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원팀'이 이룬 쾌거..다 계획이 있었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
“뒤늦은 ‘참전’에 걱정 많았지만
‘원팀’ 덕에 빠른 압축 개발 성공”
2022년 6월29일,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이 세상에 나왔다. SK바이오사이언스(주)가 개발한 ‘스카이코비원멀티주’는 이날 당국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정부는 지난 1월 스카이코비원멀티주 1000만회분 선구매 계약을 맺었다. 예상보다 빨리 코로나19 재유행이 다가오면서 연내에 국산 백신을 접종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경기 성남 판교에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소에서 만난 안재용 사장은 2020년 1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참전’해야 할지 고민하던 때를 떠올렸다.
“긴급회의를 소집해 연구소에 질문했죠. ‘코로나19 백신을 만들 수 있습니까?’ 그랬더니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기술이 있어서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그럼 투자비가 얼마나 들어갈까요?’ 했더니 ‘최소 2000억(원) 정도’라고 해요. 그때 통장에 1000억(원) 있었어요. 다른 프로젝트에 투자할 알토란 같은 돈이었는데, 코로나19 개발에 참전하려니까 안 해야 하는 이유가 한 20가지 되더라고요. 코로나19가 갑자기 끝나면 어떡합니까? 세계적 기업들이 먼저 개발하면 어떡합니까?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말 그대로 전쟁이었다. 화이자, 모더나 등 세계적 제약사들은 신기술이라는 mRNA(메신저 리보핵산)로 무장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노바백스 등도 가세했다. 2020년 말부터 백신을 배포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이들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나라였다. 2020년 2월 시작된 자체 개발 시도가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연구진도 그 시간을 떠올렸다. “짧은 기간에 너무나 많은 일을 압축적으로 하면서 의사결정을 하고 불확실성과 함께 일했던 게 가장 힘들었어요.”(류지화 임상허가개발실장) “사용해야 하는 특수설비가 없어 동물실험을 하거나 임상분석을 할 때 설비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녀야 했죠.”(이수진 바이오2실장) 국산 백신을 만든 판교 연구소 5층에는 연구인력 160여명이 일하고 있다.
CEPI·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2450억원 지원 등 국제적 협업
추후 중저소득 국가도 지원 계획
다소 늦었다는 평가가 있지만 어쨌든 목표를 이뤘다. 안 사장은 영화 <기생충>의 대사를 패러디해 “우리 정부의 계획이 있었다. 그 아래 스카이코비원멀티주가 개발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품목허가를 발표할 당시 “기업과 정부와 연구소, 민간 전문가 등이 합심한 결과”라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임상시험을 지원하며 실패 가능성을 줄이려고 했다. 안 사장은 “‘원팀(One Team)’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팀엔 한국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감염병면역혁신연합(CEPI)과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도 들어간다. 이들이 개발비 약 2억1370만달러(약 2450억원)를 지원했다. 국제적인 협업으로 탄생한 백신인 셈이다. 그만큼 세계 보건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무도 지게 됐다. 먼저 국내에서 사용한 다음 중저소득 국가에 일정량을 공급해야 한다. 현재 협의 중인 국가가 있다고 한다.
잦아들던 코로나19 다시 확산세
정부, 1000만회분 선구매 계약
내달 국내 공급, 내년엔 수출도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오는 8월쯤 국내 공급, 내년 상반기쯤 해외 수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스카이코비원멀티주는 독감·B형 간염 등의 백신을 만들 때 쓴 전통적 제조법인 ‘합성항원’ 방식으로 개발돼 투약자들의 거부감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과 비교 실험한 결과, 예방효과를 내는 중화항체가 2.93배 높게 형성됐다. 또 2~8도 냉장 보관이 가능해 ‘콜드체인’(초저온 보관설비)이 필요한 코로나19 백신에 비해 수송과 보관 방법이 덜 까다롭다고 한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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