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국가는 '중곡동 주부 살인' 피해자 유족에 배상 책임 있다"

박용필 기자 2022. 7. 1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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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법원/박민규 선임기자

‘중곡동 주부 살인 사건’ 피해자 유족에게 국가의 배상책임이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경찰과 관계기관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4일 A씨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 등은 2012년 발생한 ‘중곡동 주부 살인 사건’ 피해자 B씨의 유족이다. 당시 서진환은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 가정집에서 30대 주부 A씨를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흉기로 살해했다. 서씨는 이전에도 강간치상죄와 강도강간죄 등으로 복역한 바 있다.

서씨는 강간치상죄로 복역하고 출소한 지 3년도 되지 않은 2004년 강도강간죄로 기소됐다. 유족은 3년도 되지 않아 재범을 저질렀으니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으로 가중처벌해야 하는데 검찰과 법원이 형법상 누범가중조항을 적용해 서씨가 조기 출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로 인해 B씨가 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것이다.

유족은 또 관할 경찰서가 서씨를 우범자 첩보수집 대상자로 분류하지 않았고, 사건 당시 전자발찌 부착자는 서씨가 유일했음에도 수사기관이 서씨의 위치를 추적하지 않아 범행을 막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수사기관의 조치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면서도 살인 사건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도 미흡한 점은 있으나 ‘법령 위반’이라고 볼 정도의 ‘현저한 잘못’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현저한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국가의 의무 위반과 사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서씨의 직전 범행의 특수성과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고 통상적인 조치만 했고, 전자장치 위치정보를 수사에 활용하지 않았으며, 서씨의 높은 재범의 위험성을 알았음에도 이를 억제할 실질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며 “작위의무 위반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서씨가 자신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자신의 위치정보가 국가기관에 의해 감시되고 있음을 인식했다면 대담한 범행을 연달아 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국가배상법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며 “여기서 ’법령 위반’이란 인권존중·권력남용금지·신의성실 등의 준칙을 위반한 경우를 포함해 널리 객관적인 정당성이 없는 행위를 한 경우를 포함한다”고 밝혔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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