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배상 해법' 2차 민관협의회..외교보호권·日사과 등 논의(종합2보)

김효정 2022. 7. 1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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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견례성' 1차 회의 이후 쟁점논의 구체화..일부 피해자는 불참 선언
외교부 앞 기자회견하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 (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강제동원 소송 피해자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가 14일 오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민관협의회 2차 회의를 마치고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7.14 kimsdo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오수진 기자 =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논의하는 민관협의회가 14일 두 번째 회의를 열고 여러 쟁점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조현동 1차관 주재로 피해자 측 소송대리인과 지원단체, 학계·법조계·경제계 등 전문가, 전직 외교관 등이 참여한 민관협의회 2차 회의를 개최했다.

지난 4일 1차 회의가 열린 지 열흘 만이다. 1차 회의가 상견례성으로 참가자들이 각자 의견을 개진하는 자리에 가까웠다면 2차 회의는 앞서 도출된 쟁점을 바탕으로 좀 더 구체화한 논의가 이뤄졌다.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1차 협의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해결 방안 등에 대한 폭넓은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협의회 후 기자들과 만나 "1차 협의회에 비해서 조금 더 (쟁점에) 초점이 맞춰진 토론이 이뤄졌고 상당히 많은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2시간 20분 동안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는 민사소송 측면에서 제기될 수 있는 법적 의문, 일본의 사과 문제, 피해자 소송대리인 측이 제기한 '외교적 보호권' 문제 등 크게 3가지 주제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한국 대법원은 2018년 10월과 11월에 각각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내용의 확정판결을 내렸지만 이들 피고 기업은 배상 책임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강제적 자산 매각(현금화)을 위한 법적 절차가 진척돼 이르면 올가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관협의회에서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진 3건의 소송에 대해 일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피고 기업의 책임을 구현해야 한다는 당위적 측면과, 이에 응하지 않는 일본의 태도 등 현실적 제약을 어떻게 함께 풀어나갈 것인지에 고민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1차 회의에 참석했던 피해자 측은 일본 가해 기업과 직접 협상이 성사되도록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해달라며 외교적 보호권 발동을 요청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이날 회의에서 국제법상 외교적 보호권의 개념과 국가가 이를 행사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 등을 설명했다.

피해자 측에서도 넓은 의미에서 정부가 가해 기업과의 협상을 주선해줄 것을 요구하는 취지였다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피해자 측 소송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외교부 설명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행사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었다"라며 일본과의 직접 협상을 계속해서 요구한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일본의 사과 문제에 대해서는 사과의 주체, 방식, 시기 등에 대해 상당히 다양한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적 당사자인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이 일단 사과 주체가 될 수 있지만 일본 정부의 사과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임재성 변호사는 "강제동원 불법행위에 대해 일본 정부와 기업 모두의 사과가 필요하지만, 일본 정부의 강경한 태도를 본다면 현실적으로 일본 기업이라도 사과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현금화를 막기 위해서는 사실상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금 대신 원고들에게 지급할 재원을 조성해야 하는 데 그 방식도 중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금화를 통해서 이것(배상)이 실현될 수 있나에 대한 인식은 (참가자들이)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금화를 통해 배상금과 지연이자 등을 실제 충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참석자들도 갖고 있다는 취지다.

다만 제3자가 대신 기금을 만들어 배상하는 이른바 '대위변제' 방식을 택하더라도 피해자 측은 피고 기업들의 참여가 '마지노선'이라는 입장이다.

임 변호사는 "타협안으로 대위변제가 논의된다면 최소한 그 대위변제의 기금을 만드는 데 피고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반면 과거 청구권협정 자금을 받은 한국 정부도 도의적 책임이 있는 만큼 일본의 사과를 받는 대신 한국 정부가 과감하게 변제하는 방안은 어떻겠느냐는 의견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이 모두 대위변제에 동의할 것이냐도 문제다.

피해자 측 등에서는 채무를 대신 변제한다는 맥락에서 채권자인 원고의 동의가 법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일부 피해자 측은 불참을 선언했다.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김성주 할머니 측 지원단체와 소송대리인단은 민관협의회에 참가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현금화를 위한 절차가 가장 많이 진전된 이들 피해자가 불참한다면 민관 협의회에서 향후 도출할 해결방안도 유효성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 한 명의 원고라도 절차를 계속 진행한다면 현금화를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들 피해자와도 꾸준히 소통해왔으며 계속 소통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다양한 측면들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그 이후에 정부가 방안을 마련해 다시 또 여쭙기를 반복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모든 의견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전까지는 의견을 경청하는 절차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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