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9세? 34세? 39세?..몇살까지 대한민국 '청년'인가

이현호 기자 2022. 7. 1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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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목소리 커지는 '청년 기준' ]
기관·지역따라 자의적 기준 설정
청년통장까지 가입 연령 제각각
지원대상 배제 속출..불만 커져
중기인력지원특별법은 34세 상한
업계선 "39세까지 높여달라" 요구
정치권도 관련법 개정 추진 나서
[서울경제]

직장인 이 모?(36) 씨는 “고시 공부를 하느라 늦은 나이에 겨우 중소기업에 취업해 모은 돈이 적다. 뒤늦게 지원책을 찾아봤지만 나이 기준에 맞지 않아 제외되기 일쑤라 은행 대출 외에는 별다른 지원이 없어 속상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충남 청양에 김 모(43) 씨는 “제도적 허점으로 차별받은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김 씨는 ‘지역 청년 지원 사업’인 맥주 양조사 교육에 참여하려 했지만 연령이 높다고 거절당했다. 반면 인근 서천에서 동갑내기 박 모 씨는 동일한 교육 사업에 참여해 차질 없이 수료했다.

정책마다 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같은 기관마다 ‘청년’ 연령 상한이 제각각이라 수혜 대상인 청년들의 혼선을 부추기고 형평성 문제를 유발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청년 정책의 대상 범위가 정책별·지역별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통일된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무조정실과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청년 정책의 수립·조정 및 청년 지원 등에 관한 기본 사항을 규정하는 ‘청년기본법’이 청년을 19세 이상 34세 이하로 정의하지만 여러 법령과 지원 사업에서 정한 ‘청년’의 나이대는 제각각이다. 이런 탓에 청년 연령의 절대 기준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민원 제기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청년고용촉진특별법과 조세제한특례법 등은 통계청 기준을 따라 15~29세로 정했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와 서울 청년의회는 19~39세, 각 정당은 19~45세를 청년 당원으로 명시했다. 청년 근로자(청년 실업자 포함)의 중소기업 취업 지원을 위한 중소기업인력지원특별법 경우는 연령 상한을 34세로 규정했다. 정책과 기관마다 정책 목표나 예산에 맞춰 자의적으로 설정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정책과 기관의 입장에 따라 천차만별인 청년 기준 탓에 지원 사업에서 배제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민원이 급격히 늘고 있다”며 “통일되게 규정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진 만큼 관련 법 전반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청년 근로자가 근무하는 중소기업 관련 인력지원법에 대한 우려가 특히 커지고 있다. 당장 중소벤처기업부도 기준 적용이 그때그때마다 다르다. 통상 연령 상한을 34세로 규정하지만 소상공인이 청년 고용을 유지할 때 지원하는 정책 자금의 경우 만 39세 이하 청년이 대표자이거나 청년 근로자를 고용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설계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소기업 청년 근로자에 대한 지원 사업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는 것은 파악하고 있지만 35세에서 39세를 청년 근로자로 보고 지원해야 하는가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많다”며 연령 상한 조정에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은 청년들의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청년통장’은 대표적 혼선 사업으로 꼽힌다. 매달 10만 원으로 1440만 원의 목돈을 만드는 ‘청년저축계좌’는 만 15~39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다. 일반 청약보다 금리를 더 많이 제공하는 ‘청년우대형 청약통장’은 만 19~34세, 생계급여수급자 청년들을 위한 ‘청년희망키움통장’은 만 15~39세만 신청할 수 있다. 그나마 서울시와 경기도는 기준이 같다. 서울시의 ‘희망두배 청년통장’과 경기도의 ‘경기도 일하는 청년통장’은 만 18세에서 34세 청년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인천남동공단 소재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 근로자 최 모 씨는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은 청년적금에 가입 가능한 기준이 왜 다른 것이지, 뭐가 기준인지 헷갈린다”며 “30대 중반 청년 근로자들 사이에 ‘나도 청년이었네’라는 우스갯소리와 ‘만 35세는 청년도 아니냐’는 엇갈린 반응이 터져나온다”고 꼬집었다.

인구가 쪼그라들고 있는 군 단위 지역의 지자체에서는 최근 조례를 개정해 청년 연령 상한을 45세나 많게는 49세로 올리는 움직임이 부쩍 늘었다. 시골을 떠나 도시로 이동하는 청년층이 많아지면서 청년 지원 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남 의령군은 인구 2만 7000명으로 청년 정책을 시행해도 수혜자가 적어 지난해 청년 기준을 39세에서 49세로 올렸다. 덕분에 대상자가 전체 인구의 10%대에서 20%대로 늘어나면서 사업 추진에 숨통이 트였다.

이처럼 정책과 기관마다 제각각 적용하는 데 따른 혼란을 개선하고자 국회도 관련 법 개정 추진에 나섰다. 임병헌 국민의힘 의원이 청년기본법과 중소기업인력지원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청년 연령 상한을 39세 이하로 끌어올려 통일하자는 취지다. 임병헌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 입장에서는 제한된 예산 범위에서 설계해야 하니 청년 범위를 줄였다, 늘렸다 할 수는 있지만 청년들의 어려움이 큰 만큼 분명한 타깃팅을 위해 청년 나이 기준을 정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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