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앙된 일선 경찰들 "지휘규칙은 장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백지수표"
"마땅한 대응책 없다" 회의론도 팽배
“규칙은 장관 마음대로 슬그머니 고치면 되는걸. 자기 멋대로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네. 아예 백지수표네.” 행정안전부가 경찰제도 개선방안 최종안을 15일 발표하자 경찰 내부에서 나온 반응이다. 법령도 아닌 지휘규칙으로 경찰을 통제한다는 발상을 비꼰 말이다.
경찰청은 최종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이지만 일선 경찰 반응은 싸늘하다.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회의론도 번지고 있다.
경찰청은 이날 행안부의 최종안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수용의 뜻을 밝혔다. 경찰청은 “지난 8일부터 행안부와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경찰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진행해왔다”며 “그 결과 행정안전부 내 경찰 지원조직을 설치하되 책임자를 포함한 구성원 대부분을 경찰관으로 배치하고, 업무범위도 장관의 법령상 권한 행사를 지원하는 것으로 한정하여 경찰행정의 독자성을 확보했다”고 했다. 이어 “행안부 장관의 지휘규칙은 경찰 수사나 감찰 등에 대한 사항은 제외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의 이런 입장은 지난달 21일 행안부의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 권고안 발표 직후 “법치주의 훼손이 우려된다”며 반발했던 것과 대조된다. 경찰청은 자문위 권고안에서 독소조항을 없애는 등 나름 선방했다고 자평했지만 이날 발표된 최종안은 앞서 발표된 권고안과 큰 틀에서 같다.
일선 경찰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특히 경찰청의 중요 정책사항 승인, 사전보고 등을 규정한 지휘규칙을 놓고 경찰의 중립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경찰 내부망 ‘폴넷’에 올린 글에서 한 현직 경찰관은 “뭐든 할 거면 장관님께 ‘미리’ 허락을 받으라는 것이구나. 대단하다”면서 “이런 식으로 경찰 조직의 수장을 (행안부) 장관으로 변경시키는 창의적 발상, 놀랍다”고 했다. 행안부 발표문을 공유한 게시글엔 항의성으로 댓글을 썼다 지우는 ‘댓글 삭제 릴레이’가 이어졌다.
지휘부를 향한 성토도 나왔다. 오는 21일로 예정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와 전국경찰직장협의회 대표단의 간담회를 놓고는 “침묵의 대가로 치안감 자리 1개, 총경 자리 3개가 창출됐다”고 했다.
삭발, 단식, 삼보일배 등 집단행동에 나섰던 직협은 고심 중이다. 직협 관계자는 “장관도 직협을 정치세력과 결탁한 단체로 낙인찍었다. 일개 공무원들이 저항을 이어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유진·유경선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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