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코로나 재유행..수학여행 고민 되네
제주 1인 경비 50만원대
‘부산행’ 택하는 학교도
확진 늘면서 반대도 늘어
현장체험 대체·취소 고민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수학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전국 학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년 만에 재개된 수학여행이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고물가로 훌쩍 뛰어오른 여행경비 등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13일 충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청주의 A고등학교는 올해 10월 예정된 수학여행 장소를 제주에서 부산으로 바꿨다. 이 학교는 2019년까지만 해도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올해 장소를 변경한 이유는 학생 1인당 여행경비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도에는 수학여행 비용이 학생 1인당 30만~35만원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50만~55만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이 학교는 1학년 125명과 2학년 120명이 일주일 간격으로 수학여행을 간다.
이 학교 관계자는 “최근 고물가 사태가 이어지면서 비행기표 값과 제주도에서의 식사나 숙박비 등이 올랐다”며 “여행경비를 부담스러워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도 여행 수요가 많아지면서 단체 비행기표도 구하기 힘들어져 여행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수학여행을 현장체험학습으로 대체하는 학교도 있다. 청주 B고등학교는 코로나19로 2020년과 2021년 수학여행을 가지 못한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여행을 계획해 왔다. 이 학교 1~2학년 학생은 각각 250여명 정도다. 수학여행 대신 현장체험학습을 택한 이유는 학생·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반대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2학기 수학여행을 앞두고 1~2학년 학생·학부모를 대상으로 ‘수학여행을 숙박형으로 할지, 현장체험학습으로 대체할지’ 의견을 물었는데 30% 정도가 현장체험학습을 원했다”며 “수학여행을 가려면 학생·학부모의 80%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 현장체험학습으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훌쩍 뛰어오른 물가가 학생·학부모들에게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주의 C고등학교도 학생들의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올해 수학여행을 가지 않기로 했다. 이 학교가 수학여행을 가지 못한 건 3년째다. 대신 수학여행 일정을 교내 체험행사로 대체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생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해 올해 역시 수학여행을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의 D초등학교도 오는 10월로 잡혀있는 2학기 수학여행 취소를 검토 중이다. 이 학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1박2일 일정으로 전남·인천 등 다른 지역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확산으로 잠정 중단했다가 올해 재개하려 했지만, 코로나19 재유행 우려로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 학교 교장은 “9월 말까지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진다면 수학여행을 취소할 계획”이라며 “학생들의 기대가 컸던 만큼 학교장 입장에서도 아주 아쉽다”고 말했다.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물리적 거리두기 해제로 올해 초부터 학교들이 수학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며 “지금은 일부 학교가 취소 움직임을 보이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면 9~10월 수학여행을 앞두고 취소하는 학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삭·김태희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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