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K팝 활동 시스템 변화 필요 [K팝 아이돌 시스템 진단]②

김현식 입력 2022. 7. 15.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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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번아웃' 고백에 파장
K팝 호황기 속 강행군 아이돌 증가
"패턴·속도 변화 필요" 목소리
방탄소년단(사진=빅히트뮤직)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K팝 시장이 글로벌화 흐름을 타고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는 상황 속 아이돌 그룹에 속한 가수들의 기존 활동 패턴과 속도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눈앞의 성과만을 좇으며 새 앨범을 쏟아내는 초고속 강행군을 지속할 경우 ‘번아웃’(탈진)을 호소하는 아이돌이 잇따를 것이란 우려에서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해외 가수들이 충분한 공백기를 가지며 음악 활동을 이어가는 반면 K팝 아이돌 가수들은 상대적으로 앨범 발매가 빈도가 잦고 음악방송, 예능, 유튜브 등 부가 활동까지 병행해야 하다 보니 피로도가 훨씬 높다”며 “활동량과 속도를 줄이는 고민을 해봐야 할 때”라고 짚었다.

최근 방탄소년단은 아이돌 가수들의 피로도 가중 문제를 화두에 올렸다. 이들은 지난 14일 공개한 ‘방탄 회식’ 영상을 통해 ‘번아웃’을 겪고 있음을 고백하며 팀 음악 활동을 잠시 멈추고 개인적 성장과 숙성을 위한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다. 계속 뭔가를 찍어내다보면 성장할 시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를 두고 방탄소년단이 활동 주기 및 속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찾아온 역대급 K팝 호황기 속 최정상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강행군을 이어가다가 숨 고르기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후 9년간 정식 개별 활동 없이 팀 활동에 전력을 쏟았고, 최근 2년 동안에는 미국 빌보드 차트 공략에 맞춘 이지 리스닝 팝 음악을 연달아 내며 음악 정체성도 희미해졌다.

음악 프로듀서 겸 제작자인 라이언전은 “톱 아이돌 반열에 오른 뒤 숨 쉴 틈 없이 활동하며 육체적인 고통과 마음의 병을 동시에 호소하는 이들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밸런스가 깨지지 않으려면 부와 명성을 쌓는 데 성공한 이들에게 개인적 여유와 성장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톱 아이돌 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다. K팝의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대다수 팀들의 활동 주기와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추세다. 역대급 음반 호황기 속 앨범 활동을 마친 이후 한두달여 만에 또 다른 앨범을 내고 활동을 재개하는 ‘초고속 컴백’ 전략을 택하는 팀이 즐비하다.

일각에서 음악이 아닌 매출 증대에 초점을 맞춘 양산형 앨범을 찍어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물 만난 김에 노 저으려 하는 기획사들이 대부분이다. 이 가운데 엔데믹 시대를 맞아 해외 투어까지 재개돼 아이돌 가수들의 피로도가 한계치로 치닫을 것이란 우려 목소리가 커지는 중이다.

한 가요기획사 대표는 “아이돌 제작은 기본적으로 돈이 많이 들어가는 비지니스다. 계약 기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다보니 끊임 없이 활동을 시킬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특히 주주들을 신경써야 하는 입장인 상장사들의 경우 지속적인 활동에 대한 압박이 더 심하다”고 말했다.

변화를 위해선 ‘원 팀’ 중심의 초고속 활동 시스템에서 탈피하고, 각 멤버의 개성과 정체성을 살리기 위한 팀 활동 휴지기를 갖는 게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획사, 가수, 팬들이 뜻을 모아야 ‘아이돌’에 대한 기존의 틀과 고정 관념을 깰 수 있다고 말한다. 각 멤버의 개별 활동을 팀의 성장 속도를 저해하고 팬덤 분열을 유발하는 일로 여기는 제작자와 팬들이 여전히 존재해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의 ‘번아웃’ 고백은 K팝 시장이 또 한 차원 진화해야 할 시기와 마주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탈퇴나 해체와 같은 극단적인 이슈가 아닌 지속가능성에 대한 화두를 던진 것이란 점에서 보면 생산적인 논의와 결과로 연결할 여지가 있다”고 평했다.

김현식 (ssi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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