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폐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생명 vs 처벌' 헌재 결론은?
'흉악범은 사형에 처해야 한다.', '흉악범이라고 해도 국가가 생명을 빼앗을 순 없다', 시청자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십니까. 헌법재판소가 12년 만에 사형제에 대해서 공개 변론을 열었습니다. 앞선 두 번의 헌법 재판에서는 모두 사형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왔는데요.
이번에는 어떤 결론이 나올지, 먼저 박지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헌법재판소 앞에서 사형제 폐지를 외치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사형제를 폐지하라!) 폐지하라! 폐지하라! 폐지하라!]
사형제가 지난 1996년과 2010년에 이어 또 한 번 헌법의 심판대에 올랐습니다.
부모를 살해하고 1심에서 사형을 구형받은 A씨가 지난 2019년 사형제가 위헌이라며 헌법 소원을 낸 겁니다.
헌재는 앞서 두 차례 모두 사형제가 헌법에 부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헌법 재판관 9명 중 6명이 사형제를 반대해야 위헌이 되는데, 1996년엔 9명 중 2명, 2010년엔 9명 중 4명만 반대했습니다.
1996년엔 "예외적인 경우 공익을 보호하기 위해 생명을 빼앗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2010년에도 "생명권을 절대적 기본권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오늘(14일) 열린 재판에서도 쟁점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냐는 겁니다.
청구인 측은 헌법 조문을 들었습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닌다"고 했는데, 이는 생명을 침해하면 안된다는 뜻이라는 겁니다.
법무부 측은 "공공에 심각한 위협을 끼치는 범죄에 대해선 엄중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형제가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주장은 갈렸습니다.
청구인 측은 "사형제의 범죄 예방 효과에 대해 학문적 가설이나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다"고 했습니다.
법무부 측은 "교화의 목적뿐 아니라 사회악의 근원을 영구히 제거해 사회 방위의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나라는 25년 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됩니다.
헌재는 선고 일정을 잡은 뒤, 사형제에 대한 역대 3번째 판단을 내립니다.
[앵커]
저희 취재진은 사형수 33명을 인터뷰 한 형법 연구자를 만나봤습니다. 사형수들이 두려워하는 건 '죽음'이 아니라 '평생 교도소에 갇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사형을 선고 받은 피고인을 대리해서 무죄를 끌어낸 변호사의 얘기까지 정종문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김형태 변호사는 '한국판 OJ 심슨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치과의사 모녀 살인 사건'의 변호인이었습니다.
범인으로 지목된 가장은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뒤, 7년 8개월에 걸친 5번의 재판 끝에 결국 무죄를 받아냈습니다.
이후 사형제 폐지 입장을 굳히게 됐습니다.
[김형태/변호사 : 그 사람(피고인)이 1996년에 사형 선고를 받았는데 빨리빨리 재판이 진행돼서 확정이 됐다면, 1997년에 김영삼 정부 마지막 날 12월에 23명 (사형) 집행했거든요. 그때 죽었을 거예요.]
판사도 실수할 수 있고, 재판 과정엔 늘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고 했습니다.
[김형태/변호사 : 수도 없이 많은 재판을 해봤지만 오판 가능성이 있고, 그다음에 그걸 꼭 죽여서 해결할 수 있느냐라는 것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 있고, 그리고 그걸 국가가 죽일 권리가 있느냐…]
사형제는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인정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형태/변호사 : 최소한의 제한을 할 수 있는데, 그 제한의 경우에도 본질적인 부분은 침해할 수 없다고 써 있어요. 생명 빼놓고 본질이 어딨어요.]
사형수 33명을 인터뷰 한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실장도 사형제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김대근/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실장 : '죽을 때까지 교도소에 있어야 된다면 차라리 (사형)집행이 되는 게 낫겠다'라는 이야기를 많은 분(사형수)들이 하셨습니다.]
종신형이 사형제 폐지의 대안이 될 수 있단 겁니다.
하지만 사형제가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고, 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는 것이 정의라는 반론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또 각종 조사에서 사형제에 찬성하는 국민 여론이 반대보다 높게 나타나 여전히 국민 과반 이상은 사형제에 찬성하는 걸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화면출처 : 중앙일보)
(영상디자인 : 김현주·홍빛누리·신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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