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깡통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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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서 집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사글셋방(월세)에서 시작해 알뜰살뜰 모아 내집이라도 마련하는 건 대다수 서민의 꿈이었다.
전세는 자기 집을 갖기 전 거쳐가는 일종의 경유지였다.
집을 살 여력이 없는 서민들이 적은 목돈으로 안정적 주거환경을 갖출 수 있는 우리만의 독특한 주택임대차 방식으로 한때 외국인들이 부러워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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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전세시장에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경고등이 켜졌다. 통상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80%를 넘으면 깡통전세 위험성이 커진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66.3%였지만, 수도권·광역시를 제외하면 75.4%로 껑충 뛴다. 일부 지방에선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추월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올 들어 6월까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가 1595건, 금액은 3407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2019년 3442억원에서 지난해 5790억원으로 급증하더니 올해는 6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태세다.
전세는 서민들의 주거상승을 위한 ‘사다리’라는 순기능과 함께 부동산 폭등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받는다. 차익을 목적으로 매매가격과 전세금 간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갭(gap)투자’는 대출규제, 세제강화 등 각종 부동산 대책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심심하면 터져나오는 전세사기 사건 대부분은 갭투자와 연관돼있다.
임대차 시장 불안이 무주택자들의 주거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금이 30% 이상 올랐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사상 첫 금리 ‘빅스텝’ 단행으로 전세자금 대출 금리 부담까지 커지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서울과 전국에서 아파트·주택 월세 비중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3%포인트, 10%포인트 상승했다. 여기에 전세가격 상승으로 월세 인상폭도 가팔라지고 있다. ‘젊어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고 하면 꼰대처럼 비쳐질지 모르지만 최근 주거트렌드가 저소득층·청년층에겐 너무 가혹하다. 전세가격 상승과 월세화는 이들이 가진 가처분소득마저 약탈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여기에다 깡통전세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시장을 이길 수 없다지만 저소득층·주거약자를 위한 대책은 꼭 있어야 하겠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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