출국금지 기간은 연장될 수 있다. 서 전 원장은 귀국하면 귀국 사실이 검찰에 통보된다. 서 전 원장은 지난달 관광비자로 출국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지난 6일 박 전 원장과 서 전 원장 등을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박 전 원장에게는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한 첩보 보고서 무단 삭제 혐의를, 서 전 원장에게는 2019년 11월 탈북 어민 강제 북송과 관련한 합동조사를 강제로 조기 종료시킨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 수사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고발장 접수 하루 만에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와 공공수사3부에 두 사건을 배당했다. 고발 1주일 만인 지난 13일 국정원을 압수수색해 두 사건 당시 국정원 내부 의사결정 기록이 담긴 자료를 확보했다. 국방부 관계자들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은 또 다른 고발인인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인권침해지원센터를 상대로 고발 경위를 조사했다.

검찰은 국정원에서 확보한 자료 분석을 마치는 대로 사건 당시 국정원·국방부·통일부·해양경찰청 등 관련 부처 관계자들을 줄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건과 관련해 고발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이영철 전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 등에 대한 조사도 시도할 공산이 크다. 검찰은 주변 조사를 마무리한 뒤 박 전 원장과 서 전 원장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두 사건 관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기록물을 압수수색할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자료는 최장 15년간 비공개로 보호되지만 관할 고등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하면 검찰이 압수수색할 수 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출국금지 소식이 알려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검찰이 계속 코미디를 한다. 국정원이 고발하고 검찰이 압색했다면 출금은 정해진 수순 아닌가”라며 “저는 해외여행 일정이 없고 고발되었다면 나갈 생각도 하지 않는다. 본건과 관련해서 고발 사실을 알고 출국한 문재인 정부 인사는 한 사람도 없다”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