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객열전] 당구계의 당찬 '젊은피' '임성균'

홍성완 기자 2022. 7. 1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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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사관학교 매탄고의 깃발 드높일 기대주
프로당구 선수 임성균이 스트로크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지난 1월 열린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이 있다. 연승 행진을 벌이던 세계 최강 프레드릭 쿠드롱(웰컴저축은행) 선수를 상대로 패기로 맞서며 1세트를 따내 당구팬들의 뇌리에 각인된 선수. 바로 1996년생 신예이자 한국 프로당구의 기대주로 자리를 잡은 임성균(26.TS샴푸‧푸라닭히어로즈) 선수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임성균은 당구 명문학교로 꼽히는 매탄고등학교 출신이다. 세계 정상급 기량을 과시하는 김행직(전남당구연맹)•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 선수를 비롯해 PBA의 선지훈•고준서•김준태 선수 등을 배출한 곳이다. 

임성균은 또 아시안게임 최초의 금메달을 획득한 황득희(PBA) 선수의 조카이기도 하다. 황득희가 고모부이다. 아버지도 당구장을 운영하는 등 당구로 엮인 집안 내력을 이어받아 PBA의 대표적인 '젊은피'로 떠오른 임성균의 당구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 쿠드롱과 패기 넘치는 대결로 존재감 과시

임성균이 당구장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권유로 처음 당구를 시작했다. 공부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친구들과 노는 일에만 열중하는 모습을 본 아버지의 결단이었다. 그때가 중학교 3학년인 2011년도였다.

"아버지께서 뭔가를 강요하시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런데 어느 날 학교 방과 후 집에 들어오니 저에게 당구를 쳐보라고 권유를 하셨어요. 저는 사실 별로 관심이 없어서 바로 거절했죠. 그런데 30분 넘게 설득을 하시더라고요. 결국 못 이긴 채 한 일주일 하다가 그만둘 생각으로 권유를 받아들였습니다. 정말 일주일 동안 세 큐 정도 치면 핸드폰만 들여다 보는 패턴을 반복했어요. 솔직히 그때는 당구가 너무 재미없었거든요."

당구에 흥미를 갖지 못한 그에게 반전의 계기가 왔다. 아버지에게 당구를 배우던 '동네 형'과 친해지면서 서서히 당구의 매력에 빠져든 것이다. 그에게는 그 선배가 본격적인 당구 입문의 계기가 된 스승이기도 했다.

프로당구 선수 임성균이 스포츠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임성균은 당구사관학교로 불리는 수원 매탄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꾸준히 실력을 키워 갔다. 자연스럽게 대한당구연맹 선수로 등록한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군 복무를 마친 뒤 PBA 2부리그인 드림투어에 뛰어들었다.

"2019년에 PBA가 출범한다고 했을 때 솔직히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계속 연맹에 남아 있을 것인지, PBA로 갈 것인지 정말 많이 고민을 하다가 결국 PBA에서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해 보기로 결정했어요."

임성균은 2년의 절치부심 끝에 큐스쿨을 거쳐 1부 리그에 합류했다. 1부 리그로 올라왔지만 그를 알아보는 당구팬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철저한 무명의 임성균이 강한 인상을 남긴 대회가 바로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이다. 

임성균은 128강에서 박한기 선수를, 64강에서 글렌 호프만 선수를 격파하고 16강전까지 거침없이 질주했다. 8강에서 만난 상대는 '난공불락'의 쿠드롱 선수였다. 그는 1세트에서 쿠드롱과 접전을 벌인 끝에 15대14로 1세트를 가져가 파란을 일으키는 듯했으나 이후 3세트를 내리 내주면서 탈락했다. 비록 패배했지만 임성균이라는 이름을 각인시켜준 패기를 보여줘 당구팬들의 관심을 끄는 계기가 된 경기였다.

"그날 경기에서 지긴 했지만 저한테는 가장 기억에 남아요. 쿠드롱 선수가 롤모델이자 우상이기도 했고요. 당구를 처음 칠 때부터 완전 저의 영웅이었거든요. 그런 선수와 경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죠. 그래서 경기 전에는 많이 떨렸어요. 그런데 막상 쿠드롱 선수와 대면하고 나서는 별로 안 떨리더라고요. 잃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또 롤모델과 경기를 한다는 생각에 그냥 한 수 배우고 오겠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다 보니 긴장이 자연스럽게 풀어졌어요."

21-22시즌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8강 프레드릭 쿠드롱과의 경기.(위) 대한당구연맹 소속 시절 모습.(아래) (사진제공=임성균 선수,PBA, LifeTimePhoto)

갑자기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것이 부담이 됐는지 지난 6월 열린 2022~2023 시즌 개막전 '블루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에서는 아쉬운 결과를 낳았다. 64강에서 만난 다비드 사파타(30•블루원리조트)를 상대로 승부치기 끝에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임성균을 제압한 사파타는 준결승에서 26연승을 달리던 쿠드롱을 물리치는 파란을 일으키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임성균은 사파타와의 경기를 회상하면서 짙은 아쉬움을 내비쳤다.

"사파타 선수와의 경기에서 결정적인 순간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실수를 연발했어요. 1세트도 칠만한 공들을 몇 번 놓치고 4세트에서도 3뱅크를 놓친 게 컸거든요. 잦은 실수로 경기를 내어주다 보니 지금까지도 아쉬움이 남아요. 더 잘했어야 했는데…."

임성균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젊음'이다. 이는 사파타 선수와의 경기를 패하고 나서도 연습을 통해 이를 만회할 기회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임성균은 부담감을 갖지 않으려는 자신의 장점을 알고 충분히 활용할 줄 아는 영리한 선수였다.

