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어민 북송사건' 공방 격화..여 "국정조사·특검" 야 "대통령실이 배후"
민주당 "대통령실이 총감독 나서"
탈북 어민 북송 사건 등 문재인 정부 시절 안보 이슈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회 국정조사 실시와 특별검사(특검) 도입 카드를 꺼내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 대통령실이 배후에서 권력기관을 총동원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4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탈북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력을 위해 인간 생명을 이용한 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겠다”며 “국정조사와 특검 등 구체적인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권 대행은 “1999년 당시 문재인 변호사는 페스카마호 선박에서 우리 국민을 살해한 중국인을 변호하며 ‘따뜻하게 품어야 한다’고 했다. 2019년 문재인 정부는 탈북어민을 살인자라고 규정해 강제 북송했다”며 “인권변호사 문재인과 대통령 문재인 중 누가 진짜인가”라고 말했다. 윤영석 최고위원도 “탈북민을 북으로 강제 송환한 문재인 정부의 처사는 대한민국을 인권 후진국으로 만든 야만적 행위”라며 “문 전 대통령도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탈북어민들이 받는 살인 혐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사실 말만 있지 입증된 것은 없다”며 “저들은 몸부림치다 끌려가서 북에서 처형 당했는데 만약 살인자라고 누명을 쓴 것이라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고문방지협약 가입국인데, 공정한 사법절차가 없는 곳, 구타·고문 등 끔찍한 인권 유린이 예상되는 지역에는 보내면 안 되게 돼 있다”며 북송이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최근 통일부가 공개한 탈북어민 북송 사진을 언급하며 “귀순어민들의 귀순 의사까지 왜곡하며 강제로 북송시키려 했던 이유가 결국 김정은의 남한 답방을 성사시키려 했기 때문은 아닌가”라고 물었다.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의원들도 말을 보탰다. 김기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겉으로는 인권과 민주를 외치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는 그 어떤 반인권·반민주적 행위도 서슴지 않고 자행한 것이 문재인 정권”이라며 “대한민국을 비정상국가로 전락시킨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반인권주의자 문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그날의 진실을 낱낱이 밝히고 석고대죄하기 바란다”고 썼다. 안철수 의원은 SNS에서 “이 사건은 문재인 정권의 북한 눈치보기의 또 다른 결과물이었고 안보농단 중 하나”라며 “귀순 의사의 진정성이 없다는 자의적 판단을 하고 북한으로 강제추방을 결정하는 불법을 저지른 책임자와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명백한 진상규명과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만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대통령실의 각본”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이날 CBS·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탈북 어민 북송 사건 쟁점화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용산 대통령실이 총감독으로 나선 문재인 정부에 대한 흠집내기 작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국정원은 고발하고 검찰은 압수수색하고 권력기관을 총동원하고 있다. 핵심은 대통령실이 이 모든 것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다는 것”이라며 “아마도 최종 타깃은 문 전 대통령을 향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개입 의혹을 제기한 것은 전 정부 수사에 대한 정당성을 떨어뜨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SNS를 통해 “통일부가 7월11일 ‘탈북어민 북송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발표하고 12일에는 판문점 북송 사진 10장을 공개하자, 대통령실이 13일 ‘국제법과 헌법을 위반한 반인륜·반인도적 범죄행위’라고 브리핑하고, 검찰이 기다렸다는 듯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이미 진상과는 다른 결론과 목표가 정해진 각본”이라며 “대통령실이 처음부터 성격을 규정해버린 것은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말 반인도·반인륜적 범죄행위였다면 당시 야당 의원들이 거세게 문제제기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때는 아무 소리 안 하다가 이제 와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은 누가 봐도 국면전환용 카드”라며 “(정부·여당이) 아무리 지지율 저하 때문에 힘들어도 쓸 카드가 있고 안 쓸 카드가 있다”고 비판했다.
현 정부의 사정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읽힌다. 조응천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대적인 사정 정국이 기다리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탈북어민 북송 사건이 신호탄”이라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한 박탈)이 9월10일부터다. 이때까지 전 정권과 관련된 사건들을 마무리하려고 일제히 수사가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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