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치·외교적 판단이 '법적 처벌 대상' 되는지 쟁점[탈북 어민 '북송' 공방]
남한에 북한 주민 추방 요건·절차 담은 명시적 법률은 없어
탈북 어민 ‘귀순 의사 진정성’ 따라 보호·추방 ‘해석’도 분분
‘반국가단체’ ‘동반자’ 북의 이중적 지위, 법적 판단 영역으로
검찰의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의혹 수사는 문재인 정부의 정치·외교적 판단에 사법적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헌법과 법률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남한 정부는 북한을 국가로 대우한다. 이 간극에서 법적 갈등이 생긴 셈이다. 법무부는 헌법상 북한 주민도 ‘한국 국민’이라 추방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외국인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서 추방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1월 동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나포한 북한 어선 선원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북한으로 추방했다. 군 SI(특수정보)와 합동조사 결과 이들이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통일부는 “살인 범죄로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랬던 통일부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지난 11일 입장을 번복했다. 14일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법무부도 최근 답변서에서 “강제 퇴거 명령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남한에는 북한 주민 추방의 요건이나 절차를 규정한 명시적인 법률이 없다. 북한이탈주민법은 탈북민의 한국 정착 지원과 보호에 대한 법이다. 출입국관리법에 ‘강제 퇴거’가 있지만 외국인에게 적용하는 법이다. 한국 헌법은 북한을 한국 영토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북한 주민을 한국 국민으로 규정한다. 남한과 북한은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아 범죄인인도협약도 체결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는 탈북 어민의 ‘귀순 의사의 진정성’을 규명하는 것이 핵심이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들이 살인을 저지른 뒤 도피하다 남한 해군에 검거되자 귀순 의사를 밝혀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한다.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었다면 ‘외국인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 판단해 추방이 적법했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법학 박사)은 2020년 논문 ‘북한주민 송환 법제 개선에 관한 연구’에서 “한국의 보호를 받을 의사가 있더라도 진정한 의사로 볼 수 없는 북한 주민은 ‘외국인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 추방이 될 수 있다”고 적었다. 대법원은 2004년 11월 판결에서 “개별 법률의 적용 내지 준용에 있어서는 남북한의 특수관계적 성격을 고려해 북한 지역을 ‘외국에 준하는 지역’으로, 북한 주민 등을 ‘외국인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 규정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북한 어민들이 헌법상 한국 국민이기 때문에 살인에 대해서도 한국에서 재판을 받아야 했다고 주장한다. 선례가 있다. 수원지법은 2014년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협력해 탈북민을 보위부에 넘기는 약취·유인 범죄를 저지르다 귀순한 탈북민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북한 주민이 북한 내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 한국이 국내 형법으로 처벌한 첫 사례이다. 국민의힘은 어민 북송이 한국이 가입한 유엔 고문방지협약 위반이라는 주장도 편다. 민주당은 엽기적 살인을 저지른 흉악범들을 처벌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반박한다.
탈북 어민 강제 북송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외국에 준하는 지역’으로 대우해 범죄인을 인도한 정치·외교적 조치이다. 국민의힘은 북송이 당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남측 답방을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북한은 1991년 남한과 동시에 유엔에 가입하면서 국제법상 국가로 인정받았지만 유엔 내에서만 구속력이 있다.
남한과 북한이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한 이후 대법원과 헌재는 판례에서 북한을 ‘반국가단체’인 동시에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로 규정했다. 이번 검찰 수사로 북한의 이중적 지위에 대한 남한 정부의 태도가 사법적 판단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됐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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