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비 높여라"..車업계, 전기차 '다이어트' 나섰다
주행 거리·안전성도 높아져
현대차·기아, 현대제철 손잡고
초고강도 '핫스탬핑' 기술개발
목표는 전기차 무게 10% 감량
같은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기아 '스포티지' 가솔린 모델의 공차중량이 1525㎏인 반면 그와 비슷한 크기인 EV6 무게는 300㎏이나 더 무거운 1825㎏이다. EV6보다 전폭(양옆 폭)은 더 크지만 전장(앞뒤 길이)이 짧은 현대자동차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의 무게는 무려 1920㎏. 역시 일부 주차빌딩에는 진입할 수 없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다이어트'에 나섰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무게는 줄이기 힘들어도 다른 부품을 신소재로 경량화해 차량 무게를 감소시키는 데 주목하는 것이다. 공차중량이 줄어들면 기존 가솔린 차의 핵심 선택 기준인 '연비'와 같은 '전비'도 좋아지기 때문에 소비자 선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무게가 가볍고 전비가 올라가면 전기차를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인 완충 후 주행가능 거리도 그만큼 길어진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전기차 등 친환경차 경량화를 위해 '핫스탬핑' 부품 적용률을 높이기로 했다. 기존 핫스탬핑 공법에 변화를 줘가며 차체 경량화와 강성 높이기에 나섰다.
핫스탬핑 공법은 가열로에서 강판을 섭씨 900도 이상 고온으로 가열한 뒤 금형에 넣고 급속 냉각해 부품을 제작하는 방식이다. 현대제철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기초소재연구센터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가열로 온도를 50도 이상 낮춘 특화공법을 개발해 부품 생산에 적용했다. 이렇게 탄생한 1.8㎬(기가파스칼·강성 크기) 초고강도 핫스탬핑강은 차량을 가볍게 할 뿐 아니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기존 1.5㎬ 핫스탬핑강보다 인장 강도는 20% 올리면서 부품 무게는 10% 줄이는 경량화 효과를 낸다.
현대차 관계자는 "단순히 소재가 가벼워졌다고 해서 경량화라고 부르지 않는다"며 "가벼워진 만큼 튼튼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야 진정한 경량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핫스탬핑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차체와 부품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 무게 감소로 전기차의 부드러운 주행감이 줄어드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현대차 측은 "차량 무게가 가벼워지면 오히려 핸들 조향 능력이 좋아진다는 국내외 다수 실험 결과가 있다"며 "무게와 주행 안전성은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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