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학산 억새밭이 덩굴밭 돼 간다..당국은 예산 탓 뒷짐만

김민훈 기자 2022. 7. 1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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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승학산의 억새밭이 올해 유난히 덩굴류에 많이 뒤덮이면서 시민의 걱정을 사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온난화로 억새 군락 면적이 차츰 줄었지만, 최근 기록적인 가뭄까지 더해지면서 덩굴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사하구에 거주하는 김모(50대) 씨도 "억새가 좋아서 매년 가을마다 승학산을 찾는데, 5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으로 줄어든 것 같다. 올해 덩굴이 심하게 늘어 가을에 억새 구경 힘들 것 같다. 부산서 가장 유명한 억새인데, 보존이 필요하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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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부터 온난화 생태교란 올해 이른 폭염 · 가뭄에 악화일로
등산객 "5년새 억새 절반 줄은 듯" 부산 사하구 사실상 보존책 없어
넝쿨 방치하면 명승지 사라질 판

부산 승학산의 억새밭이 올해 유난히 덩굴류에 많이 뒤덮이면서 시민의 걱정을 사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온난화로 억새 군락 면적이 차츰 줄었지만, 최근 기록적인 가뭄까지 더해지면서 덩굴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는 예산 부족으로 적절한 대처 방법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14일 부산 사하구 승학산 억새 군락지가 칡 환삼덩굴 등으로 뒤덮여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14일 사하구 승학산 억새 군락지는 곳곳에 삐죽 솟아 나온 억새 주변으로 덩굴류(칡 환삼덩굴)가 뒤덮여 있었다. 그 억새마저 칡넝쿨에 휘감겨 위태로워 보였다. 능선을 타고 잠시 올라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억새 군락지가 전체적으로 울퉁불퉁한 모습을 보였다. 숲 중에서 움푹 들어간 부분은 덩굴류에 이미 잠식된 셈이다. 온난화 등 날씨 변화로 2010년부터 번식력이 강한 덩굴류가 늘어나 억새가 중간중간에만 보이는 수준까지 온 것이다.

올해는 덩굴류 번식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무덥고 건조한 날씨로 덩굴류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실제로 부울경 봄철(3~5월) 평균기온은 14.3도로 역대 두 번째로 높았고, 강수량은 206.3㎜로 역대 일곱 번째로 적었다. 6월 강수량도 146.4㎜로 평년(182.7㎜)보다 적었다.

시민도 덩굴이 늘어난 것을 체감했다. 등산객 정진혁(50) 씨는 “직장이 근처라 시간 날 때마다 등산을 한다. 그런데 올해는 억새 군락지 전체적으로 덩굴이 뒤덮여 있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사하구에 거주하는 김모(50대) 씨도 “억새가 좋아서 매년 가을마다 승학산을 찾는데, 5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으로 줄어든 것 같다. 올해 덩굴이 심하게 늘어 가을에 억새 구경 힘들 것 같다. 부산서 가장 유명한 억새인데, 보존이 필요하다”고 걱정했다.

전문가는 억새 군락지 보존을 위해서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동아대 조동길(조경학과) 교수는 “칡넝쿨과 환삼덩굴은 척박한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더 잘 자란다. 식물을 타고 올라가서 덮는 성질이 있는데 밑에 깔린 식물은 광합성을 못 받아서 고사한다. 가만히 방치하면 순식간에 덩굴밭만 남는다. 그래서 수시로 제거하고 억새를 새로 심어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환삼덩굴은 2019년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됐다. 환경부는 유묘기 시기에 뿌리째 뽑거나 개화 시기(7~9월) 이전 제거를 권고했다. 환삼덩굴로 뒤덮인 곳은 식물 종다양성이 감소하고, 꽃가루가 심각한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는 예산 부족으로 억새 군락지 보존을 못 하고 있다. 2014년 부산대 산학협력단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전체 26만㎡ 중 36%(10만㎡ )를 억새 유지 지역으로 설정해 관리 중이지만, 협력단에서 제시한 억새 심기는 한 차례도 진행하지 못했다. 덩굴 제거도 그동안 예산 부족으로 다른 사업과 병행해 가을 이후 일시적으로만 진행했다.

구 관계자는 “덩굴류 제거와 억새 이식을 위한 예산을 별도로 확보하려고 노력 중이다. 예산으로 제거 시기와 횟수를 조정하거나 억새를 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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