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학산 억새밭이 덩굴밭 돼 간다..당국은 예산 탓 뒷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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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승학산의 억새밭이 올해 유난히 덩굴류에 많이 뒤덮이면서 시민의 걱정을 사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온난화로 억새 군락 면적이 차츰 줄었지만, 최근 기록적인 가뭄까지 더해지면서 덩굴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사하구에 거주하는 김모(50대) 씨도 "억새가 좋아서 매년 가을마다 승학산을 찾는데, 5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으로 줄어든 것 같다. 올해 덩굴이 심하게 늘어 가을에 억새 구경 힘들 것 같다. 부산서 가장 유명한 억새인데, 보존이 필요하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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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객 "5년새 억새 절반 줄은 듯" 부산 사하구 사실상 보존책 없어
넝쿨 방치하면 명승지 사라질 판
부산 승학산의 억새밭이 올해 유난히 덩굴류에 많이 뒤덮이면서 시민의 걱정을 사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온난화로 억새 군락 면적이 차츰 줄었지만, 최근 기록적인 가뭄까지 더해지면서 덩굴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는 예산 부족으로 적절한 대처 방법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14일 사하구 승학산 억새 군락지는 곳곳에 삐죽 솟아 나온 억새 주변으로 덩굴류(칡 환삼덩굴)가 뒤덮여 있었다. 그 억새마저 칡넝쿨에 휘감겨 위태로워 보였다. 능선을 타고 잠시 올라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억새 군락지가 전체적으로 울퉁불퉁한 모습을 보였다. 숲 중에서 움푹 들어간 부분은 덩굴류에 이미 잠식된 셈이다. 온난화 등 날씨 변화로 2010년부터 번식력이 강한 덩굴류가 늘어나 억새가 중간중간에만 보이는 수준까지 온 것이다.
올해는 덩굴류 번식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무덥고 건조한 날씨로 덩굴류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실제로 부울경 봄철(3~5월) 평균기온은 14.3도로 역대 두 번째로 높았고, 강수량은 206.3㎜로 역대 일곱 번째로 적었다. 6월 강수량도 146.4㎜로 평년(182.7㎜)보다 적었다.
시민도 덩굴이 늘어난 것을 체감했다. 등산객 정진혁(50) 씨는 “직장이 근처라 시간 날 때마다 등산을 한다. 그런데 올해는 억새 군락지 전체적으로 덩굴이 뒤덮여 있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사하구에 거주하는 김모(50대) 씨도 “억새가 좋아서 매년 가을마다 승학산을 찾는데, 5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으로 줄어든 것 같다. 올해 덩굴이 심하게 늘어 가을에 억새 구경 힘들 것 같다. 부산서 가장 유명한 억새인데, 보존이 필요하다”고 걱정했다.
전문가는 억새 군락지 보존을 위해서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동아대 조동길(조경학과) 교수는 “칡넝쿨과 환삼덩굴은 척박한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더 잘 자란다. 식물을 타고 올라가서 덮는 성질이 있는데 밑에 깔린 식물은 광합성을 못 받아서 고사한다. 가만히 방치하면 순식간에 덩굴밭만 남는다. 그래서 수시로 제거하고 억새를 새로 심어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환삼덩굴은 2019년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됐다. 환경부는 유묘기 시기에 뿌리째 뽑거나 개화 시기(7~9월) 이전 제거를 권고했다. 환삼덩굴로 뒤덮인 곳은 식물 종다양성이 감소하고, 꽃가루가 심각한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는 예산 부족으로 억새 군락지 보존을 못 하고 있다. 2014년 부산대 산학협력단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전체 26만㎡ 중 36%(10만㎡ )를 억새 유지 지역으로 설정해 관리 중이지만, 협력단에서 제시한 억새 심기는 한 차례도 진행하지 못했다. 덩굴 제거도 그동안 예산 부족으로 다른 사업과 병행해 가을 이후 일시적으로만 진행했다.
구 관계자는 “덩굴류 제거와 억새 이식을 위한 예산을 별도로 확보하려고 노력 중이다. 예산으로 제거 시기와 횟수를 조정하거나 억새를 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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