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동맹 참여 압박한 美.."참여 불가피..中달랠 카드 찾아야"
김상윤 2022. 7. 14. 17:10
미국, 외교채널 통해 한국 답변 압박
중국 반도체 공급망서 배제 전략 깔려
내달 실무자급 회의 통해 최종 결정할듯
재계 "중국 시장 포기 못해..껄끄러운 문제"
중국 반도체 공급망서 배제 전략 깔려
내달 실무자급 회의 통해 최종 결정할듯
재계 "중국 시장 포기 못해..껄끄러운 문제"
[이데일리 김상윤 이다원 기자]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추진 중인 이른바 ‘칩(Chip)4 동맹’ 참여를 압박하면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선진국들과 손을 잡으며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자칫 중국의 견제가 극심해질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입을 피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한·일 ·대만 ‘반도체 장벽’ 구축..中배제
13일(현지시간) 워싱턴 소식통 등에 따르면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 중인 이른바 ‘칩4 동맹’에 참여할지 여부를 우리 정부에 8월 말까지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과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칩4 동맹은 미국, 한국, 대만, 일본 등 4개국 간의 반도체 협력을 확대하고 강화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꺼낸 구상이다. 지난 3월경 칩4 동맹에 대한 구상을 밝힌 미국은 이후 관련 국가와 의견을 교환해왔으며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8월 말에 실무자급 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칩4 동맹은 중국이 ‘위대한 중국의 부흥’을 외치며 미국을 위협하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속내가 깔린 것으로 전해진다. 메모리반도체 분야 최강자인 한국,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대만, 소재·부품·장비 분야 최강자인 일본, 반도체 설계기술 1위인 미국을 한데 묶는다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칩4에 대한 구체적인 실체를 확인하지 못하면서 반도체 업계는 현재 혼란스러운 상태다. 이창한 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미국이 아직 칩4 참여와 관련해 국가별 역할 배분, 협력 등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단순히 기술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고 한다면 참여를 안 할 이유가 없지만 현재로서는 정확한 실체를 알고 이해타산을 따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칩4 동맹을 결성하는 데 가장 걸림돌로 중국의 견제를 꼽고 있다. 중국은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대만이 참여 대상에 포함된 데다 미국의 대 중국 견제가 강화되는 점을 고려해 칩4 동맹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에 이어 칩4까지 한국이 참여할 경우 중국을 견제는 보다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사업 비중이 작지 않은 점이 부담이다. 삼성전자는 유일한 중국 시안에 해외 메모리 낸드메모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사업 비중이 크다.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 공장에서 D램을 생산하는데 전체 생산량 중 45% 가량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 비중이 상당한 입장에서 어느 한 쪽을 택하라는 것은 상당히 껄끄러운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칩4 참여 거부 어려워..中달래며 실리 찾아야
전문가들은 미국의 칩4 가입 요청에 대해 한국이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미국 장비와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버릴 경우 반도체 생산에 크게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데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도 미국의 협조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칩4 가입을 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중국 화웨이를 제재할 때처럼 동맹 국가 기업 외에는 미국 기술을 쓰지 못하게 할 수 있다”면서 “칩4 가입 시 중국에 수출을 금지한다는 등 강력한 조치가 없다면 딱히 중국이 보복 카드 등을 꺼낼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대만, 일본의 움직임을 보면서 최대한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실리를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대만이 아직 참여 여부를 결정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가입의사를 밝히는 건 애매할 수 있다”면서 “우리가 마지못해서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보여주고 중국 공장 투자를 위해서도 칩4 가입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알리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려고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머뭇거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가입하더라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중국과 지속적으로 협력한다는 등 정치적인 메시지를 주는 등 실리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13일(현지시간) 워싱턴 소식통 등에 따르면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 중인 이른바 ‘칩4 동맹’에 참여할지 여부를 우리 정부에 8월 말까지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과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칩4 동맹은 미국, 한국, 대만, 일본 등 4개국 간의 반도체 협력을 확대하고 강화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꺼낸 구상이다. 지난 3월경 칩4 동맹에 대한 구상을 밝힌 미국은 이후 관련 국가와 의견을 교환해왔으며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8월 말에 실무자급 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칩4 동맹은 중국이 ‘위대한 중국의 부흥’을 외치며 미국을 위협하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속내가 깔린 것으로 전해진다. 메모리반도체 분야 최강자인 한국,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대만, 소재·부품·장비 분야 최강자인 일본, 반도체 설계기술 1위인 미국을 한데 묶는다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칩4에 대한 구체적인 실체를 확인하지 못하면서 반도체 업계는 현재 혼란스러운 상태다. 이창한 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미국이 아직 칩4 참여와 관련해 국가별 역할 배분, 협력 등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단순히 기술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고 한다면 참여를 안 할 이유가 없지만 현재로서는 정확한 실체를 알고 이해타산을 따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칩4 동맹을 결성하는 데 가장 걸림돌로 중국의 견제를 꼽고 있다. 중국은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대만이 참여 대상에 포함된 데다 미국의 대 중국 견제가 강화되는 점을 고려해 칩4 동맹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에 이어 칩4까지 한국이 참여할 경우 중국을 견제는 보다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사업 비중이 작지 않은 점이 부담이다. 삼성전자는 유일한 중국 시안에 해외 메모리 낸드메모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사업 비중이 크다.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 공장에서 D램을 생산하는데 전체 생산량 중 45% 가량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 비중이 상당한 입장에서 어느 한 쪽을 택하라는 것은 상당히 껄끄러운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칩4 참여 거부 어려워..中달래며 실리 찾아야
전문가들은 미국의 칩4 가입 요청에 대해 한국이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미국 장비와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버릴 경우 반도체 생산에 크게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데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도 미국의 협조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칩4 가입을 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중국 화웨이를 제재할 때처럼 동맹 국가 기업 외에는 미국 기술을 쓰지 못하게 할 수 있다”면서 “칩4 가입 시 중국에 수출을 금지한다는 등 강력한 조치가 없다면 딱히 중국이 보복 카드 등을 꺼낼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대만, 일본의 움직임을 보면서 최대한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실리를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대만이 아직 참여 여부를 결정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가입의사를 밝히는 건 애매할 수 있다”면서 “우리가 마지못해서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보여주고 중국 공장 투자를 위해서도 칩4 가입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알리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려고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머뭇거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가입하더라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중국과 지속적으로 협력한다는 등 정치적인 메시지를 주는 등 실리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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