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개고기는 옛말" 초복 앞두고 발길 뚝 끊긴 보신탕 거리 [르포]
손님도 점주도 "왜 보신탕만 뭐라고 하냐"
개 식용 논의 지속..동물자유연대 집회 예고
점심 시간대이지만 그나마 문을 열고 손님을 받는 보신탕집은 단 3곳. 사철탕으로 불렀지만 사실 여름이 특수라 했던 옛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 보신탕집 곳곳서 폐업…장사하는 곳도 손님은 한 테이블 뿐
시장 한쪽의 보신탕 가게 한 곳은 간판만 남아 있을 뿐 철문이 굳게 닫혀 폐업한 상태였다. 간판엔 뽀얗게 먼지가 내려앉아 거미줄마저 쳐 있었다. 또 다른 한 곳은 간판조차 없고 셔터가 내려가 있어 메뉴판으로 이곳이 보신탕집이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경동시장 인근에서 장사를 하는 보신탕집 3곳 중 한 곳엔 공사장 인부 1명만이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있었다. 다른 한 곳엔 5명이, 나머지 한 곳의 가게엔 6명이 점심식사 중으로 이들 모두 6070세대였다. 테이블마다 소주 두어 병이 놓여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점심때이긴 하지만 소주와 함께 보신탕을 시켰다는 80대 A씨는 "복날이라 아들과 함께 (보신탕집을) 찾았다"며 "가게도 있는데 예전부터 먹던 걸 먹지 말라고 하니 그럴 수가 있나. 없는 사람들은 여름에 이 한 끼가 귀했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이어 "먹긴 하는데 흥겹게 먹던 옛날 맛이 안 난다"고 아쉬워했다.
당초 이 곳 보신탕 가게들은 높은 인기에 시장 안쪽에 자리했지만, 10여 년 전부터 모두 골목 뒤편으로 밀려났다. 사람들이 찾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월세가 높은 시장 안쪽의 자릿세를 감당하지 못했다는 게 인근 부동산의 설명이다.
손님이 없자 가게 테이블 의자에 걸터앉아 있던 점주 C씨는 "시어머니와 형님이 하시던 가게를 물려받아 하고 있다"며 "코로나 타격이랄 것도 없는 게 그 전부터 보신탕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지면서 손님이 차츰 끊겼다. 최근 들어 식자재 값이 만만찮다"고 전했다.
가게 3곳의 보신탕 가격은 1만~1만5000원 수준. 보통과 특대의 차이다.
다른 가게 주인 D씨는 "특보신탕 가격이 1만5000원이지만 2만원은 받아야 이익이 남을 판이다. 개고기 공급처도 많이 없어졌고 재료 가격이 너무 올랐다"며 "높은 재료값에 우리처럼 삼계탕을 함께 파는 보신탕집이 대부분이다. 보신탕만 해선 가게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식용 개고기 논란은 최근 들어 다시 불붙는 분위기다. 개인의 기호식품이나 전통 식문화 일부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불법 유통되고 있고 유통 과정도 야만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보신탕집은 계속 줄어 서울지역 보신탕집은 100곳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말 정부는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이렇다 할 답은 아직까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개 식용 종식 가능성이 나오지만 반발도 상당해 논의 기한만 연장되고 있다.
축산법 시행령에 따르면 개는 고기 등을 생산할 수 있는 가축으로 명시돼 있지만, 축산물 위상관리법상 가축엔 개가 제외돼 있다. 이에 따라 식용을 위한 개 사육이 허용되면서도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엄격한 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발도 높다. 지난 4월 서울대 수의과대학에서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패널 조사에서 개 식용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응답은 전체의 79%에 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도 개 식용 종식을 주장해왔다.
동물자유연대 등은 오는 16일 초복을 맞아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빠르고 완전한 개 식용 종식 2022 정부규탄 국민 대집회'를 열 예정이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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