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경찰국' 발표 D-1..계속되는 일선 반발, '풍전등화' 경찰 지휘부

이유진 기자 2022. 7. 1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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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럽게 얽힌 전선 너머로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가 보이고 있다. 김창길 기자

‘경찰제도 개선방안 최종안’ 발표를 하루 앞두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행안부에 신설되는 경찰통제 조직의 명칭을 ‘경찰국’으로 하고 조직의 수장은 치안감이 맡기로 했다는 구체적인 안을 공개했다. 경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원안을 강행한다는 것인데, 경찰 지휘부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아 ‘백기투항’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경찰은 법무부와의 수사권 조정 협상에서도 기존 주장에서 한 발 물러난 입장을 냈다.

이 장관은 14일 공개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행안부에 신설할 조직의 명칭에 대해 “최종 확정은 아니지만 단순하게 ‘경찰국’으로 할 생각”이라며 “경찰국장은 치안감에게 맡기려고 한다”고 했다. 경찰국의 기능, 구성에 대해선 “(경찰) 인사, 법령 제·개정, 국가경찰위원회 구성·안건 부의·재심의, 자치경찰 업무 등을 할 것”이라며 “산하에 3개 과(총괄과, 인사과, 자치지원과)를 두되 총괄과장은 행안부 출신에, 인사과와 자치지원과 과장은 경찰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경찰국 정원은 15명 정도이며, 80%를 현직 경찰로 충원하겠다고 했다. 경찰 공안직화(공안직 수준의 기본급 조정)와 복수직급제 도입 등 당근책도 제시했다.

경찰 내부는 들끓었다. 특히 지휘부를 향한 일선 경찰들의 성토가 줄을 이었다. 한 일선 경찰은 경찰 내부망 ‘폴넷’에 올린 ‘행안부 장관의 당근마켓’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행안부 장관이 제시한 당근은 경찰 지휘부에만 해당할 뿐 90% 이상의 일선 경찰들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고 했다. “경찰 의견이 반영되도록 행안부와 소통하겠다던 경찰 지휘부는 도대체 뭘 한 것이냐” “경찰이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다는 게 통탄스럽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경찰 직장협의회의 집단행동을 막지 말라고 경찰 지휘부에 호소하는 글도 여럿 올라왔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회장단 소속 한 경찰이 14일 명동성당 앞에서 열린 행안부 경찰국 신설 반대 기자회견에서 기도하고 있다. 최서은 기자

경찰 지휘부는 “(지난 8일 구성된 행안부와의) 협의체를 통해 경찰의 요구 사안을 충분히 전달했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한 고위 경찰 관계자는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충분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하긴 어렵다”며 “우선은 내부 갈등부터 추스르자는 분위기다. 전국에서 현장 직원들을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눴고, 곧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직협과의 소통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 지휘부는 직협의 단체행동으로 경찰 조직 전체가 정치적 집단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민 장관이 직협의 단체행동을 ‘정치적 행위’로 규정한 바 있다. 서울 소재 한 일선 경찰관은 “경찰이 정권과 맞서서 이길 수도 없고 이긴 역사도 없다”며 “그나마 일선에서 거세게 반발한 덕에 이 정도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법무부와의 수사권조정 후속 논의에서도 물러서고 있다. 경찰은 이날 법무부 과천 청사에서 열린 검경협의체 3차 실무회의에서 “경찰 수사단계는 경찰이 책임지고 수사하고, 송치 사건의 경우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함을 원칙(관련 규정)으로 명시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을 법무부 측에 전달했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 폐지를 주장하던 기존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발을 맞춘 행보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송치 전 경찰의 자율적 수사, 송치 후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를 골자로 한 책임수사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법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그에 따른 국정과제를 따르는 것은 국가기관으로썬 정해진 순서”라며 “다만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를 전면 허용하자는 것은 아니고 예외적인 범위를 정해 허용하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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