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울사랑상품권 구매 실패기..발행 동시에 접속했지만
서울사랑상품권이라는 게 있습니다. 서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입니다. 지금까지 각 자치구(구청)별로 10%씩 할인해 판매해 왔는데, 가게나 편의점 사용은 물론 학원비 결제도 가능해 인기가 높았습니다. 보통 1인당 70만 원까지 구매할 수 있었는데 10% 할인이면 7만 원을 아낄 수 있으니 발행일이면 구매하려는 손길이 분주했습니다.
지자체별로 발행 개시 몇 분 만에 판매가 완료되던 서울사랑상품권은 오늘(14일)은 1시간여 만에 완판됐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을 보면 '구매 대란'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상품권 출시 전부터 서울 시민들의 관심이 더 컸습니다. 구매한 자치구에서만 사용할 수 있던 기존 상품권과는 달리 서울시 25개 자치구 어디서나 사용 가능한 '광역 서울사랑상품권'이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월급으로 생활하는 직장인이기에 상품권 구매 대열에 합류했지만, 결과는 구매 실패였습니다. 1시간 20분 이상 구매를 시도했지만, 상품권은 제 손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을 공유하고 발행과 구매 절차나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짚어보려고 합니다.
■ 할인율 낮아졌지만 서울 전역 사용 가능…구매 시도 폭주
서울시가 이번에 발행한 상품권 규모는 250억 원입니다. 1인당 구매 한도 400,000원에 할인율은 7%입니다. 그러니까 400,000원어치 상품권을 372,000원에 살 수 있다는 얘깁니다. 자신이 구매한 상품권에 다른 사람에게서 상품권을 선물 받으면 1인당 1,000,000원어치까지 보유할 수 있습니다. 유효기간 5년 안에 상품권을 쓰지 못할 경우, 전액 구매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상품권 발행 개시 시간인 오전 10시에 맞춰 '서울Pay +' 앱에 접속했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앱이 열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없으니 나중에 다시 시도해 달라"는 문구가 떴습니다. 앱에서 나갔다가 들어가길 몇 차례 반복하고서야 '상품권 구매' 항목을 누를 수 있었습니다.
오전 10시 4분, 상품권 구매창으로 바로 넘어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접속량이 많아 잠시 대기중"이라는 문구와 함께 대기시간이 1,036분 48초가 떴습니다. 1,038초도 아니고 1,036분이라…. 감이 오지 않아 시간으로 따져봤더니 17시간 16분 48초였습니다. 28,000원 할인받자고 17시간 이상 대기해야 하나 생각하니 아찔했습니다. 포기할까 생각도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대기 시간과 대기 인원이 줄었습니다.
20여 분 뒤 대기 인원이 두 자릿수가 되고 곧 결제창으로 넘어가나 싶었는데 갑자기 "장시간 미사용으로 로그아웃됐다"면서 "계속 이용하시려면 다시 인증해야 한다"는 문구가 떴습니다. 너무 당황해서 화면 캡처를 하지도 못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서울Pay +' 앱을 닫은 다음 처음부터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다시 대기 인원이 줄기를 기다리면서 20여 분, 이번엔 화면을 계속 지켜보며 로그아웃되기 전 로그인 연장을 해서 별 문제 없이 결제창으로 넘어갔습니다. 결제 항목을 놀렀는데 결제 진행 대신 "웹페이지를 사용할 수 없음"이라는 화면이 나왔습니다.
이 같은 과정을 반복하길 여러 차례 마침내 겨우 결제하기를 눌렀는데 이미 "상품권이 모두 소진돼 판매가 종료"됐다는 문구가 떴습니다. 1시간 24분에 걸친 서울사랑상품권 구매 시도는 결국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 서울시 "이렇게 많이 몰릴 줄 몰랐다"
'상품권 구매 대란' 의 근본 원인은 상품권을 구매하려는사람들이 너무 많이 한꺼번에 몰려서입니다. 발행처인 '서울Pay +' 앱에 접속이 폭주하는 바람에 구매 대기자가 급증하며 빚어진 일입니다.
문제는 대기자가 늘면서 덩달아 대기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게 됐는데 대기 도중 자동으로 접속이 풀리는 '로그아웃' 현상이 일어났다는 겁니다.
서울시는 애초에 앱에서 로그인이 지속되는 시간을 10분까지로 지정해 놨는데, 그러다 보니 이번엔 대기 도중 로그 아웃이 되는 경우가 잇따랏습니다. 서울시는 오전 10시 40분부터 로그인 지속 시간을 60분으로 늘렸다고 설명했지만 이미 때늦은 조치였습니다.
대기 중 로그아웃이 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대기를 해야 하는데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사이 상품권은 이미 다 팔려버려서 결국 상품권 구매에 실패한 사람들이 폭주했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불만들이 쏟아졌습니다.
■ 서울시, 올해 초 '서울Pay +' 출시…기존 이용자 불만도 나와
서울시는 지난 1월 서울사랑상품권 구매 플랫폼인 '서울Pay +'를 출시했습니다. 서울시는 그 이전까지 지역화폐인 서울사랑상품권을 '제로페이' 앱을 통해 판매했지만, 위탁판매사업권을 신한컨소시엄(신한카드, 카카오페이, 티머니)으로 바꿨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현금으로만 구매할 수 있었던 상품권을 신용카드로도 구매할 수 있다고 홍보했습니다. 단, 신용카드는 신한카드만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서울Pay +'앱 출시 당시 '제로페이'앱을 통해 서울사랑상품권을 구매해 오던 사람들은 서울지역 상품권을 구매하기 위해 별 문제 없이 잘 사용하던 앱 말고 번거롭게 다른 앱에다 신한은행 앱까지 깔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기존의 모바일 온누리상품권과 농할상품권, 전국의 다른 지역상품권 등은 '제로페이' 앱에서 구매할 수 있는데 유독 서울사랑상품권만 따로 다른 앱에서 구매해야 하게 됐다며 불편도 호소했습니다.
운영권이 신한컨소시엄에 넘어간 데 대해서도 소상공인 지원 차원에서 카드사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도입했다는 제로페이 취지와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서울Pay +'출시 6개월, 초기에 잡음이 있었지만, 오늘 같은 상황을 미뤄볼 때 서울사랑상품권 구매 열기는 앞으로도 여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는 당장 다음 주 중 250억 원 규모의 상품권 추가 발행 계획을 밝혔습니다. 강남태 서울시 소상공인플랫폼담당관은 "(트래픽이) 20만 정도까지는 감당할 거라고 예측했는데 이번엔 그보다 훨씬 많은 접속이 일어났다"면서 "소화할 수 있는 (서버) 용량을 이제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시는 과연 1주일 사이 오늘과 같은 구매 대란을 방지하고 구매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릴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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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성 기자 (e-gij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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