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절대불가'에 뭉치는 미국,이스라엘 그리고 사우디

김재영 2022. 7. 14.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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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AP/뉴시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총리가 14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회담하고 있다. 2022.07.14.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틀째인 14일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이란 핵국가 절대 불가'를 다짐하는 서약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13일부터 19일까지 이어지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순방은 국제유가 급등과 카슈끄지 살해명령 혐의와 연계돼 사우디 및 빈살만 왕세자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는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다같이 '최대 적'으로 간주하는 이란의 핵 문제가 이번 순방의 숨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다시 이란과 사이가 틀어진 지 4년이 넘으면서 중동 최대의 문제거리로 골치를 썪이고 있다.

미국은 이런 이란 문제 해결에 역내 파워들인 이스라엘 및 사우디의 협력을 극대화하면서 친해질듯 하면서도 아직 외교관계를 맺지 못한 양국을 더 가깝게 밀착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2000년 직전부터 미국 등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았으나 2015년 여름 이란과 세계 6개 열강 간의 이란 핵합의(JCPOA 포괄적 공동행동 계획)가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미국의 10년 물밑 협상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적극 간여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미국은 1979년 회교 혁명과 대사관 인질사태 후 이란과 외교관계가 단절되었고 지금도 그런 상태다.

이란은 원자력 개발을 발전용으로 제한하고 15년 동안 핵무기 제조로 이어지는 농축우라늄의 순도를 3.76%로 제한하는 데 합의하고 대신 2016년부터 10년이 넘는 서방의 경제 제재 해제 혜택을 보기로 했다. 이란에 대한 경계와 불신이 강한 이스라엘의 핵합의 비난에도 제재 해제가 순조롭게 진행되었는데 2018년 5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공약대로 핵합의에서 일방 탈퇴하고 말았다.

제재 해제로 이란에게 커다란 경제 혜택이 돌아가는 데 반해 15년 핵개발 제한은 너무 약할 뿐아니라 미사일 개발을 허용해 '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합의가 의미없다는 것이다. 당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손바닥이 터져라고 박수를 쳤지만 6개 합의 열강 중 미국 외 서방국가인 영국, 프랑스 및 독일은 이란 핵문제가 발등의 불이 되고 말았다. 다른 합의국인 러시아와 중국은 자국 이익만 좇으며 애매한 자세를 취했다.

이란은 트럼프가 미국내 금융거래 불허 방식으로 제3국의 이란 석유 수입을 막아버리자 2019년 5월부터 유럽 합의국에게 제재회피 수단 마련을 요구했고 이것이 안 되자 핵합의 조항을 본격적으로 깨기 시작했다.

농축우라늄의 순도를 발전용 윗단계인 4.5%로 높인 뒤 유럽 국가들이 아무런 방안을 내놓지 못하자 20%까지 올렸고 원심분리기를 합의에서 금한 신형 IR-6로 바꿨다. 농축량의 국내 비축량을 한도 300㎏보다 훨씬 많게 했다. 이때 2020년 말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떨어지고 민주당 바이든이 당선되었다.

이란은 이런 핵합의 위반 실태을 무기로 바이든 신정부와 2021년 4월부터 빈에서 양국의 핵합의 복귀 협상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란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상존하고 온건파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퇴임한 뒤 강경파인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2021년 여름 취임한 상황에서 핵합의 복귀에 많은 조건을 달았다. 미 바이든 정부는 인내심을 잃어가면서 협상 파국까지 고려할 지경에 처해있다.

이란은 바이든의 13일 이스라엘 순방 직전 그리고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19일 이란 방문계획 발표 직전인 이번주 초에 농축우라늄 순도 60% 상향 달성을 발표했다. 핵무기 물질로 사용할 수 있는 순도는 90%이며 20%부터 그 상향 속도가 급속히 빨라질 수 있다. 핵사플루오라이드를 90% 순도로 농축한 핵물질 25㎏가 있으면 핵무기 1개를 제조할 수 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이스라엘 라피드 총리와 '이란 핵무기 불가' 서약를 굳건히 한 뒤 서약서서를 손에 쥐고 다음날 사우디를 찾아 살만 국왕과 빈살만 왕세자에게 선물로 내보일 수 있다.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이스라엘보다 시아파 종주국 이란을 증오하고 배척한다. 이런 이란이 핵국가가 되는 것은 사우디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악몽이자 레드라인이다.

이슬람 국가 중 이집트하고만 1979년 국교를 맺었던 이스라엘은 트럼프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위시해 바레인, 수단 등 아랍 및 이슬람국가와 국교를 정상화했다. 이스라엘이 UAE와 국교 협상을 할 때 사우디는 이스라엘 외무장관 비행기가 자국 영공을 통해 직행하는 것을 허용했다. 공동의 적 이란, 공동의 악몽 이란 핵이 이스라엘과 사우디를 서로 악수시키고 우의를 결의하는 매개물이 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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