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의마음치유] 나이 들어도 늙지 않는 비결

2022. 7. 14.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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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룰 만큼 이루고, 가질 만큼 가졌는데도 "따분하고 지루하다. 사는 게 무의미하다"고 했다.

고통은 없지만 기쁨도 사라진 것 같았다.

꽃이 피면 꽃만 보고 예쁘다,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떨어진 꽃잎은 어디로 사라져갈까' 하고 마음속으로 그려본다.

학교에서도 시험 만점 받는 법을 가르칠 게 아니라 학생들이 제 스스로 호기심을 일으키고, 그것을 충족시키고, 또 다른 호기심으로 이어가는 법을 터득할 수 있게 도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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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한 관심 사라지면 삶이 따분해져
숫자가 아니라 호기심의 강도가 나이 결정
이룰 만큼 이루고, 가질 만큼 가졌는데도 “따분하고 지루하다. 사는 게 무의미하다”고 했다. 고통은 없지만 기쁨도 사라진 것 같았다. 작은 창문 하나를 가진 네모난 진료실에서 우울하다, 불안하단 이야기를 오전 10시부터 저녁까지 들어야 하는 내 처지와 비교하면 그의 삶이 월등히 나아 보이는데도 말이다. ‘아, 인생은 아름다워!’라고 느끼기 위해서는 삶의 조건을 초월하는 또 다른 뭔가가 분명 필요한 것이다.

기호와 가치관에 따라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이런 종류의 괴로움에 시달리는 가장 흔한 이유는 호기심이 증발했기 때문이다. 세상을 향한 관심이 사라진 게 불행의 원인이었다. 그들의 표정을 읽어 나가다 보면 세월이 흐르고 갈망하는 걸 손아귀에 쥐더라도 탐구심만큼은 절대 내려놓아선 안 되겠구나, 라고 깨닫게 된다.

다른 이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신문을 읽을 때 나는 거대한 정치 담론이나 사회를 관통하는 트렌드 기사보다 해외토픽이나 소소한 미담에 눈길이 더 쏠린다. 신기한 가십을 보면 눈이 동그래진다. 카페에 가면 창가 자리에 앉아 길을 걷는 사람들의 표정과 옷차림, 걸음걸이를 보면서 그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고 마치 소설가가 된 것처럼 상상해본다. 꽃이 피면 꽃만 보고 예쁘다,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떨어진 꽃잎은 어디로 사라져갈까’ 하고 마음속으로 그려본다. 지구에 사는 동안 육안으론 절대 볼 수 없는 달의 이면을 보려고 애쓰는 사람처럼 말이다.

세상 재미를 쫓는 내 나름의 또 다른 방법은 음악 발굴이다. 세상 곳곳에 흩어진 진귀한 노래들을 손가락만 까딱하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귀가 밝아지는 소리를 발견하면 황금을 얻은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뮤직앱에 어떤 새로운 곡이 발매됐을까, 하고 궁금하다. 요리를 하더라도 정해진 레시피를 따르지 않고 기분에 따라 소금을 조금 더 치기도 하고, 때론 덜 넣는다. 고춧가루 대신 핫소스를 뿌려 보기도 한다. 맛이 실망스러울 때도 있지만 한 끼 재밌는 식사를 했다 치면 된다. 보고 듣고 느끼는 세상이 감각 통로를 통해 들어와 뇌 구석구석까지 닿을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 익숙한 것만 통과하지 않도록 감각 통로를 사방팔방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일을 그르쳤을 때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호기심을 키워보자. 실패에 주눅 들지 말고 “이번 일로 무엇을 배웠나?” 하고 궁리해 보는 거다. 깨달음을 얻었다면 좌절 경험은 귀중한 데이터가 된다. ‘덜 익고 엉성한 나의 정체성을 무엇으로 채워나갈까?’라고 구상할 줄 아는 이는, 보탤 것 없이 완벽한 이보다 미래가 점점 충만해질 테니 더 행복한 사람이다. 학교에서도 시험 만점 받는 법을 가르칠 게 아니라 학생들이 제 스스로 호기심을 일으키고, 그것을 충족시키고, 또 다른 호기심으로 이어가는 법을 터득할 수 있게 도와야 하지 않을까.

미지의 삶은 불안하다. 하지만 모르기 때문에 재밌는 것이다. 무지의 인식이 기쁨을 끌어당긴다. “내 인생에 앞으로 무엇이 더 찾아올까?”라고 궁금증을 키울수록 (행복은 보장 못하지만 적어도) 불행은 덜 느끼게 막아준다. 숫자가 아니라 호기심의 강도가 나이를 결정한다. 아무리 젊어도 ‘더 알고 싶어!’라는 욕구가 희석됐다면 이미 노인이다. ‘세상이 불확실하고 잘 모르는 것투성이라 불안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당신이 여전히 청춘이란 증거다.

김병수 정신건강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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