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러시아 제재, 역풍에 속속 '후퇴'.. 가스터빈 반환 이어 철도운송도 허용

박용하 기자 2022. 7. 1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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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 화물 열차가 늘어서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대러시아 제재로 고조된 발트해의 안보 불안을 반영해 러시아산 화물 운송 규제를 일부 해제하기로 했다. 캐나다는 유럽의 에너지 위기를 감안해 대러 제재로 묶여있던 천연가스 수송관의 터빈을 러시아에 반환했다. 안보·경제 분야의 역풍에 휩쓸려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속속 후퇴하는 모습이다.

EU 집행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회원국들을 상대로 러시아로부터의 화물 운송에 관한 추가 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에는 대러 제제 품목의 철도 운송은 금지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도로 운송에 대한 제재는 현행대로 유지되며, 군사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화물들은 철도·도로 운송 모두 제한된다.

이번 조치로 러시아 물품에 대한 EU의 포위망은 다소 느슨해질 전망이다. EU는 앞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정부에 타격을 주기 위해 석탄과 철강, 목재, 보드카 등 러시아의 주요 제품들이 EU 역내에 운송되는 것을 제한했다. 리투아니아는 이를 근거로 지난달 17일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철도 화물 운송을 제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EU의 방침 변경으로 이 구간의 운송을 허용하게 됐다.

EU의 제재 완화는 리투아니아의 운송 제한 조치가 지역의 안보 불안을 고조시켰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는 제재 당시 EU의 방침에 따라 조치한 것이라 밝혔으나,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육로가 완전히 차단된 러시아는 “실질적인 보복 조처에 나설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일각에선 이 지역이 제2의 화약고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러시아와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려는 유럽 국가들의 속내도 작용했다. 특히 독일 정부는 리투아니아의 엄격한 대러 제재 적용으로 발트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위험 수위에 이를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투아니아에는 독일군이 주둔하고 있어 분쟁이 생기면 독일도 연루될 수 있다.

서방 국가들의 대러 제재는 러시아의 안보 위협과 경제 역풍 속에 속속 후퇴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캐나다 정부가 대러 제재에 따라 반환하지 않았던 러시아의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터빈을 독일을 통해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 국영기업 가스프롬은 이 터빈의 수리를 독일 지멘스사에 맡겼으며, 지멘스는 다시 캐나다의 지멘스 에너지에 정비를 의뢰한 바 있다.

이 터빈의 반환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 차단으로 독일의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며 이뤄졌다. 가스관 운영에 필요한 터빈이 반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러시아가 유럽에 전달되는 가스 수송량을 통상 대비 40%가량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조너선 윌킨슨 캐나다 천연자원부 장관은 터빈의 반환 결정과 관련해 “가스 공급이 없다면, 독일 경제는 매우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에너지 확보를 도우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러 제재를 주도해온 미국은 최근의 제재 완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칼리닌그라드로의 화물 운송을 재개한 EU의 조치에 환영한다”라며 “칼리닌그라드에 대한 봉쇄는 현재 없으며, 그런 적도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지난 11일에는 캐나다의 터빈 반환을 지지하며 “이 터빈은 단기적으로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가스를 확보하게 해 에너지 안보와 회복력을 높이고, 에너지를 무기화하려는 러시아의 시도에 대응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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