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위헌 심사대 오른 사형제..생명권 침해 불가 vs 범죄예방에 필요

류석우 기자 2022. 7. 1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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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석방 없는 종신형 대안으로 제시..'입법 영역' 지적도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사형제 헌법소원 사건 공개변론'에 자리하고 있다. 2022.7.1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사형제의 위헌 판단을 위해 열린 공개변론에서는 국가가 개인의 생명권을 침해할 수 있는지 여부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사형제를 대체할 수 있을지 여부 등을 놓고 청구인 측과 법무부 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헌재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에 위치한 헌재 대심판정에서 오후 2시부터 약 4시간 동안 사형제를 규정한 형법 제41조 제1호와 형법 제250조 제2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이날 진행된 변론에서의 주된 쟁점은 Δ국가가 개인의 생명권을 박탈할 수 있을지 Δ헌법 110조 제4항에 '사형'이 언급된 것이 사형제의 헌법상 근거가 되는지 Δ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사형제를 대체할 수 있는지 등이었다.

◇"생명권 침해 불가 기본권" vs "범죄예방 측면에서 제한 가능"

이 사건 헌법소원을 낸 청구인 측은 생명은 절대적 가치이기 때문에 법적 평가를 통해 박탈을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생명권은 인간의 존엄과 더불어 보호영역과 본질적 내용이 일치하는 기본권으로, 생명의 박탈은 곧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청구인 측 대리인은 이날 "죽음과 삶은 제도를 넘어선 제도 이전의 인간 현상"이라며 "생명에 대한 기본권은 국가 이전의 권리"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가 기본권을 제한할 수는 있지만 본질적인 부분을 제한할 수 없다"며 "생명권은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해관계인인 법무부 측은 헌법은 명문상 절대적 기본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에 대해 필요한 경우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침해할 수 없는 기본권이 없다는 주장이다.

또 생명권을 절대적인 기본권으로 인정한다면 헌법 제110조 제4항에서 규정한 사형을 부정하게 돼 헌법 질서에 반하게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무부 측 대리인은 "헌재 선례도 매우 예외적인 경우 국가가 특정개인의 생명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설시했다"며 "일반 국민의 생명보호나 매우 중대한 공익을 지키기 위해 응보적 정의와 범죄일반예방 실현 측면에서 생명권 제한이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형' 단어 언급된 헌법 제110조…사형 선고 허용 여부 놓고 해석 나뉘어

우리 헌법 제110조 제4항에는 '사형'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비상계엄하의 단심제도를 언급하면서 사형을 선고할 경우 단심으로 끝내지 못하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법무부 측은 이 조항이 헌법에서 사형제를 직접 명시한 것이고, 문언 해석상으로도 아무리 엄격하게 봐도 간접적으로 사형제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형을 선고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사형 선고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헌법 제110조 제4항이 사형을 반드시 존치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더라도 거꾸로 헌법이 사형을 금지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청구인 측은 헌법 제110조 제4항은 사형이 헌법상 명문의 근거 없이 법률에 의해 도입된 상황에서 운용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 국민적 합의를 거쳐 신설된 조항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청구인 측 대리인으로 참석한 허완중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헌법 제110조 제4항의 단서는 비상계엄이라는 극한 상황에서도 되도록 하지 말라는 부정적 표현"이라며 "이렇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규정이 있다고 해서 일반적인 허용으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 대체 가능할까…'입법 영역' 지적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사형제를 대체할 수 있을지를 놓고도 양측은 팽팽하게 맞섰다.

청구인 측에선 사형제보다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절대적 종신형' 등에 의해서도 범죄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함으로써 사회를 보호한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해 인간의 생존본능과 죽음에 대한 근원과 공포를 고려하면 사형제도의 위하력(무서운 형벌로 일반인을 범죄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힘)을 대체할 수 없다고 맞섰다. 특히 특수한 사회악을 영구히 격리하는 차원에서도 사형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종신형 도입은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해석론과 별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신체자유를 영원히 박탈한다는 차원에서 사형에 못지않은 중대한 처벌"이라며 "절대적 종신형을 대안으로 제시해 사형제를 폐지하자는 것은 또 다른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절대적 종신형을 해야 할지, 상대적 종신형을 해야 할지도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라며 "입법자가 국민의 의견을 수용해 공감대가 있다는 전제로 제도를 바꿔야 할 부분이지, (사형제에 대한) 위헌 결정을 하고 알아서 하라고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복역중 사형수 59명…1997년이 마지막 집행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23명의 사형을 집행한 이후 현재까지 25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을 '실질적 사형폐지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복역 중인 사형수는 모두 59명이다. 가장 최근에 사형 선고를 받은 이는 2014년 강원 고성군 22사단 일반전초(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동료 5명을 살해한 임모 병장이다.

사형수 중에는 2011년 '강화도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으로 동료 군인 4명의 목숨을 앗아간 김모 (당시)상병과 "딸과 헤어지라"는 여자친구의 부모를 살해한 장모씨도 있다.

사형수 중 최장기간 동안 복역 중인 이는 지난 1992년 10월 여호와의 증인 왕국회관에 불을 질러 이듬해 사형이 확정된 원언식이다. 그는 1993년부터 29년째 복역하고 있다.

sewry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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