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효력 실증된 적 없어" "범죄 예방 기능 커" 5시간 공방
국가의 생명권 제한 여부 쟁점
재판관들 ‘위헌 결정’ 가정해
문제와 파급 효과 집중 질문
대안 거론 ‘절대적 종신형’엔
대체 가능성·부작용 등 논의
사형제의 위헌성을 따지는 공개변론이 1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사형제가 위헌 심판대에 오른 것은 사상 세 번째이고, 2010년 이후 12년 만이다. 헌법소원 청구인과 법무부 대리인들, 참고인들은 5시간에 걸쳐 열띤 공방을 벌였다.
헌재는 이날 오후 서울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사형을 형벌 중 하나로 규정한 형법 제41조 1호와 존속살해죄에 대해 사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형법 제250조 2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공개변론을 열었다. ‘부천 부모 살해사건’으로 2019년 무기징역형이 확정된 윤모씨(34)가 검찰의 사형 구형에 반발해 낸 헌법소원 사건이다.
변론에서 청구인 측은 “법·제도와 국가 이전에 생명권을 국가가 함부로 침해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해도 사형은 생명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는 과도한 형벌이라는 것이다. 청구인 측 김형태 변호사는 “생명이라는 자연이 부여한 현상에 대해 국가가 관여할 수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국가가 생명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데 (국민은) 누구라도 동의한 적 없다”고 했다.
법무부 측은 생명권 역시 제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맞섰다. 법무부 측 대리인은 “헌재는 매우 예외적인 상황에선 국가가 개인의 생명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이미 설시했다”며 “사형제로 인해 불가피하게 침해되는 (범죄자의) 사익이 선량한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려는 공익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사형이 확정되는 사건은 극악한 ‘반인륜적’ 범죄에 한해 1년에 2건 정도에 그친다면서 유족의 울분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정의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형제를 유지할 경우 강력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지를 두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청구인 측은 사형제의 범죄 예방효과가 실증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인 허완중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태까지 인류는 사형제의 위하력에 대해 실증적으로 증명한 적이 없다”며 “헌법적 정당성과 관련되는 이런 부분을 국가가 입증하지 못한다면 사형제는 생명권을 침해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 측 대리인은 “사형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고려한 궁극의 형벌로, 범죄 예방 기능이 크다”고 했다.
재판관들이 참고인으로 직권 선정한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형제의 범죄 예방효과를 둘러싼 논의와 연구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고 교수는 해외 연구사례 등을 소개하며 “현재 시점에서 사형제의 범죄 억지력에 대해 실증분석에 따른 일반적 결론을 끌어내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사형제의 범죄 억지력을 규명하려면 통계적 분석을 비롯해 잠재 범죄자가 처벌 강도나 가능성, 처벌 사례 등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에 대한 다각적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변론에서 재판관들은 사형제에 위헌 결정을 할 경우 불거질 문제와 파급 효과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물었다. 헌재가 이번 사건에서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사형’이 포함된 법 조항 100여개에 어떤 효력을 미치는지 등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사형제 폐지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절대적 종신형’의 구체적 정의와 대체 가능성, 부작용도 다뤄졌다. 이석태 재판관은 “현재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만큼 다양한 입법을 고려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본다”며 “이 같은 부분을 비롯해 종합적으로 고려한 검토 의견을 서면으로 내달라”고 말했다.
헌재는 1996년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2010년 5 대 4 의견으로 사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정부가 1997년 12월30일을 마지막으로 25년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을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한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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