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급성간염 원인은 아데노바이러스?
지난해 가을부터 세계적으로 발생한 원인불명의 어린이급성간염이 아데노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면역반응 이상으로 발병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2건의 연구결과가 나란히 발표됐다. 13일(현지시간)《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각각 발표된 미국과 영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내용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33개국에서 최소 920명의 원인불명 어린이급성감염 환자가 발생했다. 환자의 약 5%가 간 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중태였고 18명의 사망자가 보고됐다. 해당 어린이 중 상당수가 아데노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점에서 그 연관성이 점쳐졌을 뿐 명확한 이유가 규명되지 않았다.
2곳의 버밍엄에 위치한 의료센터의 추적 연구결과가 그 실마리를 제공했다. 미국 앨러배마주 버밍엄과 영국 버밍엄이다. 공교롭게도 두 버밍엄은 미국과 영국의 어린이급성간염환자가 집중 발생한 곳이다.
미국 버밍엄에 있는 앨라배마 소아병원은 2021년 10월~2022년 2월 5개월 동안 9명의 원인불명 어린이 급성간염환자가 발생했다. 미국 내 첫 사례였다. 9명의 어린이 중 8명의 혈액 샘플은 아데노바이러스에 양성 반응을 보였으며 그중 바이러스 게놈이 잘 보존된 5개의 샘플에서 아데노바이러스 41형이 확인됐다. 영국 버밍엄의 여성아동센터 소아간 이식센터는 2022년 1월 1일~4월 11일 같은 증세의 어린이 44명의 사례를 보고했다. 이중 13명이 입원했는데 예년의 어린이입원환자 1~5명을 훌쩍 넘어섰다. 아데노바이러스 검사를 받은 30명의 어린이 중 27명이 양성이었다. 영국 보건당국은 이 바이러스가 아데노바이러스 41형임을 나중에 확인했다.
아데노바이러스는 100여 종이 있는데 그중 50종이 사람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데노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대부분 구토, 설사, 결막염, 감기 증상에 그칠뿐 간염을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다. 드물게도 간염을 일으키는 경우는 지금까지 아데노바이러스 40형과 41형, 2종만 확인됐다.
미국 앨라배마대 버밍엄캐퍼스(UAB)의 헬레나 구티에레스 산체스 교수 연구진과 영국 버밍엄여성아동병원의 전문의인 차야라니 캘거리 박사 연구진은 각각의 지역 사례를 분석했다. 두 연구는 모두 아데노바이러스 41형이 그 원인균일 수 있다는 정황 증거를 제시했다. 두 연구에서 아데노바이러스 감염은 실험 대상 아동의 약 90%에서 검출됐다. 급성 간 기능 부전을 일으키거나 간이식이 필요한 중증의 아동은 경증 아동에 비해 혈액 내 아데노바이러스의 평균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났다. 구티에레스 교수는 "아데노바이러스가 주된 원인이라 생각된다"며 "이는 앨러배마주 사례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신호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은 확정적 증거라고 할 수 없다. 두 연구 모두 아데노바이러스에 감염된 아이들의 간세포에서 아데노바이러스의 단백질이나 입자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몇몇 아이들의 간 샘플에서 아데노바이러스 DNA가 발견됐지만 이 샘플은 간조직과 혈액이 뒤섞여 있어 그 DNA가 간에서 나온 것인지 혈액에서 나온 것인 불분명했다.
켈거리 박사는 "(아이들의 간에) 바이러스가 존재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간 샘플에서 바이러스성 손상의 여파는 확인됐다"면서 아마도 아데노바이러스 감염이 일부 어린이들에게 비정상적인 면역 반응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아데노바이러스 41형이 간에 직접적 손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반응이 간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두 논문의 연구진은 아데노바이러스가 변했거나 코로나19와 같은 다른 요인이 일부 어린이를 후속 아데노바이러스 감염에 더 취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봤다. 검사를 받은 어린이 중 28%가 코로나바이러스에 양성 반응을 보였고 38%는 코로나바이러스 항체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
2개의 논문은 각각 다음 링크(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2206294)와 다음 링크(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2206704)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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