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헌재 심판대 오른 '사형제' 위헌일까.. "범죄인 개선·교화 박탈"vs"국민 생명 지켜야"
'생명권' 침해 여부 놓고 논란 이어져
청구인 "생명권에 국가가 개입해선 안 돼"
법무부 "정의를 위해 생명권 일부 제한 필요"
“사형은 범죄자 생명을 박탈하면서 ‘개선 가능성’을 없앤다. 범죄인을 개선·교화하는 목적을 완전히 배제하는 형벌이다. 사형제 외의 다른 형벌보다 범죄 억제 효과가 입증된 바도 없다. 사형제는 인간을 사회방위의 수단으로만 대하고 있어 존엄성을 침해한다.”(청구인측 김형태 변호사)
“사형 선고는 엄격한 조건에서 이뤄지고 있다. 무고한 일반 국민의 생명 등을 지키고, 정의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공익적 측면이 상당하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신설하면 사형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해도 죽음에 대한 근원적 공포를 고려하면 사형이 가지는 위하력(범죄 억제력)을 대체하지 못한다.”(이해관계인 법무부 대리인 정부법무공단)
사형제도의 존치냐 폐지냐 여부를 놓고 12년 만에 헌법재판소가 공개변론을 열었다.
14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개변론에는 심판 청구인 측 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김형태, 박수진 변호사 등이 출석했다. 이해관계인인 법무부 장관 측은 정부법무공단 김상찬 변호사 등을 선임했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사람은 2018년 부모를 살해한 A씨다. A씨는 1심에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A씨와 함께 2019년 2월 사형제 헌법소원을 냈다. A씨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가장 큰 쟁점은 사형제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는지, 기본권인 ‘생명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지 등이다.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 제41조 제1호 △형법 제250조 제2항 중 ‘사형’ 부분 등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형법 제41조(형의 종류) 제1호에는 사형이 명시된다. 형법 제250조(살인, 존속살해)의 2항에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구인 측은 법적 평가를 통해 ‘생명 박탈’ 여부를 판단해선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형제도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반면 법무부 측은 무고한 일반 국민의 ‘생명권 박탈 방지’가 더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맞섰다.
청구인 측은 “생명은 절대적 가치로, 법적 평가를 통해 반가치 판단을 하거나 박탈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면서 “생명권은 인간의 존엄과 더불어 보호영역과 본질적 내용이 일치하는 기본권으로, 생명 박탈은 곧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죽음 이전의 자연이 부여한 현상에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 측은 “사형제에 따른 생명의 박탈을 극악무도한 범죄행위로 인해 무고하게 살해당하였거나 살해당할 위험이 있는 일반 국민의 생명권 박탈이나 그 위험과 같게 볼 수 없다”면서 “두 생명권이 충돌하게 되면 범죄행위로 인한 무고한 일반 국민의 생명권 박탈의 방지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형제가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놓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청구인 측은 “사형이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일치된 과학적 연구결과가 없다”면서 “사형은 당하는 당사자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오로지 다른 사람의 범행 방지라는 일반예방이나 사회방위만을 지향하는 형벌”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사형제는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공포본능을 고려한 가장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 범죄 예방기능이 크다”면서 “실제 사형이 법정형으로 규정된 범죄는 흉악범죄에 한정돼 있고, 사형선고 또한 엄격한 요건하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맞받았다.
법무부 측 대리인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대 형사법 체계에서 형사 처벌의 목적이 ‘보복’이 아닌 ‘교화’에 있는 것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지만 응보의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한국 국민의 법 감정은 여전히 응보적 정의를 요청하고 있는 점을 무시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후 헌재 재판관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사형제 대신 ‘감형과 가석방이 없는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청구인 측에 헌법재판관은 “절대적 종신형이 사형보다 기본권을 덜 제한한다고 볼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청구인 측은 “사형이 가지는 위하력은 사형이 아닌 절대적 종신형을 통해서도 달성 가능하기 때문에 사형이 위헌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절대적 종신형을 제시한 것”이라며 “입법과정에서 사회성숙도, 법감정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사형제를 두고 헌재 심판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1996년 헌재는 살인죄의 법정형으로 사형을 구정한 형법 250조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7(합헌)대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2010년에는 형법 41조 1호와 관련해 5(합헌)대4(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사형은 1997년 12월 30일 마지막으로 집행됐다. 이후 25년간 단 한 차례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제도 폐지국으로 평가되고 있다. 법무부가 밝힌 지난해 말 기준 복역 중인 사형수는 5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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