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민관협의회 2차 회의..당위론·현실론 모두 제기

유신모 기자 2022. 7. 1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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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당사자 측 "사죄 먼저"..민관협의회 불참 선언
강제동원 소송 피해자 대리인들이 1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민관협의회 2차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민관협의회 2차 회의가 14일 외교부에서 조현동 1차관 주재로 열렸다. 1차 회의 이후 열흘 만에 열린 이번 2차 회의에서는 참석자들의 구체적인 의견과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는 정부 관계자와 전직 관료, 한·일 관계 전문가, 법학 전문가, 피해자 측 법률 대리인이 참가했다. 회의에서는 피고기업이 배상 책임을 지고 대법원의 배상 판결이 실현되어야 한다는 당위론과 실제 판결을 이행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적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모두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기업이 직접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대신 한·일 정부와 기업이 기금을 조성해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이른바 ‘대위변제’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피해자 법률대리인들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대위변제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전범기업의 기금 참여와 사과를 제시했다. 이들은 “현금화를 막기 위한 타협안으로 대위 변제 방안을 고려하려면 전범기업의 기금 참여와 사과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일본 정부의 사과가 어렵다면 최소한 일본 기업의 사과는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을 대신한 법률대리인들이 일본 기업들과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정부가 외교적 보호권을 발동해 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외교부는 법적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필요하다면 일본기업과 교섭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일본 기업들이 소송 당사자인 피해자들의 협의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외교적 보호권을 발동해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중재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제법적으로 외교적 보호권은 타국의 불법 행위에 대해 일정 요건 하에서 국가의 보호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이는 민사 소송인 이번 사안의 해당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합리적 해결책 모색 과정에서 일본 측과 교섭할 필요는 있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외교부는 이날 민관협의회의 성격에 대해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한 절차이며 최종 정책결정은 정부가 할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또 ‘긴장감과 속도감’을 갖고 추진하겠다는 뜻을 보여 가급적 조기에 의견수렴 절차를 마무리하고 정책 검토를 통해 일본과 교섭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해법은 일본기업의 직접 배상을 배제한 다른 방안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내적 반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이 같은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 지원단체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이날 긴급 좌담회를 갖고 정부의 민관협의회 구성이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판결 이행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지적하면서 민관협의회 논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모임은 강제징용 피해 당사자인 양금덕·김성주 할머니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를 소개하면서 일본의 사죄가 먼저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정부가 해결방안의 하나로 염두에 두고 있는 ‘대위변제’에 대해서도 “당사자의 입장을 존중해 가해자 측의 진솔한 사죄와 배상 이외에 다른 해결방안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면서 거부 방침을 분명히했다. 이들은 또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사법부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 일본 전범 기업과 정부를 꾸짖기는커녕 그들의 요구에 손뼉 마주치듯 해결책을 국내에서 찾고 있다”며 정부의 민관협의회 구성을 강하게 비난했다.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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