"실수를 할 때마다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지만 정신적으로도 타격이 커요. 그래서 지금은 실수를 최대한 줄이려고 연습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일단 다른 선수들보다 나이가 어린 편이라는 건 기회도 많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선배들과 붙었을 때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덜하거든요. 예를 들어 선배들 입장에서는 '나는 이겨도 본전인데'라는 생각이 들테지만 저는 아무래도 그런 부분에서 부담이 덜하죠."

◆ 고모부인 황득희 선수 도움으로 일취월장

최근 임성균에게 가장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이는 황득희 선수다. 황득희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3쿠션 부문 금메달을 획득해 한국 최초이자 유일한 아시안게임 당구 금메달리스트로 기억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PBA에서 선수위원장을 지내고, 현재 선수 생활을 이어가면서 후진 양성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임성균은 황득희의 조카다. 황득희는 엄격한 스승이자 자상한 고모부로서 훌륭한 멘토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임성균이 당구 선수로 활동하는 데 든든한 뒷받침이 되고 있다.

"지난 시즌부터 황 프로님에게 정말 많은 도움과 가르침을 받고 있어요. 특히 훈련하는 방식이나 정신적인 부분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해주세요. 황 프로님한테 배우면서 '내가 지금까지 당구를 하면서 연습했던 건 연습이 아니었구나. 그저 공놀이를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시합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상황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마음가짐이나 상황 대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이 조언해 주시거든요. 그리고 프로생활을 위한 생활 루틴이나 훈련하는 방식도 알려주는데 확실히 경기력에서 차이가 나더라고요. 황 프로님이 아니었으면 제가 지금 이렇게까지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지금 저에게 가장 큰 스승이시자 은인이시죠."

황득희 선수의 가르침과 함께 임성균이 최근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체력관리다. 호리호리한 체격의 임성균은 체중과 근력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 체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리고 힘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고요. 경기를 할 때 큐 스피드의 힘이 부족하다는 걸 제 스스로 느꼈거든요. 그래서 두 달 전부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너무 마른 편이라 우선 살을 찌우려고 노력 중인데, 운동보다 먹는 게 더 힘들어요. 하루에 다섯 끼니를 먹거든요. 체중을 늘리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프로당구 선수 임성균이 스포츠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 또 다른 도약의 기회…생각도 못한 팀리그 합류

임성균은 최근 김임권 선수와 함께 'TS샴푸‧푸라닭 히어로즈'에 입단했다. 기존의 TS샴푸히어로즈가 푸라닭 브랜드와 연계해 새롭게 거듭난 팀이다. 이에 하반기부터 김종원, 김남수, 이미래, 용현지 선수 등과 함께 팀리그를 치르게 된다.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고준서 선수한테 연락이 왔어요. 기사를 캡처한 걸 보내줬는데 드래프트 명단이 나온 기사였어요. 그때 처음 알았죠. TS삼푸 팀에서 절 뽑아줬다는 걸요. 너무 기뻤습니다. 팀에 들어가고 싶었고 그게 목표였거든요. 그런데 이제 시작인 거 같아요. 여기서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1부투어 잔류보다 팀리그에서 잔류하는 게 어떻게 보면 더 큰 목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많이 미흡한데 팀에 민폐 끼치지 않고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런 부분에서 좀 부담이 있는데 빨리 떨쳐내야죠."

임성균 같은 젊은 선수에게 팀리그에 발탁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안정된 여건에서 훈련에 매진할 수 있고 팀원으로 소속된 동료 선후배로부터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황득희 선수에게 코치를 받으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것처럼 팀리그 참여를 계기로 다시 한 번 도약을 꿈꾸고 있다.

"팀 분위기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용현지 선수가 그렇게 활달한 지 처음 알았어요. 너무 분위기를 잘 살리더라고요. 김종원 선배도 너무 재밌으시고요. 아무래도 또 팀이 국내 선수들로만 구성돼 있다 보니 소통이 상대적으로 잘되는 부분도 있어요. 그리고 이번에 다 같이 모였을 때 연습 경기를 했는데 벤치에서 서로 상의도 하고 조언도 해주고 하니까 정말 좋았어요. 한 자리씩 하시는 선배들과 동료들한테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임성균는 아직까지는 우승에 대한 목표보다 더 배우려는 마음이 강하다. 그렇기에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큰 경기를 많이 하는 게 우선적인 목표다.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사파타 선수와의 경기에서도 그런 부분들이 많았어요. 사파타 선수는 정말 침착했거든요. 박빙으로 흘러가는 시합에서 확실히 정신적으로 강한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면에 저는 실수가 많았고요. 그래서 우선 구체적인 목표보다는 좋은 성적 내면서 1부리그에 잔류하고 싶어요. 2부리그하고 1부리그는 확실히 다르거든요. 꾸준하게 순위를 유지하면서 많은 경기를 치르고 경험을 쌓고 싶습니다. 또 4강 이상 무대에는 한 번 오르고 싶어요. 아직 저는 배워야 하는 나이니까요. 그리고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제가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복 없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26세의 젊은 나이로 선수 생활을 이어 가는 그에게는 주변의 도움이 고마울 따름이다. 가족의 응원은 물론 주변의 후원 때문에 훈련만 매달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어서다..

"당구를 권유하고 지금도 계속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주시는 아버지께 우선 고맙다고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믿고 뽑아주신 장기영 TS샴푸 대표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야죠. 그리고 항상 아낌없는 후원과 격려를 해주시는 오경희, 김용철 DS빌리어즈 대표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많이 신세를 진 황득희 프로님께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

프로당구 선수 임성균이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seongwan62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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