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업에 세계1위 조선경쟁력 흔들..정부 무관용 대응 나섰다

김희래,전경운,박동환 2022. 7. 1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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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파업 6주 넘겨
정부 공권력 투입 시사
민주노총 산하 하청노동지회
원청 몰려가 사업장 불법점거
전후공정 못해 피해 눈덩이
하루 300억이상 손실 발생
납기지연 배상금도 물어야
고용·산업장관 이례적 회견
"하청노조는 협상대상 아냐"

◆ 대우조선 파업 장기화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대우조선 사내 하청노조 파업 장기화에 따른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장관들이 파업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충우 기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4일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노조의 '선박 점거 농성'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중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 하락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부·산업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자청한 데다 국무총리까지 발언에 가세한 것은 윤석열정부가 이번 사태를 그만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관계부처 장관들이 전면에 나선 건 2009년 철도노조 파업, 2016년 현대차 전면 파업 등 일부 사례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은 특성상 납기 준수가 핵심이다. 국내 조선사들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을 독식하며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크다. 그러나 이번 파업으로 납기를 못 맞추면 세계 조선 시장에서 신뢰도 하락과 함께 추후 선박 수주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14일 이창양 장관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이번 파업으로 조선소의 핵심 시설인 도크가 점거돼 건조하던 선박 3척의 진수 및 건조 작업이 중단됐다"며 "그 여파로 대우조선해양은 하루 259억원의 매출 손실과 57억원의 고정비 손실이 발생해 현재까지 약 5700억원의 누적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추산하면 이달 말까지 파업이 이어질 경우 예상 손실금액은 약 9500억원에 달하게 된다.

이창양 장관은 이어 "도크가 마비되면 공정에만 문제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선후 공정에서 모두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선주사와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조선업에서 납기 지연은 대우조선해양과 한국 조선업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져 미래 수주 기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도크를 총 5개 보유하고 있다. 현재 파업으로 운영이 중단된 도크는 세계에서 가장 큰 '1도크'다. 1도크에서는 유럽과 미주 지역 선주들이 발주한 유조선 3척을 건조해왔고 지난달 노조가 점거한 후에는 작업이 모두 중단됐다. 만약 이 3척을 비롯해 건조 예정인 선박들이 납기일을 줄줄이 놓친다면 매달 130억원의 지체 배상금이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 이에 대해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파업에 따라 납기가 지연되면 배상금보다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이번 파업이 조속히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청노조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는 이날 정부의 대국민 담화 직후 성명을 내고 정부의 파업 중단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금속노조는 "정부가 하청 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외면하고 대우조선해양이 주장하는 내용만 옮겨왔다"며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이 교섭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파업은 교섭 상대가 누구인지에 대한 입장 차이가 커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하청노조는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이 나서 임금 인상 등 요구 조건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청노조는 하청업체와 교섭에 실패해 이번 파업에 나섰다. 반면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은 하청노조를 교섭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정식 장관은 이날 담화문 발표에서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은 당사자가 아니다"고 밝혀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 측 해석에 힘을 실어줬다.

앞서 하청노조는 지난달 2일부터 임금 인상, 상여금 지급, 노조 활동 보장 등을 촉구하며 대우조선해양 사업장에서 파업에 돌입했다. 같은 달 22일부터 이들은 진수를 기다리는 선박을 불법 점거했다. 이 과정에서 한 노조원은 쇠창살에 자신을 가두고 일부 노조원은 고공 농성을 하고 있다. 이정식 장관은 "노조의 점거 행위는 불법적으로 생산시설을 점거한 것"이라며 "불법행위를 멈추고 대화의 장으로 복귀해달라"고 촉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번 파업과 관련해 "조합원들은 조속히 대화의 장으로 복귀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한 총리는 최근 물가 상승률이 6%대를 기록한 것을 언급하며 "당분간 가계 지출 부담과 기업들의 어려움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일수록 모든 경제주체가 어려움을 분담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우조선해양 하청 파업 사태가 장기화하고, 지역과 국민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수년간 어려움을 겪던 조선업이 바야흐로 회복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때"라며 "중요한 이 시기에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너무나 안타깝고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희래 기자 / 전경운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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