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회장의 경고.."단기실적 매달리면 더 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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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영업이익 등 단기 실적 개선에 매몰되면 더 큰 위기가 찾아올 겁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은 14일 열린 롯데의 하반기 가치창조회의(VCM·옛 사장단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회의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송용덕·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4개 사업군(HQ) 총괄대표, 각 계열사 대표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시계가 더 이상 멈춰 있어선 안 된다고 판단해 경영 전면에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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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일 적시에 해내야" 주문
'잃어버린 5년' 벗고 현장경영
부산박람회 유치 방안도 논의
“매출, 영업이익 등 단기 실적 개선에 매몰되면 더 큰 위기가 찾아올 겁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은 14일 열린 롯데의 하반기 가치창조회의(VCM·옛 사장단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룹 사장단에 변화의 필요성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올초만 해도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롯데의 분위기는 최근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위기’에 직면하면서다.
‘미래 먹거리’ 점검
롯데는 이날 부산에서 하반기 VCM을 열어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발생이 우려되는 복합위기 상황의 돌파 방안을 모색했다. 회의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송용덕·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4개 사업군(HQ) 총괄대표, 각 계열사 대표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신 회장은 우선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로 시가총액을 제시했다. 그는 “자본시장에서 우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원하는 성장과 수익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달라”고 사장단에 주문했다.
신 회장은 “꼭 필요한 일을 적시에 해내자(Do the right thing, at the right time)”는 말도 했다. 경쟁업체들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동안 ‘잃어버린 5년’을 보내며 주춤했던 그룹 전반에 긴장의 고삐를 죄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바이오, 모빌리티 등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신사업 준비 상황도 꼼꼼하게 점검했다. 바이오는 그가 최근 가장 공을 들이는 사업 중 하나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선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이 가장 유망한 산업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게 신 회장의 생각이다.
롯데는 5년간 37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지난 5월 내놓은 바 있다. 전체 투자 금액 중 40% 이상을 신사업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부산 엑스포 유치 ‘올인’
이번 회의에선 지난해 말 조직 개편 이후 새롭게 출범한 4개 사업군이 처음으로 각자 중장기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식품군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메가 브랜드를 육성하고, 가치사슬을 고도화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유통군은 ‘고객의 첫 번째 쇼핑 목적지’라는 새 비전을 바탕으로 조직문화부터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등 사업 전반에서 혁신을 추진하기로 했다.
화학군은 수소에너지와 전지 소재, 리사이클·바이오 플라스틱 등 신사업 추진 의지를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호텔군은 사업구조 재편과 조직 체질 개선 계획을 내놨다.
롯데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 방안도 논의했다. 신 회장이 VCM을 부산에서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는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송·이 대표가 팀장을 맡는 ‘롯데그룹 유치 지원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했다. 롯데는 TFT를 중심으로 국내외 사업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부산엑스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대외활동 시동 거는 신동빈
신 회장은 이날 VCM에 참석하기 전 부산시청을 찾아 박형준 부산시장도 만났다. 신 회장은 박 시장과 최근 논란이 됐던 부산 롯데타워 건립 문제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신 회장은 “2025년 롯데타워를 예정대로 건립하고, 사직야구장 재건축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에선 오랜 침묵을 깨고 대외 활동을 본격 재개한 신 회장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과 사법 리스크 등으로 2020년까지 잠행을 이어간 그는 최근 들어 현장 경영에 적극적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시계가 더 이상 멈춰 있어선 안 된다고 판단해 경영 전면에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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