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질값도 아까워"..고기 덩어리째 사는 '짠테크'로 버틴다

송주희 기자 2022. 7. 1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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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서 버리기 쉬운 채소·과일류
소용량 포장·냉동제품으로 구매
"반품 상품이라도 멀쩡하면 OK"
위메프 리퍼 매출 1년새 51% ↑
롯데홈쇼핑, 기한 임박상품 판매
'최대 80% 할인'..순식간에 매진
[서울경제]

무섭게 뛰는 물가에 장 보는 사람도, 팔 물건 내놓는 기업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인 시절이다. 얇아진 지갑, 위축된 소비 심리에 고객도 유통업체도 ‘조금이라도 더 싸게’에 집중하는 가운데 양쪽 모두 ‘거품 줄이기’로 고물가 버티기에 돌입했다. 소비자는 손질이 되지 않은 대신 가격이 저렴한 ‘덩어리 상품(육류·생선)’이나 폐기 없이 1~2회만 사용하면 되는 ‘소량 상품(채소)’ 중심으로 장바구니를 채우고, 유통업체들은 ‘짠테크’ 열풍을 반영해 리퍼 제품이나 유통기한 임박 상품 판매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번거로워도 싸게 사서 직접 손질

요즘 대형 마트의 육류·생선 코너에서는 손질 및 소분하지 않은 ‘덩어리’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소분 작업에 드는 비용이 최종 소비자 가격에서 빠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질의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대신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이마트(139480)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육류 후레쉬팩(손질하지 않은 덩어리 상태의 육류 원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8.6%나 뛰었다. 올해 1~6월 이마트 축산 전체 신장률이 5.2%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후레쉬팩 인기의 가장 큰 요인은 뭐니뭐니해도 가격이다. 돈육 상품 기준 후레쉬팩의 가격은 소분된 일반 상품 대비 1㎏당 약 1000원이 저렴하다. 육류 상품화 과정에서 손질 작업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만큼 싸게 가격을 매길 수 있는 것이다. 생선회 역시 뼈 없는 살코기 덩어리인 ‘필렛’이 많이 팔리고 있다. 상반기 이마트의 생선회 필렛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3% 늘었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필렛 광어회의 경우 100g당 7980원, 필렛 연어회는 4580원으로 일반 소분 상품 대비 평균 30% 싼 편이다.

이마트 성수점에서 직원이 육류 후레쉬팩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사진 제공=이마트

육류·생선 품목 소비 트렌드가 ‘더 크게’로 이동하고 있다면 채소는 반대다. 낱개 상품이나 여러 야채를 소용량으로 담은 간편·냉동제품이 부상하고 있다. 채소의 경우 묶음 판매인 경우가 많아 여러 종류를 따로 구매하면 몇 번 먹지 못하고 폐기하는 일이 잦다. 이렇다 보니 보관 편의나 가성비 관점에서 소량 상품이나 모둠·냉동 채소를 찾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의 상반기 냉동 채소는 매출이 35.1% 뛰었다. 이런 고객 수요에 대형 마트와 편의점은 1~2회 조리에 적합한 소용량 채소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여력 감소로 ‘가성비’가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며 “품목별로 고객의 장보기 수요가 많이 변해 이에 맞춘 상품을 발굴·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온전하면 OK···리퍼·기한임박 상품 판매↑

새 제품이 아니더라도 사용이나 섭취에 문제가 없는 리퍼·유통 기한 임박 상품을 찾는 ‘알뜰소비족'도 많아지고 있다. 위메프에 따르면 최근 3개월(4월 13일~7월 12일)간 리퍼 상품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1.02% 늘었고, 전시 상품도 19.53% 증가했다. 티몬의 경우에도 ‘알뜰쇼핑’ 기획관의 5월 매출이 전달과 비교해 279% 늘었다. 알뜰쇼핑 기획관은 전시상품이나 단순 변심에 의한 반품 상품, 이월 상품 등 정상적인 가격에 판매하지 못하는 상품을 티몬 상품 기획자(MD)들이 엄선해 소개하는 공간이다. 밥상 물가 상승과 밀접한 식품의 매출이 307% 급증했고, 뷰티(412%), 리빙(990%) 상품도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도 인기다.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알뜰 쇼핑’ 전문관에서 최대 8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선보인 유통기한 임박 상품이 단시간에 매진됐고, 관련 주문 금액이 전년 동월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이에 롯데홈쇼핑은 온라인 쇼핑몰 ‘롯데아이몰’에서 매월 100개 이상의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선정해 최대 80% 할인된 가격에 선보이는 ‘알뜰쇼핑’ 행사를 진행한다. 또 ‘리퍼관’에서는 가구·가전·유아동 등 리퍼 상품을 비롯해 중고 명품 등을 다양하게 판매한다.

패션 업계에서도 이 같은 소비 현상을 반영해 ‘짠테크’와 관련한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코오롱FnC는 이날 자사몰인 ‘코오롱몰’과 함께 중고 거래 서비스인 ‘오엘오 릴레이 마켓’을 정식으로 선보였다. 자사 브랜드 제품을 중고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사이트로, 소비자가 중고 의류를 오엘오 릴레이 마켓에 내놓으면 회사가 이를 매입한 뒤 검수·복원 과정을 거쳐 가격을 산정한 뒤 포인트 ‘이코오롱’(Ekolon)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스포츠 상품에 한하여 시작했고, 앞으로 럭키슈에뜨, 쿠론 등 다양한 브랜드의 중고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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