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근무' 실험이 성공하려면..기업 문화에 대한 편견을 버려라[김도연의 샌프란시스코 책갈피]

김도연 비영리단체 ‘심플스텝스’ 대표 2022. 7. 1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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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뉴노멀
<가까이서 보는 원격 근무>
구스타보 라제티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팬데믹과 공존하는 일상으로 전환되면서 기업들은 코로나19 이전과는 다른 뉴노멀 시대의 업무 환경을 실험하고 적용하고 있다. 원격 근무하는 직원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보편적이다. 원격 근무의 정의·형태도 꽤 다양하다. 신간 <가까이서 보는 원격 근무>의 저자 구스타보 라제티(Gustavo Razzetti)는 기업 문화와 혁신 컨설팅 전문가이자 피어리스 컬처(Fearless Culture)라는 컨설팅 회사의 창업자 겸 대표이다. 저자는 팬데믹 이후 2년여 동안 기업 리더들과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안을 책에 담았다. 원격 근무는 기업의 문화와 정책, 리더십 철학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전사 직원들에게 주 3회 사무실 출근을 통보해 직원들로부터 근로 유연성을 보장해 달라는 반대에 부딪혔다. 리더십이 우려하는 원격 근무의 부정적인 요인과 직원들이 생각하는 긍정적인 영향 사이의 온도 차이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임원진은 원격 근무 확대로 직원 관리가 어려워지고 통제권이 약화한다고 여기고 직원들은 원격 근무의 혜택에 더 무게를 두는 경향이 드러났다.

책에서는 원격 근무의 유형을 다섯 가지로 소개한다. 오피스 출근이 기본으로 일부 직무만 비정기적으로 원격 근무할 수 있는 유형부터 원격 근무가 기본이고 회사 이벤트에만 대면으로 만나는 유형이 있다. 둘 사이에 놓인 다른 세 가지 유형은 유연성의 기준을 근무 형태(예: 일부 원격, 전체 원격), 요일이나 시간으로 하는지에 따라 구분된다. 출근 요일을 지정하면 프로젝트 과정이 아닌 시간에 맞춰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한다. 근무 형태를 기준으로 하면 사무실로 출근하는 직원과 원격 근무하는 직원 사이에 불평등 같은 문제가 우려된다. 임원들의 편향이 작용해서 사무실로 출근해 자주 얼굴을 보는 직원에게 유리한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가정과 일을 병행하는 직원의 경우, 여성들이 가정과 육아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현실에서 여성이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합리적 예측도 가능하다. 양극단 사이 범위를 기업마다 제품이나 서비스,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지속해서 조정해 나가야 한다. 포용성과 소속감이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다.

그런데 상식적이고 원칙적인 내용이 실현되는 것은 왜 어려울까? 저자는 그 이유가 기업 문화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다고 이야기한다. 고위 인사들이 전략과 정책을 세워 직원들에게 통보하고 필요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도입하는 것이 기업 문화라는 인식을 버려야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말과 글로 존재하는 박제된 대상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고 개인과 팀과 기업의 혁신으로 이어지려면 기업 리더가 변해야 하고 전사 직원들이 동참해야 한다. 줌 미팅 화면의 격자 모양 구획은 모두에게 동일한 크기의 공간을 할당하고 화면도 원하는 대로 재배치할 수 있다. 시각적이고 상징적인 원격 근무 환경의 한 모습이 새롭게 열리는 유연한 원격 근무 환경의 본질적인 속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김도연 비영리단체 ‘심플스텝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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