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 성범죄 심층 탐사 9편] "더 이상 숨지 않고 싶다"..대책 마련 절실

진태희 기자 2022. 7. 15.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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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이혜정 앵커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이 친족 성폭력 피해자에겐 썩은 동아줄일 뿐이다."


오창 여중생 투신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추모집회에서, 친족 성범죄 피해자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친족 성범죄 피해자들의 현실과 지원 과제를 짚어봅니다, 취재 기자 나와있습니다.


진태희 기자, 친족 성범죄의 경우 피해 사실이 밝혀지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게 큰 특징이죠?


진태희 기자

저희가 피해자 8명을 직접 만났는데, 피해 직후 그 사실을 밝힌 사례는 없었습니다. 


대부분 10년 안팎이 걸렸는데요. 


어렵게 피해 사실을 털어놔도 도와주는 사람이 드물었다는 게 공통된 진술입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 오히려 입을 막거나, 2차 가해를 일삼기도 했습니다.


이혜정 앵커  

이렇게 말을 할 수 없다면,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기도 어렵겠습니다.


진태희 기자

지난 2021년 기준, 친족 성폭력 사건에서 피의자가 구속된 비율은 11.6%였습니다. 


일반 성폭력 사건보다 조금 높긴 하지만, 가해자가 곧 가족이라는 범행의 특성을 고려하면, 아쉽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이미 신고 자체가 어려웠는데, 신고를 해서 수사를 개시한 뒤에도, 피해자를 회유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또 피해자들이 10년 이상이 지나 신고를 하는 사례도 많아, 증거가 부족한 편인데요.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로 제시되는 경우,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혜정 앵커 

실제 성폭력을 저지른 의붓아버지를 신고한 여중생이, 3주 만에 보복 살해 당하는 사건도 있었다고 하죠. 


이렇다 보니, 오히려 피해 아동이 죄인처럼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진태희 기자

전국에 친족 성폭력 피해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쉼터는 4곳이 있는데, 그 어디도 주소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가해 부모가 찾아올 가능성 때문인데요. 


취재 과정에서도 위치가 특정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썼던 기억이 납니다. 


여기 머무는 아동들은 대부분 핸드폰도 사용하지 않고, 일상의 많은 불편을 감수하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피해자들도 있습니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해 1인 시위를 하는가 하면, 전시회를 열거나 책을 발간하면서 사회적 관심에 호소하기도 하는데요.


이들의 목소리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피해자 / 23세

"피해자들이 불쌍하거나 이런 사람들이 아니고 되게 멋진 사람들이라고 보거든요. 그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난 사람들이기 때문에 같이 어우러져서 생활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이혜정 앵커 

피해가 시작되는 연령이 굉장히 어립니다. 


오죽하면 피해 아동들이 이게 범죄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있어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진태희 기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오빠나 아빠, 사촌 등에게 친족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어린아이들의 글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유아기엔 성추행으로 시작돼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강간으로 확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조기 대처가 중요한데요. 


실제 현장에서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상담소 관계자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김혜정 / 한국성폭력상담소장

"여성폭력 긴급전화 1366 같은 데 도움을 요청하셔도 되고요. 직접 쉼터나 상담소에 전화로 상담을 하시는 것도 무료로, 비밀로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도움 시도가) 한 번 실패가 되면 오랫동안 또 몇 년이 좌절된 채 지나가기도 하거든요. 그러나 이제 제도와 꼭 연결이 되셨으면 좋겠고…."


이혜정 앵커 

마지막으로 정부 안전망은 어떻게 되어야 할 지 짚어볼까요?


진태희 기자

앞서 친족 성폭력 피해아동 보호쉼터를 퇴소한 청소년들이 받는 자립 지원이, 다른 시설을 퇴소한 아동에 비해 열악하다고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저희가 취재를 시작하자, 여성가족부는 퇴소 청소년이 자립 지원관과 연계될 수 있도록 쉼터에 안내하겠다고 답변해왔습니다. 


하지만 매달 30만 원 수준의 자립 지원 수당은 받지 못하는 등 여전히 지원이 열악합니다. 


가족과 단절되는 친족 성폭력 특성상, 어느 누구보다 자립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 관계 부처의 개선 노력이 중요합니다. 


이혜정 앵커 

네, 피해 아동들을 위한 치유 인프라, 가정과 분리되더라도 머물 수 있는 공간과 인력 지원, 이런 것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진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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