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날아든 '빚투 청구서'..2030 도산폭탄 터지나
자영업자 등 50대 이상 파산은
1년새 73%서 77%로 늘어나
'영끌' 30대 가구주 평균부채
1.1억..전년 대비 11% 증가
이달 주식·가상자산 손실금
변제금서 제외돼 회생 신청↑
“암호화폐 투자 실패로 20~30대 청년층의 부채에 대한 부담이 날로 커지고 개인회생 신청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난달 28일 서울회생법원이 7월부터 주식·암호화폐 손실액을 채무 변제금 산정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하면서 내놓은 진단이다. 다음날 고(故) 조유나 양 일가족이 진도 바다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조 양의 30대 아버지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투자로 2000만 원의 손실을 봤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파산이든 회생이든 도산은 중년·노령층 문제로 인식됐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청년들의 회생 문제까지 심각하게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는 뜻이다. 코로나19로 생업을 잃은 5060세대의 파산 위험은 고착화되고 ‘영끌’ 자금을 주식·가상자산에 쏟아부은 2030세대의 회생 신청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파산은 50대 이상, 개인 회생은 30대 이하 급증=14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개인파산 신청자 가운데 50대 이상 비율은 2020년 72.68%에서 2021년 76.5%로 늘었다. 60세 이상이 39.11%에서 43.91%로 증가해 고령층의 문제가 특히 심각했다. 은퇴자·자영업자가 대다수인 5060세대가 코로나19 기간 방역 조치 강화, 영업시간 제한에 타격을 입고 파산에 내몰리는 현상이 더 뚜렷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개인회생 신청자는 30대 이하가 2020년 42.5%에서 2021년 45.1% 증가했을 만큼 2030세대가 두드러졌다. 올해도 2030세대 개인회생 신청 비중이 47.9%(상반기 기준)로 늘어 50% 턱밑까지 올라왔다. 특히 대학생, 사회 초년생으로 구성된 20대 개인회생 신청 비중이 10.7% → 14.1% → 17.9%로 크게 늘어난 점을 주목해야 한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해결하거나 월급이 적은 사회 초년생들이 주식·가상자산에 손을 댔다가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에 따라 빚이 재산보다 많아 파탄에 직면한 채무자는 법원에 회생·파산 신청을 통해 빚 일부를 면제 받을 수 있다. 일정한 소득이 있어 갚을 여력이 있으면 개인회생, 그렇지 않으면 파산을 택한다. 개인회생의 경우 채무자 청산 가치(재산 처분액)보다 3~5년간 돈을 벌어서 갚을 수 있는 금액이 더 많아야 한다. 채무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동시에 채권자에게는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도산 제도의 취지다.
◇코로나19 때 꺾인 개인 도산 3년 만에 다시 증가세=개인 도산은 매년 증가 추세였다가 코로나19 기간 잠시 꺾였다. 2020년 개인파산 신청이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자 정부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을 상대로 각종 지원금을 지급했고 채무 상환 시기도 네 차례 미뤄주면서 당장 빚을 갚아야 할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은 2020년 8만 6553건에서 2021년 8만 1030건, 개인파산 신청은 2020년 5만 379건에서 2021년 4만 9063건으로 각각 줄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일상 회복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코로나 지원금이 끊겼고 금리 인상, 물가 급등, 자산시장 붕괴 등 경제 상황까지 악화되면서 채무 부담이 증폭됐다. 개인파산 신청자의 60~70%가 월 수입이 100만 원 이하에 불과할 만큼 소득이 낮기 때문에 법원을 찾지 않고서는 버틸 방법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코인 폭락, 영끌한 2030 도산 위험 커=전문가들은 특히 2030세대의 도산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30대 가구주의 평균 부채는 1억 1190만 원으로 전년 대비 11% 급증해 다른 연령대를 웃돌았다. 30대가 영끌 투자의 중심에 서면서 담보대출·신용대출 등 금융 대출이 14.1% 급증한 것이 그 배경이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업권별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29세 이하 청년층의 제2금융권 가계대출 총액이 26조 5587억 원으로 전년 말 22조 6074억 원 대비 17.5%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산 사건을 맡고 있는 한 부장판사는 “조유나 양 일가족이 목숨을 끊은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2030 부채 문제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쌈짓돈까지 들어간 가상자산과 주식 가격이 폭락하면서 올 9월 전후로 청년들의 개인회생 신청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산 가상자산 ‘루나’와 ‘테라’의 폭락으로 투자금 52조 원이 증발했고 코스피·코스닥지수는 올 들어 20% 넘게 빠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서울회생법원은 2030세대의 개인회생 신청이 폭주할 것에 대비해 이번 달부터 주식·가상자산 손실금은 변제금 산정 때 제외하기로 했다. 그동안 개인회생 절차 때 부동산과 달리 주식과 가상자산은 손실액까지 변제금에 산정해왔는데 개인회생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박시형 대한변호사협회 도산변호사회 부회장(법무법인 선경 변호사)은 “지난해 말부터 코인 문제로 도산을 고민하는 의뢰인이 나타났는데 최근에는 상담 신청이 많이 늘었다”며 “부동산 폭등에 내 집 마련, 결혼마저 포기하고 월급에 빚까지 투자했는데 코인은 폭락하고 금리는 오르니 탈출구가 여기(도산)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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