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에 뭐먹을까' 고민이라면 유래부터 알아보자
더운 날 개처럼 퍼진다는 뜻에서 ‘복날’
올해는 물가상승으로 보양식 고민 더해
올해 초복은 7월 16일이다. 중복은 7월 26일, 말복은 8월 15일이다. “복날에 개고기”는 옛말이지만, 여전히 ‘복날엔 기력 보충’이라는 인식이 강해 다가오는 복날을 기다리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정작 초복, 중복, 말복을 일컫는 삼복이 무엇인지 자세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복날의 복(伏)자는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있는 모양으로 여름철 무더위에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엎드려 퍼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삼복은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의 절기로 하지로부터 세 번째 경일(庚日)을 초복, 네 번째 경일을 중복이라 하며 입추 후 첫 번째 경일을 말복이라 일컫는다. 이 세 경일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와 맞물려 ‘삼복더위’라는 말이 생겨났다. 통상 초·중·말복 간격은 10일씩이지만, 종종 각 복날 간격이 20일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올해 중복과 말복이 그런 예이다.
그렇다면 복날의 유래는 언제부터일까. 중국 ‘사기’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진(秦)나라에서 음력 6~7월 사이 여름 제사를 세 번 지냈는데 이때 신하들에게 고기를 나눠줬다고 한다. 당시 백성들도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영양가 있는 음식을 챙겨먹었다는 점에서 이때부터 복날 문화가 유래되었다는 추측이 나온다.
‘삼복지간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라는 재미있는 속담도 있다. 그만큼 더위가 심한 삼복기간에는 몸의 기운이 쉽게 약해져 가벼운 밥알도 무겁게 느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조선시대부터 기운을 북돋아 주는 음식을 먹고 시원한 계곡이나 산으로 떠나 더위를 이기는 ‘복달임(복놀이)’을 해왔다.
복날에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제대로 복달임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전근대 시대에는 주로 복날에 ‘개장국’을 즐겨 먹었다. 조선시대 ‘동국세시기’를 보면 복날에 개장국을 끓여 먹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허준이 저술한 ‘동의보감’에도 “개고기는 오장을 편안하게 하며 혈맥을 조절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한다”는 효능이 나와 있다. 하지만 개고기 식용문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며 “복날에 개고기”는 이제 옛말이 되었다. 오늘날은 인삼, 찹쌀 등을 넣은 삼계탕을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닭과 인삼은 열을 내는 음식으로 따뜻한 기운을 몸속으로 불어넣어 지친 몸을 회복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올해는 닭고기 가격이 올라 삼계탕도 부담스러운 음식이 되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사이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시의 삼계탕 한 그릇 가격은 평균 1만 488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삼계탕 값이 1만 4077원에 비하면 5.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계탕 외에 복날 음식으로 대표적인 오리고기와 전복도 가격이 올랐다. 지난 8일 기준 오리의 kg당 평균 도매가는 4659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4177원)보다 11.5% 상승했다. 전복은 8일 기준 kg 당 평균 도매가 3만 7천 180원으로 지난해보다 6.7% 상승했다.
복날을 맞아 기력을 보충할 수 있는 다른 음식으로는 민물장어, 추어탕, 콩국수, 민어탕, 물회 등이 있다. 여름철 대표 과일인 수박과 참외도 무더위에 부족한 수분을 보충할 수 있다. 호텔업계에서는 초복을 앞두고 특색 있는 메뉴를 선보인다. 갈비탕에 전복, 산낙지, 수경삼을 넣고 끓여낸 ‘삼삼탕’, 아롱사태를 8시간 우려 만든 육수가 베이스인 ‘중국식 냉면’, 소고기 누룽지탕과 제철 민어 튀김, 중국식 전복냉면, 해삼요리 등으로 구성된 광둥식 코스요리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웨스틴 조선 서울의 조선델리는 초복을 맞아 백숙 모양의 ‘오곡 삼복빵’을 출시해 초복, 중복, 말복 기간에 한정 판매한다.
네티즌들은 “요즘은 보양식으로 대체할 음식이 많아서 꼭 삼계탕 안 먹어도 될 듯”, “삼계탕 너무 더워서 시원한 초계국수도 괜찮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박지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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