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반도체, 애국 중국.. 한국 하반기 수출 '매우 흐림'
화물연대 파업, 중국 봉쇄 등 대내외 여건 악화에도 올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 실적은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반기 수출은 전년 대비 15.6% 늘어 팬데믹에 따른 기저효과를 본 작년(26%)을 제외하면 2017년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6월에도 조업 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이 15% 늘면서 역대 6월 최고 수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하반기 수출 기상도는 “매우 흐림”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 수출을 떠받쳐온 버팀목들이 흔들리는 와중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로 글로벌 수요가 둔화되는 조짐마저 뚜렷하기 때문이다. 수출까지 무너질 경우 14년 만에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무역수지 적자는 하반기 훨씬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WEEKLY BIZ가 한국 수출 전선에 낀 ‘3대 먹구름’ 요인을 분석했다.
①심상찮은 반도체 수출
국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분의 1(지난달 기준 21.4%)이나 되는 대표적 ‘효자 품목’인 반도체는 겉보기에는 여전히 탄탄한 편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123억5000만달러(약 16조580억원)를 기록해 ‘14개월 연속 100억달러 이상, 24개월 연속 수출 증가’를 달성했다.
하지만 세부 성적표를 들여다 보면 IT 기기 수요 감소 영향으로 반도체 수출이 둔화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전년 대비)은 지난 1분기(1~3월) 24.2%, 23.8%, 38%를 기록할 만큼 호조세를 유지하다 2분기(4~6월) 들어 15.8%, 15.0%, 10.7%로 쪼그라들었다. 하반기에는 둔화세가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스마트폰·PC·태블릿 기기 출하량이 작년보다 7.6%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주 규모를 보여주는 ‘반도체 수출 계약 지수’는 지난 1분기 118.1에서 2분기에는 106.4로 떨어졌고, 3분기에는 91.8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이 지표가 100보다 높으면 수출 계약이 전 분기보다 늘었다는 의미고,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다.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은 “수출 계약은 수출 증가율과의 연관성이 매우 높은 지표”라며 “수출 감소로 반도체 산업 매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일부 핵심 품목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 품목의 수출 증가율이 이미 지난달 마이너스로 접어든 것도 불안한 대목이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고유가에 따른 단가 상승과 정제 마진 확대로 80% 넘는 수출 증가율을 기록한 석유제품을 제외할 경우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은 -1.7%로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수출까지 부진에 빠질 경우 하반기 수출 감소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②애국 소비 강조하는 중국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중국으로의 수출 실적이 2분기 들어 큰 부진에 빠진 것도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4분기 24.3%(월평균)였던 대중(對中) 수출 증가율은 올 1분기 15.5%로 줄더니 2분기에는 -1.0%를 기록했다. 상하이 봉쇄 여파 등으로 중국의 소비 심리와 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된 결과다.
대중 수출이 줄면서 대중국 무역수지는 5월(-10억9900만달러)에 이어 지난달(-12억1400만달러)에도 적자를 기록했다. 대중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4년 8월(1400만달러 적자) 이후 28년 만이다. 수출 중심 경제인 우리나라는 대중 수출 의존도(작년 기준 25.3%)가 매우 높은 만큼 중국 소비가 위축되면 그만큼 타격이 커진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지면 우리나라 성장률도 0.1~0.1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
지난달 1일부터 상하이 전면 봉쇄가 해제되고 중국 당국이 대대적인 부양책을 발표했지만, 대중 수출이 대폭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오는 10월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중국 당국이 성장률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해외에서 들여오던 물품들을 자국 기업에서 조달하도록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KB증권 권희진 연구원은 “중국 당국의 자국 내 생산품 소비 강조로 경기 부양 효과는 일부 소비재와 기계장비 등 제한된 품목에 그칠 것”이라며 “(중국의 부양책이) 주요국의 소비 위축을 상쇄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③경기 얼어붙는 미국, 유럽
미국, 유럽 등 다른 지역도 최근 물가 폭등과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경기 침체 조짐을 보이며 수입 수요가 얼어붙고 있다. 대미 수출 증가율은 5월 29.2%에서 지난달 12.2%로 줄었고, 대유럽연합(EU) 수출 증가율은 5월 23.4%에서 2.4%로 급락했다.
제조업 구매 담당자들의 신규 주문이나 재고, 생산 등에 대한 의견을 지수화한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미국과 EU 모두 하락한 것이 우리나라 수출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제조업 PMI는 지난 4월 59.2에서 지난달 52.7로, EU는 같은 기간 55.5에서 52.1로 떨어졌다. 미국과 EU는 우리나라 수출 총액의 각각 14.9%, 9.9%를 차지하는 2, 3위 수출국이어서 해당 국가의 경기가 부진할 경우 수출은 크게 휘청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수출이 역대 최고액 행진을 벌이던 상반기에도 내실이 허약한 성장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물건을 많이 팔아서가 아니라 물가 상승으로 판매 단가가 오르다 보니 어부지리로 수출액이 늘어난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1~6월 금액 기준 수출 증가율은 평균 15.8%인 반면 물량(톤) 기준 수출 증가율은 평균 1.5%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하반기 수출 여건이 악화되면 수출 실적과 무역 적자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미 국내 기업들이 응답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의 하위 항목인 7월 매출 전망 지수는 96으로 전월 대비 5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수출 기업의 매출 전망 하락 폭은 11포인트(119→108)로 내수 기업 하락 폭(3포인트)보다 훨씬 컸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 수출 단가도 같이 떨어지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최근 다소 하락 조짐을 보이는 것도 수출에는 좋은 신호가 아니다”라며 “여러 요인을 감안할 때 하반기 수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거나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크게 요동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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