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스라엘 편들기'에 중동 다시 화약고 되나

박효재 기자 2022. 7. 1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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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한 뒤 연설하고 있다. 텔아비브|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동 순방 일정 첫날부터 이란 적대시, 친이스라엘 기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역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과 이란 지원 세력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위협했다. 이란 핵합의 복원까지 위태로워지면서 이를 계기로 이란이 러시아와 밀착해 반서방 전선을 공고히 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도착해 중동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수도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 도착 직후 연설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뼛속 깊은 유대 관계”라며 “우리는 공유하는 가치와 비전으로 통합돼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야이르 라피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로 향하는 전용기에 탑승하기 전 이스라엘 방송 채널12와 인터뷰에서는 이란의 핵무기 확보 저지와 관련해 “이란을 상대로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뜻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만약 최후의 수단이라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란 핵합의가 무산되는 한이 있더라도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해외테러조직(FTO) 지정을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의 난민 수용소 취재 도중 이스라엘 보안군의 총격에 숨진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기자 시린 아부 아클레 가족들과의 면담이 이번 방문 일정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논란이 됐다. 아부 아클레가 몸담았던 알자지라는 이와 관련한 입장 표명을 백악관에 요청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이 아부 아클레 가족의 면담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부터 16일까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에너지 안보, 중동 평화 등 현안을 논의한다. 특히 미국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이를 토대로 이란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연합 방공망 구축을 추진한다.

이란 국영매체 누르뉴스는 논평을 통해 대이란 방위 조약 체결을 주도하는 미국을 비난하면서 어떤 위협에도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란 적대시에 대한 대응으로 가장 가깝고 취약한 장소가 이란군의 첫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날 셰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방문은 지역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이날 내각회의에서 “미국은 시온주의자(이스라엘)와 몇몇 국가들 간 관계를 정상화면서 입지를 강화하려고 한다”면서 “하지만 지역 국가들의 시온주의자에 대한 증오를 깨닫는다면 미국의 노력이 소용없음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착 상태에 빠진 핵합의 복원 회담과 관련해서는 “그간 협상에서 (이란은) 합리적인 요구를 했다”면서 “이란은 원칙에 따라 정당한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해상 경계선 설정 협상 결과가 자국에 유리하게 나오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대응 수위를 높이겠다고 위협했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사무총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도착한 지 몇 시간 뒤 TV연설을 통해 지난 2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지중해 카리시 가스전 상공에 정찰 드론을 띄운 사실은 언급하며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신호”라고 경고했다. 레바논은 카리시 가스전이 분쟁지역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란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다. 크렘린궁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9일 이란을 방문해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3자 정상회담을 한다고 12일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이란이 러시아에 무장 드론을 수출하고, 드론을 운용하는 방법까지 전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백악관이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러시아는 이번 3자 회담이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아스타나 협상 과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란 국영통신 IRNA는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서방 제재 속에 양국의 경제 협력을 논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이드 라일라즈 전 이란 대통령 고문은 AP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는 이란산 농산물 수입을 늘리고 인도로 향하는 무역로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양국 무역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은 이란은 러시아에 서방 제재를 피해 세계 암시장에 접근하는 방법을 전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핵활동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현재 60% 농축 우라늄 43㎏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핵무기 생산에 충분한 양이다. 이란은 2015년 핵합의 당시 사용 금지한 고성능 원심분리기 IR-6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란은 IAEA가 이란의 미신고 핵시설 운영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에 반발해 주요 핵시설에 설치된 IAEA 감시 카메라도 해체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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