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 성범죄 심층 탐사 8편] '절반은 넘긴다' 친족 성범죄 공소시효..생존자들 폐지 요구

박광주 기자 2022. 7. 14.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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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친족 성범죄 피해자들은 결국 살아남았기 때문에, 생존자라고 불립니다. 


이 생존자들이 친족 성범죄 피해를 얘기할 수 있을 땐, 이미 공소시효가 끝난 경우가 절반이 넘습니다. 


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또 공소시효 폐지운동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인지 박광주 기자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뷰: 하윤(활동명) / 친족 성범죄 생존자

"'사회복지사 선생님도 혹시 (가해자가) 친부는 아니지, 계부 아닐까?'라고 상담해 주시던 선생님조차도 죽을 때까지 이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 하고 결혼을 만약에 하게 되면 남편에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지지받기 어려운 거구나…."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해야 했습니다.


인터뷰: 푸른나비(활동명) / 친족 성범죄 생존자

"기억이 아예 없는 게 아니에요. 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화면처럼 보여요. 어떤 장면이 있는데 그게 나인 것을 믿고 싶지 않은 것뿐이었어요. 주변에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저도 모른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어요."


시간과 장소, 가정이 바뀌었을 뿐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미미(활동명) / 친족 성범죄 생존자

"청주 일도 되게 안타까운 일인 게, 아이들이 너무 어릴 때 되게 많은 고초를 겪었잖아요. 사건만 해도 큰데, 기소는 돼요. 기소를 했을 때 아이들이 보호가 전혀 안 돼요. 사건 이후에 쏟아지는 2차 가해들, 이렇게 되게 무정한 어른들을 마주하면서 나의 인생이 앞으로 좋아질 거라는 느낌이 별로 안 들거든요."


이제는 내가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어른이 되어 친족 성범죄 피해 아동을 돕고 있습니다.


인터뷰: 하윤(활동명) / 친족 성범죄 생존자

"제가 피해를 경험했을 때 지금 저와 같은 언니를 꼭 만나고 싶었어요.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이런, 우리 친아버지한테 피해를 당했다고 말을 했었을 때 그것에 대해서 놀라지 않고 '그래, 그랬구나'하고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저는 그 당시에 제가 간절히 원했던 언니가 되고자 하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어요."


기억을 더듬어 피해 사실을 꺼내놓을 수 있게 된 지금, 친족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를 주장합니다.


상담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친족 성폭력을 상담한 생존자 가운데 57.9%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상황이었습니다.


인터뷰: 미미(활동명) / 친족 성범죄 생존자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 공소시효 폐지를 해야 하는 이유도 똑같아요. 아이를 노렸기 때문에 아이가 커서 자신의 문제를 마주하고 싶을 때 적어도 공소시효 정도는 없어야 하는 거예요."


현행법에선 13세 미만의 아동에 대한 성폭력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한 성폭력은 공소시효가 없습니다.


친족 성폭력 범죄에 DNA 등 과학적 증거가 있으면 시효가 10년 늘어납니다.


하지만 과학적 증거가 없는 경우 다른 미성년 대상 성범죄처럼 성년이 된 후 10년이 지나면 죄를 물을 수 없습니다.


현재 친족 성범죄도 그 특성을 고려할 때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습니다.


인터뷰: 양정숙 / 국회의원

"(피해자는) 나의 가족 관계, 친족 관계가 해체될 것을 두려워서 신고하지 못하게 되고요. 친족 관계의 성범죄는 공소시효를 배제함으로써 성년이 된 다음에 또는 그 이후에라도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독립된 이후에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게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외국에서도 보호의무가 있는 사람이 아동에 대해 저지른 성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정지하거나 늘리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양육 관계 등 보호 의무가 있는 사람이 가해자일 경우나 미성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인 경우에 공소시효를 30세까지 정지시키고 있고,


프랑스의 경우 아동에 대한 성범죄가 중한 경우에 공소시효가 성년 기준 30년 연장됩니다.


인터뷰: 노유다 / 친족 성범죄 생존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이 될 때, 그리고 공소시효가 폐지될 때 생존자분들은 다시금 자기 목소리에 힘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런 자리가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되네요."


EBS 뉴스 박광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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