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권 침해" vs "응보적 정의".. 사형제 또다시 존폐 기로

박미영 2022. 7. 1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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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의 존폐를 가르기 위한 공개변론이 13년 만에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사형제가 위헌 심판대에 오른 것은 1996년과 2010년에 이어 세 번째다.

공개변론에서는 사형제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는지, 기본권인 생명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인지 등이 쟁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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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위헌 심판대 올라.. 헌재 공개 변론
생명권 침해 여부 등 쟁점 공방
헌소 청구 측 "범죄예방 입증 안 돼
인간 존엄 어긋나 각국 폐지 추세"
법무부 "합헌 번복할 사유 없어
헌법도 절대적 기본권 인정 안 해"
7개 종단, 위헌 촉구 의견서 제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 등 재판관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사형제 헌법소원 사건 공개변론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헌재는 1996년과 2010년 사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공동취재사진
사형제의 존폐를 가르기 위한 공개변론이 13년 만에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사형제가 위헌 심판대에 오른 것은 1996년과 2010년에 이어 세 번째다.

청구인 측은 사형제가 “헌법이 규정한 생명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제도”라며 폐지를 주장했고, 피청구인인 법무부 측은 “생명권은 절대적 기본권이 아닐 뿐만 아니라 헌법에 따라 법률로 제한이 가능하다”며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헌재는 이날 대심판정에서 윤모씨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형법 41조 1호와 250조 2항 중 ‘사형’ 부분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윤씨는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2019년 8월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자 이에 반발해 2019년 2월 사형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다.

이번 헌법소원의 심판 대상은 ‘형의 종류’를 규정한 형법 41조와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에 처할 수 있다’는 형법 250조 2항 중 ‘사형’ 부분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다. 공개변론에서는 사형제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는지, 기본권인 생명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인지 등이 쟁점이 됐다.
청구인 측은 “사형은 범죄자의 생명을 박탈해 개선 가능성을 없앤다”며 “범죄인 개선 목적을 완전히 배제하는 형벌로 사형제가 수단 적합성을 인정받을 수 없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어 “응보는 입법 목적이 될 수 없다”며 “사형제의 일반예방 효과는 학문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일반예방 효과가 있다 해도 사형제는 인간 존엄성에 어긋나 허용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다”라며 “사형제는 국가 형벌로써 목적과 효과에 비춰볼 때 정당성이 인정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형 제도 폐지 추세는 확산되고 있다”며 “입법 정책에 의해 사형 제도 폐지 가능하지만 입법자들이 심도 있는 본질적 논의를 꺼리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헌재의 헌법적 판단만이 유일하게 사형 제도 존폐를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피청구인인 법무부 측은 “헌재는 이미 1996년과 2010년 두 차례 사형제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합헌 결정은 여전히 옳고 이를 번복할 사정 변경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사형제 위헌 여부와 사형제 존폐론은 별개의 논의”라며 “사형제 위헌 여부는 헌법 해석의 문제인 반면 존폐론은 입법 정책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무부 측은 “청구인이 주로 문제 삼는 건 생명권으로 이를 절대적 기본권이라 주장하지만 헌법 명문에선 절대적 기본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기본권 전반에 대해 헌법 37조 2항에서 법률에 의한 제한이 가능하도록 규정했단 점에서 이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또 “죄질 불량한 범죄의 법정형을 더 중하게 규정한 형벌 체계는 응보적 정의를 반영한 것으로 형벌은 단순히 교화 목적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신설하면 사형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해도 인간의 생명이 죽음에 대한 근원적 공포를 고려하면 사형이 가지는 위하력은 대체 못한다”고 덧붙였다.
사형폐지범종교인연합 등 시민단체가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사형제도 공개변론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사형제도 위헌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공개변론을 앞두고 7개 종단은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공동의견서를 이날 헌재에 냈다. 사형 제도 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연석회의(연석회의)와 사형제폐지범종교인연합은 공동의견서에서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모든 사람의 평등한 존엄을 선언하며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헌재의 위헌 결정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요청했다.

박미영·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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