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노동·페미니즘 전략 모두 존재감 상실"
"노동 중심성 확고히 해나가며 성평등 등 가치 접목 고민을"
정의당이 노동과 페미니즘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그간의 노동·페미니즘 전략 모두 한계를 드러냈다는 외부 평가가 14일 나왔다.
정의당 비상대책위원회 노선평가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존망의 기로, 정의당을 말하다’라는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노동과 페미니즘 관점에서 정의당의 문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논의했다.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를 두고 정의당 내에선 페미니즘 중심 활동이 문제였다며 노동 중심 정당으로 재창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노동이냐, 페미니즘이냐’라는 당 정체성 논쟁이 벌어진 상황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외부 전문가들은 정의당의 노동과 페미니즘 행보 모두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좌파정당이라면 좌파 이념과 정책이 있어야 하는데 존재감이 없거나 식상해졌다”면서 “독자적인 정책과 노선 없이 친더불어민주당 행보를 보이며 대안정당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김원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평등전략사업센터장은 “정의당의 여성 사업 비중은 최근 당내 성희롱·성폭력 대응에 치우쳐 있다”면서 “선거 때마다 여성정책 공약을 나열하고 젠더 관련 현안에 대해 개별 정치인이 메시지를 표명하는 것 외에 이렇다 할 정책 생산이나 입법 활동 자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노동 정체성을 강화하고 젠더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본부장은 “좌파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노동을 기반으로 여성과 청년 등으로 확장해가고, 정의당이 주도해 불평등과 기득권을 타파하는 좌파연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젠더화되는 사회 변화에 대한 각기 다른 요구를 혐오세력 또는 반페미니즘 집단의 준동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주장 이면에 있는 기대와 불안, 두려움을 분석하려는 시도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논란이 되는 이슈들을 재정의하며 조정 능력과 해결 의지를 보여주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영 비대위 대변인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노동과 페미니즘을 취사선택의 문제로 보면 안 된다는 데에 참석자들이 공감대를 이뤘다”며 “진보정당으로서 20년 전과는 다른 노동 중심성을 확고히 해나가되, 성평등과 소수자 인권, 기후위기 등 다양한 가치를 어떻게 접목시킬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은주 비대위원장은 간담회에서 “노동과 페미니즘은 갈라놓아서는 안 될 동지나 다름없는 가치”라며 “변화될 정의당이 그릴 노동과 페미니즘의 상은 무엇이 돼야 하는지 논쟁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정체성 문제를 논의하는 토론회를 잇따라 열고 노선 재정립 작업을 진행해갈 방침이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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