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서 번지는 '울트라 스텝'.. 세계경제 금리인상 요동

손진석 기자 2022. 7. 14.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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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로 자국통화 올려 '수입물가 잡기' 경쟁
캐나다 1%p 인상 단행, 美도 곧..
인플레 잡으려는 금리인상 행진
세계경제 침체 몰고갈 가능성 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물가가 41년 만에 9%까지 뚫고 치솟으면서 세계 경제에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인플레이션 불길을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이달 말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여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당장 캐나다가 움직였다. 13일(현지 시각)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1%로 발표된 지 몇 시간 후 캐나다중앙은행은 곧바로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2.5%로 1%포인트 올렸다. 올해 G7(주요 7국) 선진국 가운데 첫 번째 ‘울트라 스텝(1%포인트 인상)’이었다. 연준이 지난 5월 ‘빅 스텝(0.5%포인트 인상)’, 6월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으로 세계 금융시장을 놀라게 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울트라 스텝’이라는 초강수가 등장한 것이다.

◇캐나다부터 ‘울트라 스텝’ 시작

1%포인트 넘는 금리 인상은 올 들어 남미·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 이뤄졌지만 이제부터 선진국에서도 시작됐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금리 인상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을 전망이다. 선진국들은 수입 물가를 낮추기 위해 자국 통화 가치를 높이려고 금리를 올리고, 신흥국들은 자본 유출을 방어하기 위한 ‘추격용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경쟁적인 금리 인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 세계 경제가 경착륙할 위험이 커지게 된다는 경고가 나온다.

공화당 랭퍼드 의원 “美 물가상승률, 바이든 정부때 크게 높아져” - 제임스 랭퍼드 미 상원 의원(공화당)이 13일(현지 시각) 의회에서 “조 바이든 정부에서 물가 상승률이 크게 높아졌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한 뒤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이날 미국 고용통계국은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9.1%로, 1981년 11월 이후 41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AP 연합뉴스

미국에서는 연준이 9%대 물가를 잡기 위해 오는 26~2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울트라 스텝’을 선택할 가능성이 대폭 커졌다. 12일까지만 하더라도 연준이 지난달에 이어 ‘자이언트 스텝’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13일 9.1%라는 6월 물가 상승률이 발표되자 분위기가 돌변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달 말 1%포인트 인상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미국 기준금리 변화를 예측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툴’은 14일 이달 말 연준이 ‘울트라 스텝’을 밟을 확률을 82.1%, ‘자이언트 스텝’을 선택할 확률을 17.9%로 내다봤다.

연준에 이어 둘째로 영향력이 큰 유럽중앙은행(ECB)도 오는 20~2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11년 만의 금리 인상에 나선다. 지난 6월 초 ECB는 7월에 0.25%포인트를 올리겠다고 했지만 이달 초 발표된 6월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국) 물가 상승률(8.6%)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더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 영국중앙은행도 작년 12월 이후 5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했다. 뉴질랜드도 13일 ‘빅 스텝’을 밟았다.

◇주요국 ‘금리 인상 전쟁’ 벌이면 한국 경제 타격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경쟁이 펼쳐지면 세계 경제를 침체로 몰고갈 확률이 커진다. 한국 경제도 타격을 입게 된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큰 나라들의 소비 둔화로 한국의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앞으로 달러 강세로 엔저가 더 두드러지는 경우에도 우리 기업들은 수출 가격 경쟁력 저하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이 13일 사상 첫 ‘빅 스텝’을 밟았지만 미국을 비롯해 주요국 금리를 추격하기에는 역부족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올해 1분기 기준 1859조원으로 GDP(국내총생산)보다 많은 가계 부채가 한은이 공격적인 통화 정책을 구사하기 어렵게 만드는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들은 정부 부채가 많아 위기 시 정부 신용도로 버틸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경제 여건이 나빠지면 가계로 위험이 집중된다”고 했다.

가계 부채 규모도 문제지만 구조적으로 우리나라는 변동금리 비율이 높아 금리 인상 경쟁을 하기에 불리하다. 미국의 경우 올해 4월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94.1%가 고정금리였다. 연준이 금리를 단기간에 아무리 올려도 타격이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5월 기준으로 신규 가계 대출의 82.6%가 변동금리였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미국과 금리가 역전되더라도 0.5%포인트 이내를 유지해야 금융 시장이 버틸 수 있을 것”이라며 “금리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한은이 따라서 금리를 올리다 보면 이자 부담 증가에 따라 경기 둔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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