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美 '물가 쇼크'에 연준 '금리 1%p 인상' 가능성↑..물가 잡힐까
[앵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가 됐는데, 1년 전보다 9.1%가 올랐습니다.
41년 만에 최대 상승폭인 데다가 전문기관 예측치도 뛰어넘었습니다.
그야말로 미국이 물가쇼크에 휩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공격적 긴축에 더 속도를 낼 거란 전망입니다.
뉴욕 연결합니다.
한보경 기자,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9%를 넘어섰습니다.
예상보다 큰 폭인 거죠?
[기자]
네,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내놓은 예측치가 8.8%였는데, 이걸 훌쩍 넘어서면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전 대비 9.1%를 기록했습니다.
1981년 이후 41년 만에 최대치였던 5월의 8.6%보다도 상승폭을 키웠습니다.
한 달 전 대비로도 1.3%가 올랐는데, 이 역시 오름폭이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물가 상승 속도가 전문기관들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가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가장 많이 오른 건 에너지로, 1년 전보다 42%가 급등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 갔고, 식품 가격도 10%가 넘게 올랐습니다.
[앵커]
이달 들어 원유를 비롯해 국제 원자재 가격이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는데, 6월에 물가가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봐야 할까요?
[기자]
국제유가가 1배럴에 96달러 안팎까지 내려가면서 1갤런에 5달러를 넘었던 미국 내 평균 휘발유값도 현재 4달러 60센트가량으로 떨어졌습니다.
때문에 이번 달 물가상승률이 다소 주춤할 가능성은 있지만, 추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닐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실제 따져 보면 가격 변동폭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뺀 물가지수가 한 달 전보다 0.7%가 올랐는데, 이 역시 예측치를 넘어선 높은 수준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주거 비용이 급증하고 있어서란 분석이 나오는데, 주택 임대료가 특히 한 달 전 대비 0.8%가 올라 1986년 4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나타냈습니다.
한마디로 최근 유가 움직임에 일희일비 할 때는 아니라는 겁니다.
전문가 의견 들어 보시죠.
[마크 잔디/무디스 애널리스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 "물가가 다시 이전 수준으로 내려가려면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러시아 원유와 천연가스 등에 대한 제재와 코로나19 대유행이 주요 원인입니다. 중국이 방역책으로 계속 경제를 폐쇄한다면 공급망이 다시 붕괴될 수 있습니다."]
[앵커]
물가를 잡기 위한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속도에 관심이 쏠리는데, 이달 회의에서 1%p 인상 전망까지 나오고 있죠?
[기자]
연준이 2주 후에 열릴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p 올릴 거라는 게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였습니다.
지난주부터 연준 인사들이 공식석상에서 0.75%p 인상을 잇따라 지지하고 나서면서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였는데, 9%를 뚫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발표되면서 '1%p 인상' 시나리오가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연준의 통화정책을 예측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 데이터를 보면 이달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1%p 인상할 가능성은 80%가량까지 올라갔습니다.
지난주만 해도 이 가능성은 0%, 그러니까 '제로'였습니다.
전문가 의견 들어 보시죠.
[로버트 샤인/자산관리회사 최고 투자 책임자 : "이번에 금리를 1%p 올린다면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에 절대적으로 전념하고 있다는 걸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오늘 나온 소비자물가지수로 이런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습니다."]
지난달에 0.75%p 올리는 이른바 자이언트스텝 밟으면서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1.5%에서 1.75% 수준인데, 이번 달에 0.75%p를 올리든 1%p를 올리든 어느 쪽이든 우리나라 기준금리보다는 높아지게 됩니다.
[앵커]
이렇게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자칫 물가는 못 잡고, 경기만 안 좋아질 거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현재 전 세계에 불어닥친 인플레이션 파고의 원인은 아시다시피 수요가 아니라 공급에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각종 원자재와 상품 공급에 문제가 생긴 거죠.
이 공급 문제는 어떻게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연준을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 잡겠다고 금리를 올리고 있는 건 수요를 위축시키려는 게 목적입니다.
돈을 덜 쓰게 하려는 겁니다.
때문에 소비에 의존하는 미국 경제가 둔화되는 건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겁니다.
이게 더 심각해진다면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는 거고요.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면 대미 수출 의존도 높은 나라들은 더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전문가 의견 들어 보시죠.
[마크 잔디/무디스 애널리스틱스 수석이코노미스트 : "저는 많은 신흥국들 경제가 결국 침체에 빠질 것으로 봅니다. 미국은 경기침체 없이 간신히 헤쳐나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세계 다른 지역 나라들은 그렇게 운이 좋지 않을 것입니다."]
[앵커]
하지만 연준은 경기침체도 감수하겠다는 거죠?
[기자]
네,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 연준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낮추지 못한다면 그게 연준의 가장 큰 실수가 될 거라고 했습니다.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으로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실 일각에서는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거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는데, 예상을 뛰어넘은 물가지표에 연준의 긴축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은 현재로썬 희박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지한샘/영상편집:양의정/자료조사:김나희
한보경 기자 (bkh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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