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삼성 '노조 파괴범'들 잘 먹고 잘 산다

박상희 2022. 7. 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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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버랜드에서 ‘노조 파괴’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삼성 전·현직 임직원들의 사내 징계가 대법원 판결 이후 넉 달이 지났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유죄 판결받은 13명 중 일부만 경징계에 해당하는 감급 처분을 받았으며 대부분 징계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감 중에도 삼성 협력업체 대표이사에 중임됐으며, 대법원 판결 뒤에도 회사 대표나 인사 담당자로 재직하는 이들도 있어 징계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3월 17일 대법원은 부당노동행위 혐의 등으로 재판 중인 삼성 전·현직 임직원 12명(2019년 1심 벌금형 확정자 1명 제외)에 대해 전원 유죄 판결을 내렸다. 징역 1년 4개월부터 벌금 2백만 원까지 유죄가 확정됐다. 

삼성에버랜드 노조 파괴 사건으로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삼성 전·현직 임직원 13명 명단.

사법부의 단죄를 받은 삼성의 노조 파괴 행위는 ‘2012년 S그룹 노사전략’이라는 삼성 내부 문건에 잘 담겨 있다. 이른바 ‘S그룹 문건’이다. 유죄가 확정된 13명은 S그룹 문건을 만들어 노동자를 감시하고 노조 파괴를 실행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8월, 2심 유죄 판결이 나온 상황에서 13명의 징계 여부를 삼성 측에 질의한 바 있다. 당시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측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사규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관련 기사 : ‘S그룹’ 노조 파괴자는 사장으로...달라진 게 없다.) 

대법원 판결이 나고 넉 달이 지났다. 뉴스타파는 다시 한 번 삼성이 13명에게 어떤 조치를 했는지, 사규에 맞게 징계했는지 확인했다.  

“해고할 수도 있다는 거지, 해고를 '해야 한다'는 아니지 않냐”

13명 중 4명은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에 재직 중이다. 리조트센터장 서 모 씨, 안성운영그룹 직원 김 모 씨, CCC의 김 모 씨 등 3명은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 골프마케팅그룹 김 모 직원은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은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삼성 계열사다.

확인 결과, 4명이 받은 징계는 감급 처분이었다. 깎인 금액는 월급의 10분의 1 이하였고, 감급 기간도 6개월 이내였다. 감급은 견책 다음의 경징계에 해당한다. 

취재진이 확인한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의 취업규칙에는 형사 소추의 원인이 되는 부정·불법한 행위를 하면 징계가 가능하고, 법에 따라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받으면 “징계 해고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리조트부문 관계자는 “해고할 수도 있다는 거지, 해고를 해야 한다는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취업규칙에 ‘해고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만 있고, ‘해고한다’는 강행 규정은 없어 감급 처분했다는 주장이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취업규칙에 있는 징계 종류 

뉴스타파는 이 4명에 대해 경징계인 감급 징계를 한 사유가 무엇인지 삼성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가 회사에 똑같이 물으니, “(노조 파괴 행위가) 개인의 사익을 위한 게 아니고, 본인의 자유 의지에서 발생한 행위가 아니다”라는 답변이 왔다고 밝혔다. 

“1심 유죄 판결 시 해고” 규정 있지만…징계 절차 ‘묵묵부답’

삼성물산 건설부문에도 노조 파괴 범죄자가 2명 있다. 노조 대응 상황실 업무를 총괄했던 정찬범 현 부사장, 노조원들의 동향 보고서를 작성했던 평택P3신축공사의 박 모 씨다. 두 명 모두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과 달리, 건설부문의 취업규칙에는 “해고한다”는 글귀가 나온다. 상급심에 가기 전에 ‘형사 재판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해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취업규칙 제24조

정 부사장과 박 씨에 대한 1심 판결은 2019년 12월에 났지만, 인사위원회는 아직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취재진은 이들에 대한 인사위원회가 열렸는지 물었지만 건설부문 관계자는 7월 4일 “이달 중에 열릴 예정”이라는 한 줄짜리 입장문을 보내왔다. 그 뒤로 인사위원회 개최 여부를 거듭 질문해도 답하지 않았다.

사측이 만든 어용노조 위원장을 지낸 삼성웰스토리 FD지원그룹의 임 모 직원의 경우, 최근 징계 절차가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웰스토리 측은 7월 1일 인사위원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 씨에게 어떤 징계를 내렸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수감 중’에도 대표이사 중임, 비상근 자문역 예우

삼성에버랜드 노조 파괴 사건의 핵심 관련자의 징계를 확인했다. 강경훈 전 삼성전자 부사장, 이우석 삼성전자 협력업체 대표, 김이훈 전 삼성생명 법인사업부장이 그들이다. 각각 S그룹 문건을 만들었고, S그룹 문건을 실행하기 위해 노조 대응 상황실을 기획했으며, 실제 상황실 업무를 총괄했다. 

세 명에게는 13명 중 가장 무거운 형량이 선고됐다. 강경훈 전 부사장은 징역 1년 4개월, 이우석 대표는 징역 10개월, 김이훈 전 부장은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이훈 전 부장은 대법원 판결 당일 임원에서 사임 처리됐다. 그는 삼성생명 미등기 임원이었다.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 기간 중에 있는 사람’은 금융회사의 임원이 되지 못한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김이훈'에 대한 삼성 사내망 검색 결과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미지.

김이훈 전 부장은 임원 사임 이후 삼성생명의 비상근 자문역이 됐다. 김 씨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해임이 되면 모든 임원은 자문역으로 전환된다”며 임원 해촉 이후 자리를 옮겼다고 말했다. 

