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타우로스' 지역 감염 시작된 듯.. 해외 안 나갔던 60대 첫 확진
오미크론 하위 변이 중 전파력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진 BA.2.75 변이가 국내에서 처음 확인됐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 재택치료 중인 인천 거주 60대 A씨 검체를 분석한 결과 BA.2.75로 파악됐다고 14일 밝혔다. 국내 첫 감염 사례로, 감염 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방역 당국은 A씨가 감염 가능 기간에 해외에 다녀온 적이 없는 점에 미뤄 BA.2.75 국내 지역사회 전파가 이미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당국은 A씨 접촉자를 대상으로 감염 경로에 대해 심층 조사를 벌이고 있다.
BA.2.75는 올 초 국내외에서 코로나 팬데믹을 일으킨 원조 오미크론(BA.1)과 일종의 형제 관계인 스텔스 오미크론(BA.2)에서 파생한 세부 변이다. 지난 5월 26일 인도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이후 인도 내 검출률이 한 달 만에 51.35%(6월 27일 기준)까지 치솟을 만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4일 현재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독일, 일본, 뉴질랜드 등 10국에서 119건이 발견됐다. 현재 국내에서 빠르게 세를 불리는 BA.5보다 전파력이 3배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이는 ‘켄타우로스(Centaurus)’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그리스 신화 속 켄타우로스는 상반신은 인간이고 하반신은 말인 괴물이다. 미 경제 주간지 포브스는 “신화 속 반인반수(半人半獸)로 불린다는 건 이 변이가 이전 변이와는 매우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스파이크 단백질은 인체 세포 표면과 가장 먼저 닿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 변이가 일어나면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침입하기 더 쉬워지고, 이 때문에 전파력은 더욱 세진다. BA.1보다 전파력이 30~50% 강한 ‘스텔스 오미크론’ BA.2가 스파이크 유전자 변이를 28개 갖고 있는 데 비해 BA.2.75는 그보다 8개를 더(36개) 장착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그만큼 효과적으로 세포와 결합하고, 백신 접종이나 자연 감염으로 형성된 항체를 피할 수 있어 돌파 감염이나 재감염 위험이 높다. 미국 의학연구기관 스크립스연구소 에릭 토폴 소장은 “BA.2.75가 우려되는 점은 현재 유행 중인 BA.5를 뛰어넘는 추가 변이가 확인됐다는 것”이라며 “이 변이는 더 높은 면역 회피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아직 확산 초기여서 다른 오미크론 하위 변이와 비교해 중증 증상을 더 심각하게 유발하는지 등 명확히 밝혀진 특성은 없다. 현재 인도에선 감염자들이 대체로 무증상이나 경증을 보인다고 현지 언론이 전한다.
현재 우리나라 코로나 유행 추이는 심상치 않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등이 후원하는 코로나19 수리모델링 태스크포스(TF)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감염재생산지수가 30% 증가할 경우 하루 확진자 수는 2주 뒤인 오는 27일 8만1267명, 4주 후인 다음 달 10일에는 28만8546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국대 정은옥 교수팀은 2주 뒤 5만6489명, 4주일 뒤에는 13만2509명을 예상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팀은 지금과 같은 수준의 감염 전파율을 토대로 4주 뒤 신규 확진자를 8만명대로 내다봤다.
기존 오미크론 대비 감염 전파력이 강한 BA.5의 국내 검출률이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가운데 나타난 BA.2.75는 확진자 증가세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을 향한 방역 전문가들 의견도 엇갈린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위원장(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은 “이번 겨울만 잘 넘기면 내년부터는 훨씬 다른 세상에 살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했지만, 불과 이틀 만에 새로운 변이가 튀어나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내년 봄 엔데믹이 올 것”이라고 했다. “아마도 이번 유행은 지난 2~3월의 (확진자) 60만명까지는 안 갈 것이고, 많아야 20만~30만명 정도 될 것이며, 내년 봄 또 유행하게 되면 10만~20만명 생기면서 점진적으로 봉우리가 낮아져 엔데믹이 되지 않을까 예측한다”는 것이다. 반면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는 6개월마다 변이를 통해 생존을 꾀하고, 인류는 그에 맞서 백신·치료제라는 무기를 생성해냈지만 아직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가는 도상에 있는 것일 뿐 엔데믹이 내년에 올지, 과연 오기나 할지도 확신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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