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열 막겠다는 암스테르담..주택 지붕·벽 단열에 41조원 투입

송민근 2022. 7. 1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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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효율 높인 유럽 800년 古都
수열에너지로 기업비용 절감
네덜란드, 보조금 적극 지원
시내 축구장 지붕엔 태양광
전기차 충전 역할도 맡아
"사용 가능한 모든 자원 활용
지속가능 에너지로 자급"

◆ 에너지 효율이 답이다 ② ◆

`운하의 도시`로 유명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는 46채의 수상가옥이 모인 작은 마을 `스콘스킵`이 위치해 있다. 암스테르담 운하 북쪽에 위치한 스콘스킵은 수열에너지를 활용해 냉난방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소규모 전력망(마이크로그리드)을 도입해 실시간 전력 소모를 파악하면서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실험을 벌이고 있다. [암스테르담 = 송민근 기자]
운하의 도시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은 8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도(古都)이기도 하다. 운하를 끼고 늘어선 벽돌 건물은 400년이 넘는 경우가 많다. 눈에 띄게 기울어진 건물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도시가 오랜 역사를 담고 있다.

한국의 역사로 치면 조선 광해군 집권 시기에 지어진 건물이 아직도 남아 있는 셈이라 건물의 에너지 효율 문제는 네덜란드의 큰 고민이다. 이에 네덜란드는 올해와 내년에 걸쳐 주택소유자협회와 협력해 주택 단열에만 314억9600만유로(약 41조4000억원)를 투입하면서 에너지 효율 개선에 나섰다.

코넬리아 딩카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 국제협력 담당은 "암스테르담은 도시가 낡고 오래돼 한 달에 4인 가구 기준으로 전기요금이 200유로씩 나오는 경우가 흔하다"며 "네덜란드는 태양광, 풍력 등 공급만이 아니라 사용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고 했다.

네덜란드 당국은 단열유리, 벽 단열 시공, 지붕 단열 시공, 다락방 단열재 설치, 바닥 단열재 설치 등 다양한 분야에 재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오래된 도시와 공존하는 한편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효율성 제고 방식인 셈이다. 암스테르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급등 이전부터 전 도시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네덜란드의 명문 구단 아약스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요한크루이프 아레나'도 대표적인 사례다. 요한크루이프 아레나는 1996년 완공돼 '암스테르담 아레나'로 불리다 축구의 전설 요한 크루이프가 사망한 이후인 2017년 이름을 바꿨는데 경기장을 스마트시티 개념에 맞게 탈바꿈시키는 것도 같은 시기에 추진됐다.

2018년 공사를 마친 요한크루이프 아레나는 세계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위치해 있다. 148대의 중고 '닛산 리프' 차량의 배터리를 재활용해 만든 3㎿(메가와트) 규모의 ESS는 구장 지붕에 설치한 4200개의 태양광 패널에서 생산된 유휴 에너지를 저장하고 도시 전체 에너지망과 연결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도시의 전력망을 개별 전기차로 확대한 시스템도 돋보인다. 차와 전력망(그리드)을 연결하는 '비이클 투 그리드(Vehicle 2 Grid)' 시스템은 전기차를 구장 전력망에 연결해두면 평소에는 전기차를 충전해주고 그러지 않을 때에는 전기차에서 전기를 빼서 쓸 수 있는 시스템이다. ESS를 대형으로 구축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다.

이삼식 KOTRA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무역관장은 "네덜란드는 단순히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는 접근을 넘어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얻고 쓰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며 "스마트그리드, 수열에너지 활용은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암스테르담은 도시 전체를 스마트시티로 만들기 위한 '시티 젠(City-Zen)'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시티 젠 프로젝트는 '무탄소 도시'를 의미하는데, 이를 위해 유럽연합(EU)은 2200만유로를 투자해 공동 기술개발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암스테르담 북서부 지역에 만들어진 1만가구 규모의 스마트그리드다. 어느 지역에서 어느 시간대에 전력 수요량이 발생하는지를 알고리즘으로 정리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비축하고, ESS에 저장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기술을 갖췄다. 에너지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이고 사용 효율을 높이기 위한 시도는 네덜란드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운하가 발달한 나라답게 수열에너지를 활용하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네덜란드 수자원관리청은 올해부터 1만가구에 열을 공급하기 위해 물에서 열에너지를 얻는 아쿠아테미(Aquathermy) 방식의 열펌프를 중부 도시 위트레흐트의 오버베흐트 정수처리장에 짓고 있다. 아쿠아테미는 운하에 채워진 강물을 포함한 지표수나 식수, 폐수로부터 열을 얻는 방식을 총칭하는 용어다. 이곳에 지어지는 열펌프는 연간 40만GJ(기가줄)의 열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이는 도시 전체 열 수요량의 10%에 달한다. 물의 비열이 높아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특성을 이용한 방식으로 이를 통해 1만가구의 열 천연가스 사용량을 줄일 계획이다.

수열에너지 활용은 기업의 비용을 절감하는 데에도 쓰이고 있다. 계절 간 온도 차에 따라 생성되는 냉·온수를 지하에 저장하고 필요할 때 활용하는 지하 열에너지 저장 기술(ATES·Aquifer Thermal Energy Storage)이 대표적이다. 네덜란드의 혈액 및 혈액 관련 제품 생산 기업인 생퀸은 냉각에 드는 막대한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지하 열에너지 저장 기술을 도입했다. 겨울철 차가워진 수도관을 활용해 혈액을 냉각시키고 이를 통해 연간 1100t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것으로 유명하다.

한편 올해 상반기 전력 거래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블랙아웃(대정전) 등 에너지 위기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암스테르담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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