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이언트스텝은 옛말?..시장 "울트라스텝 확률 81%"
바이든 "6월물가 철지난 자료"
생산자물가도 11.3% 급등해
9월까지 8%대 CPI 상승전망도
금리 1%P 인상 가능성 커져
연은총재 "모든게 논의 대상"
캐나다는 기준금리 1%P 올려
◆ 美물가 충격 ◆
물가지표 충격을 의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쓸모없는 과거 자료"라며 최악의 상황이 지났다는 '인플레이션 정점론'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당분간 물가 상승률이 8%대를 유지하고 사실상 물가 안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또한 물가가 정점을 지나도 임금발(發) 인플레이션 우려로 연준이 금리 인상 행보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미 노동부가 발표한 6월 CPI 상승률은 9.1%(전년 동기 대비)로 올해 처음 9%대에 진입했다. 1981년 11월 이후 약 41년 만에 최고치며 시장 전망치(8.8%)를 뛰어넘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CPI도 전년 대비 5.9%, 전월 대비 0.7% 오르며 시장 예상치(각각 5.7%, 0.5%)를 웃돌았다.
CPI에 이어 다음날 발표된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도 큰 폭으로 올랐다. 미국 노동부는 14일 6월 PPI가 전년 동월보다 11.3% 올랐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사상 최고 기록이던 지난 3월(11.6%)에 육박하고, 지난달(10.9%)보다 높다.
지난 5월 22년 만에 밟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은 것이다. 이에 연준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보다 강력한 '1%포인트 인상'(울트라 스텝)이라는 초강수를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CPI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포인트 인상이 7월 FOMC에서 논의되는가'라는 질문에 "모든 게 논의 대상에 있다"고 말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울트라 스텝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직접적인 답을 피하면서 "0.75%포인트 밑으로 인상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7월 FOMC까지 연준이 더 많은 경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오늘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두 총재 모두 울트라 스텝 검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메스터 총재는 올해 FOMC 투표권이 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6월 CPI를 두고 "좋은 소식이 아니다"면서도 "내가 본 데이터에 따르면 7월 인상폭은 0.75%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도 울트라 스텝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노무라증권은 "연준은 신뢰를 강화하기 위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여 대응할 것"이라며 1%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다. 앤드루 홀렌호스트 씨티그룹 미국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도 "7월 회의에서 1%포인트 인상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예측을 뛰어넘는 물가지표가 발표되자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수습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6월 CPI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높지만 쓸모없는 과거 자료"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에너지가 인플레이션 월별 증가분의 절반을 차지했는데, 6월 중순 이후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0센트 떨어진 다음 거의 30일간의 유가 하락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물가 상승 억제가 시급한 최우선 과제"라면서 기름값을 낮추기 위한 전략비축유 지속 방출과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 도입 방침을 전했다. 휘발유 선물가격이 하락세인 점을 고려하면 미국 휘발유 가격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옥수수와 코코아 등 작물을 포함하고 있는 S&P GSCI 농산물지수는 지난 5월 고점 대비 25%가량 하락했다.
다만 에너지 가격 불확실성과 주거비 상승 등에 따라 단기간 물가가 빠르게 식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관련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픽싱(fixings) 시장 트레이더들은 7월과 8월 미국 CPI가 각각 8.6%와 8.3%를 기록하고 9월에는 8.2%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CPI가 내려간다고 해도 연준이 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진단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음에도 만약 고용시장이 계속 강세라면 연준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견뎌낼 수 있을 만큼 경제가 충분히 견고하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7월 3∼9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4만4000건으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직전 주보다 9000건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늘었다.
한편 캐나다는 주요 7개국 중 처음으로 이날 금리 1%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1998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금리 인상이다.
[신혜림 기자 /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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