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서 사형제 공방.."생명권 박탈 안돼" "죗값 치러야"

신민정 2022. 7. 1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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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은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게 죗값을 치르도록 하는 정의의 발로입니다." "다른 사람을 때린 이에 대한 태형조차 금지됐는데, 사형이 존치될 이유는 없습니다."

사형제가 헌법에 위반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이 14일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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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벌 기능 등 놓고 엇갈린 주장
법무부 "유족의 울분 무시 못해"
청구인 "법적 보복 정당화 안돼"
헌재, 올해 안 결론 내릴 예정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형법 41조 1호와 250조 2항 중 \

“사형은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게 죗값을 치르도록 하는 정의의 발로입니다.” “다른 사람을 때린 이에 대한 태형조차 금지됐는데, 사형이 존치될 이유는 없습니다.”

사형제가 헌법에 위반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이 14일 열렸다. 사형제가 헌재 심판대에 오른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사형제의 합헌과 위헌을 다투는 청구인과 법무부 쪽은 생명권의 제한 가능성, 형벌의 응보적 기능 등 쟁점마다 첨예하게 맞섰다.

이날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개변론의 주요 쟁점은 국가가 개인의 생명을 박탈할 권한이 있는지였다. 헌법 제37조 2항은 ‘국민의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나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고 되어있는데, 국가가 생명권 같은 ‘핵심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도 가능하냐는 것이다.

위헌소원을 낸 청구인 쪽은 생명권은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기 때문에 침해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청구인 쪽은 이날 변론에서 “생명은 절대적 가치라서 법적 평가를 통해 가치판단을 하거나 박탈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생명 박탈은 곧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헌법 제37조 2항에서 공공복리를 위해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하지만, 본질적인 기본권은 침해될 수 없다”고 했다.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에 의해서도, 범죄자를 영구 격리하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반면 법무부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생명권을 제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맞섰다. 흉악한 범죄자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그의 생명을 앗아가는 행위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법무부 쪽을 대리하는 정부법무공단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매우 예외적인 상황에서 개인의 생명권을 제한할 수 있다. 일반 국민의 생명 보호나 매우 중대한 공익을 지키기 위해 엄중한 형벌을 가하고, 이를 통해 응보적 정의와 범죄의 예방을 실현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생명권도 제한이 가능하다”고 했다.

‘응보’의 목적으로 사형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법무부 쪽은 “유족의 울분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형벌의 응보적 기능을 두둔했다. 그러나 청구인 쪽은 현대사회에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같은 방식의 보복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봤다. 청구인 쪽 참고인으로 나온 허완중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른 사람을 때렸다고 해서 때린 사람을 때리지는 않는다. 인권적 고려 때문에 태형도 금지됐는데, 태형보다 엄한 사형이 가능하다는 것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했다. 사형제가 범죄억제력이 있는지 검토를 맡은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분석을 위해서는 당시 실업률 같은 사회·경제 상황 데이터나 지역별 범죄 현황 같은 상세 자료가 필요하다”라며 현 상태에서는 ‘사형제 효과가 있다’ ‘없다’라고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존속살해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구형받고 최종 무기징역이 확정된 윤아무개씨를 청구인으로 해 2019년 2월 위헌소원을 냈다. 보조참가인으로는 ‘삼척 신혼부부 엽총살인 사건’으로 2000년 사형 확정판결을 받은 사형수 정아무개씨 및 정씨의 소송대리인으로 30년 넘게 사형폐지 운동을 하는 이상혁 변호사 등이 참여했다. 지난 두 차례 사형제 위헌재판에서 헌재는 1996년 재판관 7(합헌)대 2(위헌), 2010년 5(합헌)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으로 판단했다. 이날 공개변론을 마무리한 헌재는 올해 안에 세 번째 결정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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