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시범개방 부지 지하수 관측정서 기름띠"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이홍근 기자 2022. 7. 14.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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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모니터링 자료
녹색연합이 지난달 19일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시범개방 부지 일대를 답사한 후 촬영한 사진. 단체는 특정 관측정의 고무마개를 열어보니 내부에 기름띠가 발견됐다(왼쪽)고 전했다. 또 관측정 뚜껑이 삭아 있거나 밀폐되지 않은 채 돌이 올려진 모습(오른쪽)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녹색연합 제공
관측정 밀봉 안 하고 방치
유해물질 외부 기화 가능성
“과거 유류 유출 사고 근거”
국토부 “처음 듣는 얘기”

정부가 지난달 시범개방한 용산공원 부지에서 ‘기름띠’가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름띠가 발견된 위치는 주한미군이 과거 지하수 관측을 위해 기지 안에 뚫어둔 것으로 추정되는 관측정 내부다. 관측정은 지하수 수위와 수질 변화 등을 관측하기 위해 시료를 채취하는 데 쓰이는 구멍이다. 환경단체는 정부가 오염된 부지를 정화하지 않은 채로 ‘졸속 개방’했다고 비판했다.

14일 녹색연합의 ‘용산공원 시범개방 부지 모니터링 자료’를 보면, 지난달 시범개방된 옛 주한미군 장군숙소 부지에서 발견된 복수의 관측정이 밀봉 처리가 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일부 관측정은 뚜껑이 벗겨진 상태로 나뒹굴었고, 관측정 내부가 모래나 시멘트로 메워지지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지난달 19일 현장을 방문한 토양오염전문가 김휘중씨(에아가이아 토양 및 퇴적물 환경복원 연구소장)는 “만일 관측정 입구가 열린 채 방치될 경우 외부 오염물질이 유입돼 토양 오염이 확산되거나 내부 오염물질이 외부로 기화할 수 있다”며 “관측을 마친 관측정 내부를 시멘트로 메우거나 외부에서 열지 못하게 밀봉해야 하지만 시범개방 부지에서 발견된 일부 관측정은 이런 마감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환경부도 이 같은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부처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저희도 환경조사 과정에서 기존에 뚫려있는 (미군 측이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관측정의 존재를 소수 확인했던 적이 있다. 아마 그것을 목격한 것 아닌가 싶다”며 “환경부가 (미군기지 오염도 조사를 위해) 뚫었던 관측정은 조사를 마친 후 모래로 되메움 작업을 완료해 현재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녹색연합은 장군숙소 부지에서 발견한 특정 관측정에서 기름띠까지 발견됐다고 했다. 단체가 찍은 사진에는 관측정 내부에 불투명한 기름띠가 육안으로 보일 만큼 차올라 있었다. 배제선 녹색연합 용산반환기지대응태스크포스팀 활동가는 “한 관측정의 고무마개를 열자 기름띠가 보였고, 짙은 기름 냄새도 났다”며 “이 관측정 고무마개 주변이 삭아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기름띠가 검출된 관측정) 내부에서 화학적 분해를 일으킬 수 있는 (유해) 기체들이 나와 고무마개를 훼손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녹색연합은 관측정에서 검출된 기름띠를 과거 주한미군기지에서 발생한 유류 유출 사고의 근거로 보고 있다. 장군숙소 부지의 오염도를 조사한 환경부의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이 구역에서 발생한 유류 유출 사고만 총 4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2건은 ‘심각’ 단계로 분류되는 대규모 사고로, 2002년 발생한 1136ℓ 유출 사고와 2004년 발생한 2339ℓ 유출 사고다. 배 활동가는 “오염된 반환기지를 정화하지도 않고 막연히 ‘안전하다’는 말만으로 공원 개방을 강행하는 정부의 태도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측정이 노출돼 있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다. 현황 파악 후 문제에 대응해야 할 것 같다”며 “(관측정을 이렇게 방치한) 원인자에게 조치하라고 해야겠지만, 원인자를 특정하지 못하더라도 방치해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주·이홍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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