해임되면 모든 임원은 자문역으로 전환이 됩니다. (삼성) 임원들은 그전에 이제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이렇게 해촉이 되면 그런 관행이나 그걸로 처우가 되는 건데, 그건(비상근 자문역은) 근무하고 이런 패턴은 아닙니다.
- 김이훈 / 전 삼성생명 법인사업부장 (현 비상근 자문역)

실형이 선고된 강 전 부사장은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그런데도 김이훈 전 부장과 마찬가지로 삼성 자문역에 위촉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 사내망에서 검색된 그의 지위는 ‘삼성전자 비상근 자문역’이었다. 삼성의 오랜 관행대로 부사장 퇴직 이후 자문역에 위촉된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는 삼성 측에 이들이 비상근 자문역으로 선임된 게 맞는지, 또 어떤 자문 업무를 하는지 물었지만 모든 답변을 거부했다.

이우석 대표이사가 운영 중인 삼성전자 협력업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이우석 대표도 현재 수감 중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협력업체 대표이사에 중임됐다. 법인 등기를 떼 보니, 대법원 판결 직후인 3월 25일 협력업체 대표이사에 다시 취임한 것으로 등재돼 있다. 해당 협력업체에 이 대표의 징계 여부를 물었지만, 징계 사안은 삼성 쪽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분간 이 대표에 대한 징계는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징계 대상자’가 징계 내려야 할 대표이사, 인사 담당자로 재직 중

유죄가 확정된 뒤에도 여전히 회사 대표나 인사 담당자로 재직 중인 사례는 더 있다. 삼성물산 골프 자회사인 레이크사이드CC의 문지태 대표와 김 모 인사팀장, 삼성물산 협력업체 유 모 대표 등 3명이 그렇다. 

이 경우 징계를 받아야 할 당사자가 직접 인사위원회를 열어야 징계가 가능한 구조다. 이들에 대한 징계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이유다.  

문지태 대표는 2심 유죄 판결 뒤인 지난해 12월 23일, 삼성물산 골프사업팀 팀장에서 자회사인 레이크사이드CC 대표이사로 영전했다. 

유 대표는 노조 탈퇴를 종용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서는 노조를 중심으로 부분 파업이 벌어지고 있다. 노조는 유 대표가 노조원들을 부당 징계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계속 일삼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조 파괴범’ 연락하고 찾아갔지만 “답변 못해”

뉴스타파는 수감 중인 강경훈 전 삼성전자 부사장, 이우석 삼성전자 협력업체 대표를 빼고 나머지 11명과 연락을 시도했다.

뉴스타파가 만난 삼성물산 협력업체 유 모 대표.

대부분 전화를 받지 않았고, 받더라도 금방 끊었다. 근무 중인 회사도 찾아갔다. 그리고 징계 절차가 어떻게 됐는지, 노동자들에게 사과할 생각은 있는지 물었으나 대부분 답변을 피했다.

죄송합니다. 지금 회의 중인데 좀 이따 통화를 하시면 안 될까요.
- 서00 / 삼성물산 리조트 캐스팅센터장

제가 회사하고 다 했으니까 공식적인 회사로 하시면 될 것 같아요. 개인적인 건 이야기 안 할게요.
- 김00 / 삼성물산 안성운영그룹 직원

제가 별도로 (노동자들에 대한) 사과 이런 건 법적인 부분으로 다 끝난 마당에… 그 부분(에버랜드 노조 파괴 사건)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를 하고 싶습니다. 더 이상 제 입장을 한 줄도 한 마디도 저는 언급되는 게 싫습니다. 
- 김이훈 / 전 삼성생명 법인사업부장 (현 비상근 자문역)

◻ 기자 : 징계가 이뤄졌는지 궁금해서... 징계 절차가. 
◼ 유 대표 : 분명히 얘기하는데 촬영은 하지 마시고요. 식사하러 갑시다. 
◻ 기자 : 징계 절차는 앞으로도 계획이 없으신가요? 
◼ 유 대표 : 그런 건 제가 답변할 상황은 아니고요.
- 유 모 씨 / 삼성물산 협력업체 대표

오늘도 출근하는 범죄자들, 오늘도 투쟁하는 노동자들

6월 29일 삼성 노동자들이 또 길거리에 섰다. 삼성에서 처음으로 노조를 만들었던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의 박원우 부지회장, 삼성그룹 노동조합대표단의 노동자들이다. 세찬 비바람이 불던 이날, 비옷 차림의 노동자들은 노조 파괴 범죄자들의 징계 해고를 요구했다. 그리고 피해자인 금속노조 삼성지회에 진심 어린 사과를 하라고 말했다. 

2022년 6월 29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앞에서 노조 파괴범들의 징계 해고와 삼성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노동자들.

사법적 단죄는 있었지만 노조 파괴 범죄자들은 삼성에서 여전히 잘 먹고 잘 산다. 중한 범죄인 데도 범죄만큼의 무게를 짊어지지 않은 채 아무 일 없다는 듯 삼성에 출근하고 있다. 그리고 삼성 노동자들은 11년 째 싸우고 있다.

저희가 이제 검찰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그 검사 분이 얘기를 해주시더라고요. 사무장님은 사생활이 없었다. (삼성이 작성한) 일일 동향 보고서에 보면 사생활이 없었다. 영화 '트루먼 쇼'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거 당사자라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진짜 이게 같은 회사 직원인가 싶고, 우리가 그렇게 나쁜 사람들이고 세력인가. 진짜로 이게(노조 활동을) 삼성에서는 하면 안 되는 건가.
- 백승진 /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 사무장

뉴스타파 박상희 sacha@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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