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 1년마다 계산한다고?"..근로자에 득일까, 독일까

김주현 기자 2022. 7. 1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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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규제와의 전쟁③

[편집자주] 규제개혁을 지상과제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두달이 지났다. 시장에 대못처럼 박혀 혁신과 성장을 가로막아온 '덩어리 규제'들을 현 정부는 과연 뽑아낼 수 있을까. 기업이 요구하는 핵심 규제개혁 과제들이 뭔지, 현실적으로 개선이 가능한지 살펴본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제계에서는 재택근무 등 새로운 업무 환경에 맞는 노동규제 개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주52시간 근무제 유연화와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등 기업의 경영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부에 적극적인 정책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근로시간제도에 대한 개혁이 최우선 건의 사항이다.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노동규범과 불합리한 관행으로는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고용형태, 재택·원격근무 활성화 등 새로운 방식의 업무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에서다. 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일하고 싶을 때는 일하고, 쉬고 싶을 때는 쉴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해 달라는 요구도 확산되고 있다.

14일 경제계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은 지난달 15일 고용노동부에 '근로시간 유연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 건의서'를 전달했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유연화 제도인 탄력근로제의 근로시간 산정기간을 현행 최대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자는 게 핵심이다. 이밖에도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 확대 △고소득·전문직 근로시간 규제 면제제도 도입△재량근로시간제 개선 △근로시간계좌제 도입 등도 건의했다.

현행 주52시간 제도 안에는 근로자대표와 합의할 경우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 △재량근로제 △간주근로제 등 4가지 유연근로제도가 존재하지만 절차와 요건이 쉽지 않아 활용률이 10%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변하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근로시간 제도를 현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지난달 23일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주 52시간제'의 기본 틀 속에서 운영방법을 개편해 현재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노사합의로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 골자다. 또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근로자 편의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적정 정산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재계에서는 연장 근로시간 관리단위를 확대하면 효율적인 업무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환영했다. 중기중앙회는 "경직적인 주 52시간제란 틀 안에서 고질적인 인력난과 불규칙적 초과근로를 힘겹게 대응해 오던 중소기업계 애로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반응했다.

반면 노동계는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연장근로 단위 확대는 초장시간 노동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하고 노동시간을 무한대로 늘릴 수 있도록 한 편법적인 노동시간 연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근로시간제 개편은 노사 간 입장이 첨예하고 대부분 법개정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이해관계자와 여소야대 국회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근로시간제도 개편에 대한 노사 간 대화와 협력이 뒤따라야만 사용자와 노동자가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노동규제 개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근로시간 정산기간 연장이 근로자에게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근로시간 유연화의 대전제는 사업주가 함부로 노동시간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대표가 동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업무방식이 일반적이지 않아 현행 근로시간제를 불편하게 느꼈던 근로자들에게는 근로시간제 유연화 개편안이 선택권을 넓히는 등 더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로제도 개편을 위해 법개정까지 이어진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국회 상황상 쉽지는 않다"며 "당장 정산기간 확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사가 대화를 통해 불신을 해소하고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한 협력을 강화해 유연근로제 활용률을 늘리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정부는 중대재해법 시행령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정비하는 내용으로 중대재해법 시행령을 올해 하반기 개정하고, 내년 하반기엔 위반 행위별로 과태료 부과기준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도 고칠 계획이다.

이후 2024년 상반기에는 안전보건 관계법령을 정비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회에는 이미 중대재해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CEO(최고경영자)가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보건 확보 조치를 했다면 처벌 형량을 감경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정부에 보완입법을 요구하면서 중대재해 정의를 기존 '사망자 1명'에서 '1년이내 사망자 2명'으로 수정하고, 현재 1년 이상 징역으로 하한형이 적용된 처벌 형량도 상한형의 직영과 법인 벌금형 등으로 축소해달라고 요구했다. 두 가지 요구 모두 시행령 개정으로는 바꿀 수 없는 법개정 사안이다.

그러나 거대 야당의 국회 상황으로 볼 때 법 개정안 통과까지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단기간 내 개정안 통과가 힘들 것으로 보고 시행령부터 개정하려는 것"이라며 "여소야대 국면에서 중대재해법 개정안이 통과되려면 여당이 국민여론전을 비롯해 치밀한 준비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개정에 앞서 해설서부터 구체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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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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